•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일을 두번 하는 예금보험공사

황영기 문책론 다시 부각,신한지주와는 계약내용 놓고 분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8.19 12:04:36

   
   
[프라임경제]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최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행보의 이면에는 감독 책임과 대주주로서의 몫을 챙기는 데 민첩하지 못해 사후약방문을 하는 격이라는 점에서 '책임론' 또한 불거지고 있다. 예보는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등 국내 금융기관의 대주주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는 동시에 공적자금 투입 기관의 경영 상황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위가 갖는 힘을 적시에 발휘하거나 미리 챙기지 못하고 뒤늦게 문제를 파헤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예보의 황영기 문책론?

금융감독원이 황영기 KB금융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에 상당하는 중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예보 역시 황 회장에 대한 징계를 검토 중이다.

황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장으로 일한 바 있고, 우리은행은 황 회장 재임 시절인 2006년부터

   
  <사진=황영기 KB금융 회장은 우리은행 파생상품 책임 문제로 다시 예보와 악연을 맺을 전망이다.>  
2007년 상반기 사이에 부채담보부증권(CDO)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 파생상품에 약 1조8000억원을 쏟아붓는 공격적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그 다음해 닥친 금융위기로 이중 90%에 해당하는 1조60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를 놓고 한때 전·현직 경영진 간에 책임논란이 벌어졌고 금감원과 예보가 현재 황 회장 책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현재 황 회장에게 '직무정지' 조치를 통보한 상황이며, 이런 징계 조치는 내달 3일 금융위원회 제재심의위원회로 넘어가 내달 3일 최종적으로 확정된다.

한편, 예보도 우리금융의 지난해 4/4분기 경영이행약정(MOU) 목표 미이행에 대한 징계, 즉 2008년 4/4분기 적자를 가져온 원인인 파생상품 투자와 그 손실 문제를 검토 중이다. 예보도 이미 2008년 4/4분기 손실의 원인인 파생상품 투자 문제의 가장 큰 책임자는 황 회장이라고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하지만 예보는 징계를 다음달 제재심의위 이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과 금감위 등의 수위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하지만  예보의 이같은 행보에는 입장을 뒤집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예보는 지난해 4월 이미 한 차례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 문제에 대해 징계를 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예보는 이미 지난해 4월 18일 우리은행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투자로 손실을 본 것과 관련해 '기관주의' 조치를 했다. 또 투자 결정에 관여한 IB 담당 부행장에게는 정직을, 리스크 관리 담당 부행장 2명에게 경고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예보는 당시 황 전 회장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 황 회장에게 총체적 관리 책임을 묻기 어렵고 현직이 아니라는 점이 판단 배경이 됐다는 게 당시 설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예보가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와 금융당국의 징계 무렵에 예보 징계를 발표하겠다고 나섬으로써, '눈치 행보'라는 논란을 낳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4월 징계로 일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던 황 회장으로서는 날벼락인 셈.

무엇보다 예보가 우리은행의 모체인 우리금융 대주주라는 점에서, 황 회장 시절에 파생상품 투자가 시작될 때 그리고 그 이후에 감독을 어떻게 한 것이냐는 지적도 뒤따른다.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점이나, 자산 증식을 무리하게 강조한 경영 지침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공적자금 투입 기업에 대한 영(令)이 선다는 예보의 입장도 합목적적으로는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손실 문제에 대해 여러 번 문제를 헤집어 검토를 반복한다는 점은 신뢰보호 측면이나  안정성 면에서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지주과는 '사후이익' 계산 방식 놓고 법정분쟁

   
  <사진=남대문 신한지주-신한은행 본사>  
예보가 자신이 주주인 금융기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사례는 또 있다. 대주주나 감독기관으로서가 아니라 매각 계약의 일방당사자라는 측면이 더 강조된 사례지만, 공적 자금을 회수하는 계약을 꼼꼼히 진행하는 데 일부 허점이 있었다는 비판은 면키 어려워 보인다.

예보와 신한은행은 조흥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이때 인수에 따른 우발채무 손실을 보전하는 문제로 '사후이익 공여 약정'을 맺은 바 있다. 사후에 조흥은행과 이익분을 계산해 일정 조건에 따라, 이중 일부를 신한은행이 3년간(2004~06년) 예보에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조흥은행의 당기순이익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조흥은행 카드 부문의 수익이 과소하게 평가됐다고 예보는 판단했고, 이에 예보가 신한은행의 모기업인 신한지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따라 지난 5월에 이 사건  1심에서는 예보가 일부 승소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예보가 계약 당시에 사후정산의 내용을 면밀하게 챙겼더라면 문제가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유력하다. 카드 부문의 채권액 산정 기준을 추후에 논의하기로 해놓고 논의 절차를 세세히 정하는 데에는 미흡하게 빠뜨렸기 때문에, 예보로서는 신한지주(신한은행)이 조흥은행 카드 부문의 수익 기여도를 판단할 때 자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계산할 여지를 열어둔 셈이다.

더욱이 신한지주는 예보가 상황우선주를 상당 부분(2010년까지 상황 예정) 갖고 있는 상황이다. 미리 다툼의 여지(소송 가능성)를 예방하지 않고 추후에 소송을 진행해, 주주(예보) 스스로 투자한 금융기관의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물론 예보가 금융위기를 방어하는 최후 보루로서, 외환위기 직후 불어 닥친 시장 붕괴의 위험을 오롯이 막아냈다는 점, 그리고 10년만에 다시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는 세계금융위기에서도 충실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회수하는 중차대한 일을 하는 만큼, 업무를 추진할 때 사후 논의보다는 사전 스크린에 더 초점을 맞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이번에 다시 불거지고 있는 황영기 회장 문책론은 지난해 징계의 정당성을 예보가 스스로 재검토하고 있다는 역설도 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