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방송은 김 위원장이 16일 저녁 현 회장을 면담하고 오찬을 했다고 보도했다.
중앙방송은 "김정일 동지께서 남조선 현대그룹 회장을 접견하셨다"며 김양건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위원장(노동당 통일전선부장겸임)이 배석했다고 전했다.
이 방송은 현 회장이 "석상에서 김정일 동지께 선물을 드렸다"면서 "김정일 동지께서는 이에 사의를 표하시고 현대그룹의 선임자들에 대하여 감회 깊이 추억하시면서 따뜻한 담화를 하셨다"고 밝혔다.
◆북 언론 "따뜻한 담화"만 강조 보도, 핵심 대화는 안 오고 갔을까?
이같은 보도 내용만 보면 일단 외빈에 대한 의례적인 접견이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액면 그대로의 북측 보도 내용 외에 더 깊은 정서적 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선 이 회동 기회에 현 회장은 현대아산 소속 억류 근로자 류모 씨가 석방된 것을 감사하는 뜻을 전했을 수 있다.
더욱이 이를 계기로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박모 씨 피격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에 대한 논의를 이뤘을 수도 있다.
금강산.개성관광은 현대아산의 주력사업이기 때문에, 그룹의 수뇌부인 현 회장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노력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북측에서는 당초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면담 자체보다는 억류 현대아산 직원 석방 정도로 문제를 넘기려 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 회장이 일정의 빈번한 연장 등에 적극적으로 임하면서 대화 채널 확보에 적극성을 띠면서 직접 면담이 성사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북 경협 중단 상황에서 민간 차원 성과 '눈길'
북측은 최근 '을지 연습'을 빌미로 자신들의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반응하는 등 긴장감 조성에 나서는 모습이었고,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비핵화 추진 요구를 재차 강조하는 등으로 북측의 심기를 자극한 일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 회장의 일정 조정과 면담 성사는 북측이 달갑잖게 여겨 원하지 않는 면담을 여러 번 요구해 성사시킨 것일 수도 있고, 김 위원장 등 북측이 우리쪽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진을 빼는' 과정을 참고 견딘 데 따른 성과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북측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일정을 조율하려 하는 경향과 함께 자기 체제 밖에서 방문한 외빈들을 요리하려 드는 습성을 그간 여러 차례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번 대화 성사 자체가 의미있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대통령 방문 시에도 김 위원장은 "하루 더 있다 가시라"면서 일정 조정을 시도했던 바 있고, 과거 김운규 씨의 현대아산 축출 문제를 둘러싸고도 현 회장의 방북 당시 현 회장 개인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등으로 고압적 자세를 드러낸 바 있다.
즉 문제가 잘 풀리든 풀리지 않든 간에 북측은 대외 교섭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실질적인 성과는 유형적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대화를 성사시켰다는 점은 시사점이 크다는 분석이다. 우리 어선의 억류 문제, 대북 비료와 식량 지원 재개의 불확실한 상황 등 여러 난제를 딛고 일단 대화 물꼬를 열었다는 것과 함께, 그룹 자체의 숙원인 대북 관광 산업 재개가 불투명한 현실에서 방북 일정과 억류 직원 석방, 면담 성사까지를 이룬 자체가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간 차원 접근을 시도, 여전히 경색 상황인 정부 당국의 부담 중 일부를 덜어줬다는 점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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