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명박 정부 들어 마이크로 크레딧(소액서민금융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를 개발,정착시키고 기존 서민금융기관도 서민금융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 서민금융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하나희망재단 등의 활동이 시작되고 우리은행이 마이크로 크레딧 법인 설립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마이크로 크레딧의 외형적 성장 가능성이 당국에 의해 부각됐지만 그런 만큼 운영 노하우를 갖춘 민간 조직의 역할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 중 전문성면에서 많이 언급되는 곳이 '신나는 조합'이다. 신나는 조합은 농촌창업지원에서 두각을 나타내 온 데다, 최근에는 서울시 마이크로 크레딧 제도인 '희망드림뱅크'를 위탁운영할 주체로 선정되는 등 전방위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0년 그라민은행의 한국지부 형태로 출발한 신나는 조합은 현재 160여개 사업장에 30여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적지만 적지 않은 돈' 지원, 대출 후에도 상담 도움 계속돼
13일,이번 마이크로 크레딧 대출 대상자로 선정된 26명이 모은 강의실. 이들은 '사전교육'을 받기 위해 소집된 사람들이다.
13일 하루간 시간을 내 이들은 기본적인 소양과 회계 상식 등을 지도받는다.
강사: "마이크로 크레딧이란 무엇인가요?"
칠판에 'micro=작다'라고 쓰는 강사(김창현 신나는 조합 두레일꾼), 다시 이어지는 질문.
강사: "credit는 무엇이지요?"
대출자들: "신용이요"
강사: "그럼 마이크로 크레딧은 신용이 작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가요, 맞나요? …(대출되는) 돈이 적다는 이야기죠"
신나는 조합은 저소득, 어려운 개인에게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하고 있다. 공동체를 구성해 대출을 신청하는 경우 5000만원까지도 가능하지만 개인의 경우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신나는 조합의 설명에 따르면 600만원 가량을 신청받는 경우도 꽤 있다.
강사: "하지만 2000만원이 적은 돈인가요?"
'적지만 적지 않은 돈', 이처럼 모순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역할 모델이 마이크로 크레딧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무한정 금액 지원폭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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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나는 조합에서 자금 대출을 받게 된 대출대상자들이 사전교육을 받고 있다.> |
따라서 신나는 조합의 대출절차는 까다롭다. 대출 신청을 하기 전에 사업계획과 수익창출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같은 심사를 통과, 지원대상으로 정해지는 경우에도 창업에 필요한 각종 기술·재무·마케팅 등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13일 진행된 사전교육 외에도, 사후적인 관리감독 또한 받게 된다. 사업 진행 상황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도 신나는 조합의 일.
정명기 이사장은 "쉽게 바로 돈을 빌려주면 편하겠지만, 돈을 빌려가서 성공할 최소 가능성이라든지 의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지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일정한 목적을 위해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실제로 사람들(중에는 이같은 신나는 조합의 절차를) 번거롭게 생각하기도 한다. 심사나 교육으로 오라가라 하면 귀찮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통해서 (누가) 돈을 공짜로 주는 게 아니지 않느냐. 스스로 벌어서 상환하는 것이니만큼 (이처럼 철저한 상의 과정을 함께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사후지원에는 자원 봉사자들이 나선다. 지역거점별로 두레일꾼으로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돼 있고 이들이 대출자들의 재기에 각종 조언을 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상근근무자 중심으로 활동이 진행되는 게 일반적인 다른 마이크로 크레딧과는 달리 자원봉사자 중심으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정 이사장은 소개한다. 스스로 마이크로 크레딧을 활용, 재기에 성공한 이나 금융권이나 기업 근무 경험 등이 풍부한 이들이 자원봉사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힘이 된다는 것.
근래 들어서 보건복지부에서 마이크로 크레딧 전문가 과정 교육을 민간에 위탁, 이수시키는 모델이 마련됐지만, 아직까지는 마이크로 크레딧 스스로가 대출 업무를 진행하는 한편, 인력을 확보, 전문성을 강화하는 문제도 스스로 풀어가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 2000년 그라민은행(방글라데시에서 시작된,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 크레딧 기관)에서 종잣돈을 얻어 활동을 개시한 이래 10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대외 연계활동 활성화, 조합 위주 대출에서 개인 대출로도 성큼
신나는 조합은 한때 공동체를 구성해 자금 대출을 하는 데 주안점을 둬 왔다. 삼삼오오 공동으로 사업을 할 계획을 제안하면 신나는 조합이 이를 검토, 사전교육과 사후관리를 해 왔던 것. 하지만 근래 활동 영역을 확장할 필요가 커지면서 개인에 대해서도 대출이 가능해졌다.
소정렬 상임이사는 "(과거처럼) 소규모 모임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 제한이 없어졌다"면서 "현재로서는 개인과 소규모 모임 모두 대출신청이 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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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나는 조합은 사전교육은 물론 사후상담과 두레일꾼(자원봉사자) 활동을 통한 사업성과 체크 등을 병행하고 있어 대출자들의 자립 의지가 높고 성공율이 높다. 사전교육 시간에 소정렬 상임이사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
농촌 지역과 도시 지역의 창업 지원 모두에서 강점을 인정받고 있는 것도 신나는 조합의 특징 중 하나다.
초기에 보건복지부에서 지원된 자금의 경우 농촌지역 창업에 초점을 맞춰 사용해 줬으면 한다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도시 지역의 경우에도 부스러기나눔선교회 활동 등으로 저소득층 지원활동에 워낙 인연이 밀접했기 때문에 신나는 조합의 활동에 애로사항은 없었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회상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 마련한 '희망드림뱅크'의 위탁 관리 업무를 신나는 조합이 진행할 정도로 기본적인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신나는 조합에서는 '박준 뷰티랩'의 도움을 얻어 대출을 받은 창업희망자들 중에서 일부에 커트와 퍼머 등의 미용기술을 전수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등 대외적으로 연계망을 넓혀 나가고 있다.
◆창업 아이디어 촉진이 과제
이같은 활동력을 인정받아 한국씨티은행은 신나는 조합에 3년째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 모델' 창출·연구 비용 명목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의 모델을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 이사장은 "우리 나라는 경제규모가 큰 나라라 개인 2000만원, 공동체 5000만원인 지원 재원을 갖고 할 일을 찾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액 규모의 자금을 갖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왔고, '아이디어'가 좋으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 이사장은 농촌 콩 메주를 판매하는 사업이 성공한 사례를 든다. 정 이사장은 "이 사업 같은 경우 100만원을 대출받아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300~600만원 가량만 신청하는 경우들도 많다. 창업을 열심히 (작은 돈을 갖고도 할) 아이디어들이 많으니까 지원방향을 개발해 주는 게 좋다"는 것.
정 이사장의 이같은 아이디어 중심 목표는 2008년의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 모형개발 1차 발표에서 제시된 전문가 조언과도 일치(신명호 한국도시연구소장, "영세 자영업자에게 소액대출을 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창업자를 중심으로 하는 만큼, 자금지원 뿐 아니라 아이템 개발 등 '창업 전 지원'을 강화해야 된다")하는 대목이다.
또 신나는 조합에서는 현재 정부와 기업 중심의 각종 기금에 재원을 주로 의존하는 형태에서 마이크로 크레딧의 취지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주목하고 있다.
내년으로 활동 10년을 맞는 신나는 조합이 동남아시아형 공동체 중심 대출 모델이나 미국형의 기존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지원 모델에서 개인 창업 지원쪽으로 독보적인 역할 모델을 갖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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