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문 상담가의 조언을 얻는 일은 중요한 판단에 도움이 된다. 특히 경험이 없거나 복잡하게 얽힌 어려운 일, 전문 지식을 요하는 일을 하는 경영주 입장에서는 더 그렇다. 그러나 전문가의 상담을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보통 컨설팅이나 법률자문의 경우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고 시간을 매기며 시작하는 영화 장면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이런 자문에는 돈이 많이 들거나 돈을 주고도 조언을 얻는 사람이 '을'의 입장이기 쉽다.
특히나 그나마 돈이 없는 중소기업, 영세상인 등에게는 '언감생심'이기 쉽다. 그러나 이런 곳에 '전문가의 손길'을 빌려주는 이들이 있다.
◆우리은행, 컨설팅 전문가들이 중소기업엔 '무료 상담'
우리은행은 기업컨설팅팀이라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10명선의 미니 조직이지만, 기업들이 갖고 있는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전략, 가업승계, 인사 및 조직, 구매 및 재고관리, 마케팅 등 주요 고민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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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사례 중 모범 사안을 선별해 530여개 중소기업에 대한 컨설팅 사례를 분석, '직관-탁월한 조략자의 감각코드<사진>'를 금년 초 발간하기도 했다.
보통 컨설팅이 '돈이 되는' 대기업 위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한계 속에서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제공하고 사례를 선정해 연구자료로도 내놓은 것.
또한, 우리은행은 무료로 세무사와 경영 컨설턴트들의 '가업승계' 상담을 받을 기회도 제공한다. 이 컨설팅은 2주가 소요된다.
이 서비스는 지난 2007년 30건, 2008년 29건 등이 수행됐고(2009년은 상반기 현재 18건) 적합한 가업승계 전략수립을 통한 안정적인 소유권 이전 및 절세효과 극대화를 목적으로 해 경영권 승계라는 음습한 주제를 양지로 끌어내는 동시에,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경영권 이전이라는 과제를 풀지 못해 고민하는 중소기업이 장수기업으로 거듭하는 효과를 제공한다.
◆신나는 조합, '실전형 전문가'들이 소액대출 이후 경영A/S까지 '조언'
우리은행이 기업을 돕는다면, 아예 신용이 낮은 사람이 작은 가게를 여는 경우에 사업전략을 짜고 실행하도록 돕는 데 주안점을 두는 곳도 있다. 신나는 조합은 마이크로 크레딧(Micro Credit: 저신용자들을 위한 소액 대출제도)을 국내에 처음 정착시킨 선두주자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편, 사후 감독과 경영 컨설팅으로도 이름이 높다. 돈을 빌려줘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한편, 사후 감독과 상담까지 힘을 빌려주는 셈이다.
신나는 조합의 대출절차는 까다롭다. 대출 신청을 하기 전에 사업계획과 수익창출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전문성은 물론 일손이 상당히 필요하다. 더욱이 조합에서는 대출대상으로 선정된 이후에도 교육 및 사업의 진행 상황 체크 등 '사후지원'을 진행한다.
신나는 조합이 이렇게 꼼꼼하게 일을 챙기는 배경에는 '두레일꾼'으로 불리는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신나는 조합은 현재 상근직원과 두레일꾼 등 자원봉사자들을 모두 합쳐도 40명이 채 안 되는 인원으로 꾸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각종 경영관련 프로그램 지원 특히 사후지원이 가능한 것은 자원봉사 제도가 특유의 맨파워를 발휘하기 때문. 이에 따라 열정과 아마추어리즘만으로 가득한 자원봉사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한 상태다.
일례로 13일 조합측이 실시한 사전교육에 강사로 나선 김창현 씨는 하나금융이 출자설립한 재단인 하나희망재단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등 소액대출 관련 일선 경험을 쌓아온 전문가이고, 두레일꾼 중에는 조합에서 돈을 빌려 사업을 몸소 일군 경험자도 있는 등 자원봉사 정신이 투철한 것은 물론, 실적 지식까지 겸비한 인적자원들이다. 신나는 조합 정명기 이사장은 "금융권 근무경험 등 많은 귀중한 경험을 갖춘 분들이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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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크레딧 기관인 신나는 조합은 자립에 대한 진정성과 열의만 있으면 창업 자금 대출과 그 이후 경영 상태 관리 등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각종 자료 검토와 상담에는 실제 기업 경영 경험자와 금융권 근무자, 마이크로 크레딧 운영 경험자 등이 참여해 상담이 내실있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13일 서울 불광동에서 진행된 소액대출자 교육 프로그램. 강사는 김창현 두레일꾼이다.> |
마이크로 크레딧이 신용이 낮은(흔히 신용불량자로 분류하는 신용등급 7~9등급의 시민들이 마이크로 크레딧의 지원 대상이다)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하지만 사고율이 높지 않은 것도 이처럼 철저한 관리 등을 통해 대출 이후에도 신뢰를 쌓는 점 등이 주효한 것 같다고 정 이사장은 평가한다.
◆"소상공인에겐 무료"…중소기업청 각종전문가 연결 다리 마련
중소기업청은 소상공인에게 전문가와 협회 등을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도맡고 나섰다.
중기청은 임대차계약 등 상거래와 관련한 법적 문제로 고민 중인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와 손잡고 '무료 법률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물품대금과 상가보증금, 상가임대차 등 상행위 관련 민사사건에 대해 변호사 비용과 인지대, 송달료 등 제반 소송비용도 지원한다. 상담은 실질적으로 가장 큰 부담인 소송 수행비용을 0로 만드는 데 성공한 소득금액(월 260만원 이하) 증명원, 피해사실 입증자료 등을 준비하면 된다.
중기청은 프랜차이즈협회와도 손을 잡고 상담 테이블을 마련했다. 중기청은 한국프랜차이즈협회와 함께,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업종전환 희망자, 부진점포, 가맹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KTX 천안아산역 회의실에서 '업종전환 특별 강좌반'을 연다. 중소기업청 주최인 이 교육은 국비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무료로 실시된다.
업종전환에 따른 상권과 입지전략, 마케팅 전략, 사업계획서 구상 등은 업종 전환에 필요한 요소지만, 막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이같은 잠재 수요를 위해 중기청이 개척한 것.
◆특권층 전유물에서 낮은 곳으로 임한 '컨설팅', 경향 확산될지 눈길
이처럼 전문가의 조언을 중소기업, 소상공인(영세상공업자)들에게까지도 무료로 제공하는 장이 마련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가 실상 특정 금융기관의 결단에 따르거나(우리은행 등),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 활동(신나는 조합 사례 등)에 기대고 있는 점은 보완이 필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특히 중기청이 마련한 각종 아이디어들은 전문가 집단의 조언을 얻을 여러 각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신선하지만, 예산 지출이 중단되면 후속 프로그램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정부가 이처럼 소상공인도 각종 컨설팅 혜택을 다양하게 누리도록 지속적인 뒷받침을 이어가지 않으면 개별 청 단위로 구상을 계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이 보다 확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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