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0일 시중은행장들의 여름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각 시중은행들은 대체로 '외화내빈'형 실적 기록을 남기며 상반기를 마감했다. 상반기의 영업이익 내실이 부진한 점을 만회하기 위해 각 은행마다 실적 상승 방안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줄곧 실적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은행장들은 여름에 오히려 각자 스타일대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짐' 잠시 내려놓고 봉사삼매경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은 몸소 수영장에 뛰어들어 여름의 한자락을 장식했다. 우리은행은 노원구 상계4동에 있는 '마음터 공부방' 등 서울시내 3개 공부방의 저소득가정 아동 100여명을 우리은행 안성연수원 수영장으로 초청해 '우리은행과 함께하는 첨벙첨벙 신나는 물놀이' 행사를 가졌다.
우리은행은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여름방학에도 마음 놓고 수영장 한 번 갈 수 없는 아동들에게 신나는 물놀이 체험 시간을 주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으며, 이 행장이 직접 자리를 함께 한 것.
이 행장은 물놀이 후 어린이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가정 형편이 어려워 영어학원에 갈 수 없는 한 어린이의 딱한 사정을 듣고 즉석에서 1년치 학원비를 지원해 주기로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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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은행 이종휘 행장> |
한국씨티은행 하영구 행장도 봉사활동으로 상반기를 접고 하반기 구상을 가다듬은 케이스. 하 행장은 지난 7월 하순 해비타트(사랑의 집짓기 운동) 활동에 참여했다.
대전에서 진행된 '사랑의 집짓기'에서 하 행장은 집 두 채를 지으면서 한 주를 보냈다. 한국씨티은행은 성금 전달에 그치지 않고 자원봉사 활동을 함께 하는 특이한 사회공헌 방침을 갖고 있으며, 하 행장도 이같은 관행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이처럼 홀가분하게 CEO가 스스로 땀을 흘리러 나선 경우는 상반기 중에 골칫거리를 해결했거나 해결 조짐이 보이는 경우라는 특징이 있다.
한국씨티은행 하 행장은 미국 씨티그룹 위상 추락으로 한국씨티은행까지 함께 매각설, 경영위기설 등에 시달리던 '봄의 악몽'을 떨쳐냈다. 하 행장은 지난 3월말 몸소 기자간담회를 자청할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했지만, 미국 씨티그룹이 안정을 찾으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한국씨티은행은 희망홀씨대출에도 최근 참여, 외국계 은행이라 우리 나라 금융당국이나 시중은행들의 행보와 겉돈다는 평가를 떨치기 위한 노력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이 행장은 최근 예금보험공사의 징계 대상이 될지의 여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은행은 CDS 등 파생상품 투자로 인해 큰 손실을 입어 예보와의 MOU를 지키지 못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전현직 고위층들에 대한 예보의 문책 추진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 판단 잘목이 후임 CEO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박해춘 전 행장이나 이 행장보다는 황 전 회장의 책임쪽에 더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우리은행은 또 판관비 절감 등으로 이자수익에서의 부진을 선방하며 상반기를 마쳐, 이 행장으로서는 오랫동안 발목을 잡아온 요소들을 정리하고 하반기 경쟁에 심기일전할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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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씨티은행 하영구 행장(좌)> |
◆'말문 트기' 나서기도
외환은행 래리 클레인 행장은 M&A설 진화에 몸소 나섰다. 외국인 임원으로 부임, 한국 금융시장 적응에 상반기를 바쁘게 보낸 클레인 행장은 이 현지적응 기간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을 만나 M&A 시점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해명에 열을 올린 것이다.
이는 대주주의 외환은행 매각 가능성에 언론의 관심이 쏠리는 한 외환은행의 행보가 적절히 평가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간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클레인 행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주주가 언젠가 매각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는 대주주의 고유권한이고 은행 경영진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클레인 행장은 외환은행 탄생 배경 등을 자세히 언급하면서 '외환은행은 한국의 은행'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속시원한 해명은 아니었다는 일부 평가도 없지 않았지만 노력에는 좋은 평판을 얻었다.
외환은행은 1분기 대규모 적자를 정리하고 2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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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은 한국의 은행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해" 외환은행은 래리 클레인 행장은 M&A 매각설의 적극 진화에 나서는 등 연초와 다른 행보를 보이며 여름을 분주하게 보내고 있다. 클레인 행장은 간담회 오찬 음식도 한식을 고집하는 등 한국화 노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
KB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도 소통에 유독 신경을 쓰고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NIM(순이자마진)이 올 1분기 2.70%에서 2.16%로 나빠지는 등 악화된 시장 환경에 직면해 있다.
강 행장은 외국 대학에 외국계 은행 출신인 강 행장은 '서구적인 합리성'이라는 이미지가 여전히 강하다.
강 행장이 소통에 신경을 부쩍 쓰고 나선 것은 지난 6월말. 임원 회의 후 폭탄주를 제조해 돌리는 한국식 회식을 하고 애창곡을 합창하는 등 임원들과 말문을 열고 지난 7월 연수원에서 열린 부서장 회의도 애로 사항 청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반기 비상을 준비하며 '조용한 여름' 보내는 CEO도
신한은행 이백순 행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여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학생 홍보대사 임명장 수여식 등 공식 행사 외에는 두드러지게 뉴스거리를 생산하지 않고 있는 것.
신한금융그룹은 은행과 비은행부문의 실적이 고르게 개선된 편이다. 신상훈 사장-이백순 행장 체제로 내놓은 첫 성적으로서는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NIM은 1분기에 2.89%였다가 2분기 2.77%까지 하락했다. 하락세의 고삐는 일단 잡혔다는 평가가 나왔고 다른 은행들도 겪는 현상이지만 약세 지속이라는 점은 걸리는 대목이다.
아울러 비은행부문이 금융지주 전반의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은행의 비중이 예전 같지 않은 것. 더욱이 금년 1분기에 신한지주 전체 당기순이익 기여도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48.6%에서, 2분기 기여도에서는 67.1%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으로서는 '선방'이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조용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의 경우도 유사한 케이스. 김정태 행장은 휴가 일정도 오랫동안 잡지 않다가 가족 여행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NIM이 1분기 1.6%, 2분기 1.43%를 기록해 은행권에서도 NIM 하락 고민이 가장 깊은 편이다. 2분기 당기 순이익에서 큰 폭으로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나 상반기 통산으로는 1347억원 적자폭이 남아 김 행장의 고민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은행장들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며 여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사령탑의 기세와 철학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각 은행들이 하반기의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어떻게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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