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요 금융지주·은행의 산하 연구소가 은행 고객들이나 일반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곳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일반인 사이에도 선진금융 트렌드 등의 자료를 얻어 개인 자산 투자에 참고하기를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외 경제문제를 연구하는 기관들로는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경제연구소들과 각 증권사 산하 기관들이 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제동향 분석과 선진금융 트렌드, 경영전략연구 등의 자료를 얻기를 원하는 시장이 있고 이쪽에서는 은행쪽에서 내놓는 레포트들이 더 의미있는 자료를 내놓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주요 금융지주·은행의 산하 연구소는 일반 시민들의 자료 열람 편의는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자료가 내부의 극소수 인사들만 열람하다가 사장되고 마는 것이다.
◆고급 정보 생산 가능한 특화된 전문집단
원래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지주사 시대 개막 이전부터 경영나 경제연구소를 두는 게 관례로 굳어져 왔다. 대내외 금융환경을 검토해 경영전략에 참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히 소규모 참모조직이라기보다는 양질의 읽을거리를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큰 몸집과 두뇌를 갖게 된지 오래다.
KB국민은행연구소가 100명 가까운 인원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 FSB연구소는 30명선의 은행 내 연구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하나금융지주 산하 독립법인으로 신한연구조직의 두 배 정도 규모다. 우리금융은 이미 지난해 경제연구소 설립을 검토한 바 있고, KB국민은행연구소는 금융지주 전반이 비정규직 인원감축을 하는 등 비용절감 노력 중임에도 부설 연구소의 인력을 최근까지 오히려 영입선발하는 등 각 조직마다 활동강화가 공통 관심사다.
◆'꼭꼭 숨은 자료' 혹은 '숨어서 보는 자료'?
이같은 업무패턴 확장 경향에 따라 당초 이들 연구기관이 초점을 맞추던 은행업 연구 외에도 경제동향 분석, 경영전략 연구 등의 자료까지도 소재가 확장, 상당한 조예가 깊은 자료를 내놓는 게 가능해진 상태다. 비은행업으로도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지주사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결과다. 건국대가 2008년 입시논술(인문계) 시험에 신한FSB연구소의 자료를 발췌, '상생'이라는 주제의 논술시험 지문으로 활용한 것은 이들 기관의 자료가 이미 일가(一家)를 이뤘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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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국민은행연구소 홈페이지> |
그러나 언론보도는 보고서의 극히 일부만 발췌, 콜라주(오려붙이기)처럼 조각조각 기사에 따 붙이거나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이들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길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선 보고서나 자료집을 얻는 방법, 외부에 비치된 이들 자료집을 열람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매권마다 90페이지 가량 되는 자료를 자료실 등에서 발췌열람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비치된 도서관 등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내외 자료 수집 대상에서도 하나금융연구소를 제외한 은행권 연구소들은 제외돼 있고 국회도서관도 이들 리뷰자료들을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검색됐다.
◆과월호 보관 별무관심…있던 홈페이지도 오히려 폐쇄?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남는 선택지는 홈페이지에서 직접 자료를 공개, 제공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 방안에도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게 은행권의 분위기다.
먼저 신한FSB연구소의 경우 은행 홍보실에서는 "따로 홈페이지가 없는 것으로 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홍보실에서도 과월호나 PDF 파일을 갖고 있지 않아 연구소에 직접 자료를 요청하는 방법 외에는 길이 없다. 서지목록 등이 없으면 이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방법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그나마 홈페이지가 있었던 케이스. 포털에서 검색이 가능한 주소로 소개되고 있으나, 지금은 사라진 홈페이지로 나온다. 이에 따라, KDI 등에서 자료를 찾아 링크 버튼을 눌러도 에러가 뜰 수 밖에 없다. 하나금융 같은 경우 편의제공 서비스면에서 오히려 '후진'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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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있던 홈페이지도 오히려 없앤다? 하나금융연구소는 홈페이지도 없는 연구소의 길로 오히려 스스로 '후진'했다.> |
그나마 KB국민은행연구소는 편하지는 않지만, 국민은행 홈페이지에서 검색기능을 통해 자료제공을 하는 연구소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돼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는 상황이 좀 특수하다. 지난해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내정자이던 당시, 자회사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연구소 설치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그러나 만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지만 연구소 설립 문제에 구체적인 기약이 아직 없는 상태다. 다만 경영연구실로 편성이 됐는데 이는 사내 계선조직이어서 일반인에 대한 정보공개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보비대칭' 즐기는 후진적 금융경영에 은행연구소 묶어놔서야…
하지만 은행권의 이같은 행보는 연구소를 철저히 사유(私有)하는 데 만족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회원들에게 자료를 공급하고 있고, 여타 권위있는 기관들도 각종 허브망을 통하면 온라인판으로나마 열람을 허락하는 상황이고, 각종 전문지식을 무료로 널리 웹상에 공개하는 것도 정·관·재·학계의 미덕으로 뿌리내려 가는 단계다.
더욱이, 은행이야 말로 공적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일반인들의 혈세를 가장 많이 흡수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일반인(잠재고객)들에게 벽을 쌓는 게 온당치 않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연구실 조직만 갖고 있는 우리금융의 경우 IMF 위기 10년 후인 지금도 예보 통제를 받을 정도로 공적자금 수혜의 산증인격이다. 신한은행 역시 조흥은행을 인수했고, 하나금융 역시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등 외환위기 이후 상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교통정리에서 수혜가 컸던 당사자들이다. 공적자금으로 살아나거나, 공적자금으로 살린 금융기관들을 인수하면서 비약적으로 성장한 은행이 소규모 사설 은행이나 금고와 같은 행보를 보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은행권이 생산한 각종 정보를 독점하고 고객이나 일반인에게 주기 꺼리는 것은 '정보비대칭'이라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제기된 담배 소송 판결은 담배메이커들이 "담배가 해롭다"는 산하기관 연구자료를 독점, 비공개로 묶은 다음에 수익을 추구한 것이 온당치 않은 일이라고 이론을 구성했다. 은행권이 전문지식을 독점, 악용해 영업을 하는 데 대해서도 펀드 소송(불완전 판매 펀드 사건)으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납세자인 일반인으로서든, 고객(잠재고객)으로서든 은행 연구소 자료를 얻어보는 데 높고 단단한 벽을 느끼는 것이 당연한지, 해당연구소들의 판단과 해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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