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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외환은행, 매각최적화 초점?

저신용자 대출등엔 거리 두고 이익 극대화에 적극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8.03 10:32:41

[프라임경제] 외환은행이 5일로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실적 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들이 대체로 우수한 실적을 거둔 바 있고, 외환은행도 2000억원대 흑자 달성을 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국내 금융권과는 다른 독자 행보를 계속하는 와중에 나온 흑자 예상이라 후한 평가를 얻기 어렵다는 평도 있다. 

때마침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가 최근 우리 법률의 허점을 이용해 거액을 절세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부각돼, 한층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론스타, 휴면법인 이용한 '절세' 시도…드디어 결실?

   
   
서울특별시와 론스타측이 투자한 강남파이낸스센터의 분쟁이 3년만에 론스타의 승리로 끝났다.  

2일 서울고등법원은 론스타가 투자한 강남금융센터가 제기한 등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1심,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돼 다시 서울고등법원이 맡은 사건이다. 이에 따라 이 분쟁은 서울시가 253억원의 과세를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진 셈이다.

론스타는 1996년 1월 설립됐으나 사업 부진으로 같은 해 7월 폐업, 5년간 휴면상태였던 강남금융센터라는 법인을 2001년 6월 인수했다. 이후 이 강남금융센터의 사업목적을 부동산 임대개발업으로 바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고층빌딩인 강남파이낸스센터를 사들인 것이다.

이때 토지와 건물 등을 등기하면서 일반세율을 적용한 등록세와 지방교육세가 납부됐다. 당시 지방세법은 대도시 내에서 법인을 새로 설립해 사업을 하려면 중과세를 각오해야 했으나, 기존 법인의 사업이라는 이유로 이를 피해 간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휴면 법인인 강남금융센터를 이용한 것은 사실상 새 법인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서울시의 주장과,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론스타측의 논리가 팽팽히 맞섰다. 이후 심급마다 승패가 엇갈리는 등 치열한 논리전 끝에 서울시가 패소한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하지만 이런 행보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얻게 된 속칭 '먹튀' 이미지를 스스로 빼기보다는 이를 굳히는 데 일조한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론스타는 휴면 법인을 인수해 강남파이낸스센터 빌딩을 매입 후 3년 만에 이를 2004년 싱가포르투자청(GIC)에 되팔면서 3000억원 가량의 단기 시세차익을 거둔 바 있다.  

론스타의 이윤 추구는 외환은행 배당에서도 두드러진다.

외환은행은 지난 3월, 보통주 1주당 125원씩 모두 806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 배당으로 외환은행 지분의 51.02%를 보유한 론스타는 약 411억원을 받게 됐고, 론스타가 3년간 배당으로 확보한 자금은 약 6882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론스타의 투자원금 2조1548억원의 87.3%에 해당한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2007년에 비해 16.6% 감소하는 등 경영실적이 악화됐지만 3년 연속 배당을 시행한 것이 돼, 배당 결정 당시에도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사진=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은행자본확충펀드와 거리 둬…배드뱅크에서도 발 빼

외국인 대주주 챙기기 논란에 이어, 외환은행이 시중은행들과는 다른 독자행보를 종종 보이는 점도 눈길을 끌어 왔다.

외환은행의 참여 거부로 인해, 은행권 부실자산과 채권을 인수, 은행권에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됐던 '배드 뱅크' 출범이 9월 이후로 늦춰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시중 주요 은행들이 출자를 통해 장애 배드 뱅크를 설립하도록 하자는 게 은행연합회 등 당국의 구상이었지만, 최근 외환은행이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다른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배드뱅크 설립에 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배드 뱅크 설립이 늦어지는 경우 금융권 체력 강화를 통한 기업 대출 지원에 차질이 생기는 등 경제 대책 전반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평가다. 

외환은행으로서는 최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등 여건 변화로 매각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된 와중에 배드 뱅크에 자금을 출자하는 데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매각을 감안하면, 회수에 어려울 자금을 쏟는 게 어렵다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또 외환은행은 당국이 야심작으로 내놓은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시중은행들과 다른 길을 걸은 적도 있다. 웨커 당시 행장은 지난 3월 31일 정기 주주총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적자금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답해 은행자본확충펀드를 통해 은행권의 체질을 개선하고, 기업 대출 여력을 강화하려는 시도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한국시장은 돈 버는 곳일 뿐? 매각최적화에만 초점

한편, 외환은행은 저신용자 대출 등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희망홀씨대출'의 경우 하나은행 746억원(7월 16일 금융감독원 자료 기준: 이하 같음), 우리은행 454억원, 국민은행 435억원 등 시중 주요은행과 비교해도 외환은행의 대출 총액은 상당히 작은 규모다(약 1억원). 이는 지방은행인 부산은행(49억원), 경남은행(3억원)에 비해서도 적은 액수다.

외환은행이 대항항공, 대한의사협회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유망 시장을 개척하는 데 열심인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만한 유력한 주체가 아직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지 못한 상황이고, 이에 따라 빨라야 내년 초에야 인수 주체가 명확해질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론스타와 외환은행은 시장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 본격화될지 모르는 매각 작업에만 '최적화'만 열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론스타와 외환은행이 당장은 국내 금융계를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 매각을 염두에 둔 행보에만 너무 열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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