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검투사' 시대 가고 '정도경영' 전성기 오나?

하나銀·우리銀 파생상품 내상치료중…방법은 서로달라'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7.24 17:10:01
[프라임경제] 파생상품에 손대면 패가망신, 무리한 영업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 공격적 경영이 살 길, 혹은 정도 경영이 해법?

최근 은행들이 파생상품에 손을 댔다가 홍역을 치르는 일이 여럿 목격되고 있다. 우리금융 회장을 역임한 황영기 KB금융회장은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에 적극 투자를 했다가 예금보험공사의 책임론 제기로 명성에 흠집이 났고, 하나금융지주 산하 하나은행은 환율 변동 관련 상품인 키코로 인해 1분기에 고난의 행군을 했다. 한편 하나은행은 2분기 흑자로 전환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실익이 적은 영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우리 나라 금융계 전반의 영업 방침이 어떻게 변화하는 자극제가 될지 주목된다. 정도 경영이 한층 주목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정반대의 대처법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관전 포인트다.

◆예보, 우리은행 파생상품 관련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 질책

예보는 지난 2006~2007년 우리은행 파생상품 투자손실과 관련, 황영기 전 우리지주회장 겸 우리은행장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황영기 전 행장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으나, 박해춘 전 행장(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 이종휘 현 행장 등의 징계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사진=황영기 현 KB금융 회장은 '검투사'로 불릴 정도로 저돌적 경영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 과욕으로 현재 논란대상이 됐다.>  

예보는 이르면 내달 5일 징계폭과 수위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도 우리은행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당초 예정보다 한달 앞당겨 9월초쯤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 문제는 전·현직 우리금융지주 및 우리은행 간부들에 대한 낙인 찍기는 물론, 우리금융지주에 대해서도 심리적 부담감도 크게 줄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6~2007년 신용디폴트스와프(CDS)와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투자, 투자금액의 90%를 손실처리하는 곤란에 직면했다.

당시 이들 상품은 안전 상품이나 다름 없어 현재 기준으로 문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일각의 반대론에도 불구, 예보가 이번 징계 방침을 확인한 것은 은행권에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투자 당시만 해도 이들 상품은 그야말로 안전 상품이나 다름 없이 인식돼 있었고, 현재 기준으로 문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일각의 반대론에도 불구, 예보가 이번 징계 방침을 확인한 것은 은행권에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적인 은행 영업 패턴에서 벗어나 공격적 마케팅을 외치며 질주하던 당시 은행권 행보에 대해 늦었지만 강하게 질책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의 채찍 안 먹히나' 우려감

한편 24일 실적발표를 한 하나금융지주의 성적표도 우려를 낳고 있다.

우선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해 환율변동상품인 키코를 팔았다가 대거 충당금을 쌓게 돼 1분기 적자를 낸 바 있다. 이번 2분기 하나금융지주는 1966억원의 당기순이익과 250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일단 '키코 펀치'의 외상은 대부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상은 아직 그 후유증이 만만찮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막을 들여다 보면 2분기 흑자에는 충당금 환입액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태산 LCD(키코 관련) 충당금 1887억원이 환입돼 '흑자전환'에 큰 '효자노릇'을 했다. 바꾸어 말하면 환율 변동으로 큰 덕을 봤다

   
  <사진=하나금융은 키코 관련 손실을 메꾸는 데에는 일단 성공했으나, 공격적 영업을 고집하는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의 방침에도 불구, 내실이 적은 영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는 뜻이고 운에 따라 은행은 물론 지주 전체 성적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수수료이익과 매매평가익 등 수익력이 회복됐고, 비용절감 노력으로 판매관리비 등을 줄였지만, 역시나 한 번 위험한 파생상품에 손을 댄 여파는 지속적으로 남은 셈이다.

자칫 환율마저 고공행진을 잇는 등 불안했다면 그 후유증을  가늠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반기' 기준으로는 여전히 적자(상반기 1267억원 당기순손실, 1671억원 영업손실)라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하나은행만을 놓고 봐도 하나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1698억 원으로 나타났다. 김정태 행장이 지난 해 '영업'을 강조하면서 대거 영업 강화 전진 배치와 승진 인사를 하고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당기순이익 개선에도 불구, 순이자마진(NIM)이 1분기의 1.6%에 비해 17bp낮아진 1.43%인 점을 감안하면 같은 규모의 순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하나은행이 더 많은 일을 하는 비효율을 보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공격적 영업으로 어렵게 올린 수익을 파생상품 상처 치료에 계속 쏟고 있는 셈이기도 하다.

◆정도경영 대 채찍경영, 누가 승리할지 '향후촉각'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변동금리 대출 영향을 탔다고 해석해도, 영업통 행장이 지휘하고 있는 은행으로서 보면 실속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김 행장은 최근 "실적 지표가 좋지 않아 승진 인사가 어렵다"고 직원들을 더 몰아세울 뜻을 밝혀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쪽에서는 파생상품 등 영업 방침에 대한 반성으로 풀이되는 발언이 나왔다. 무리한 영업과 관련된 자제를 천명한 것이다.  

   
  <사진=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은 정도 경영을 하반기 기틀로 삼아야 한다고 말해, 과잉 영업 우려를 일축했다.>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은 24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정도영업 메시지'를 직접 발표했다. 이 행장 자신이 황 회장, 박 이사장 등과 함께 우리은행 파생상품 손실 책임자로 거론되는 상황이라 몸을 사리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미 정도 경영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해석이 더 유력해 보인다.

이 행장은 "단기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행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성장을 위해 고객행복, 정도영업, 자율영업, 인적역량 강화 등 적극적인 혁신 활동을 통해 경영목표 달성과 1등 은행 도약에 매진하길 바란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렇게 금감원과 예보 등 관계당국들이 무리한 영업에 제동을 걸 뜻을 분명히 한 가운데, 두 관련 은행이 정반대의 행보를 선언하고 나선 셈이라, 향후 어느 방식을 택한 쪽이 마지막에 웃을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