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제 회복 국면에서 유동성을 조절, 인플레이션을 예방하는 이른바 ‘출구전략’을 둘러싸고 방법과 시기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유동자금으로 인한 또다른 경제위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KDI發 출구전략 검토설 솔솔
10일 한국은행은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를 전분기 대비 2.3%로 내놓은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1일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작년 대비 -2.0%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예상치를 뛰어넘는 빠른 경기 회복 조짐 때문에 출구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 눈길을 끌었다. KDI는 “한국 경제가 다수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하고, “위기 이후 정책방향을 먼저 고민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재정확대 정책과 저금리 기조를 그간 이어온 만큼, 이제는 그 부작용을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명시적으로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조치를 이미 단행하고 나서, 출구전략을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한국은행은 통화안정채권 발행량을 지난 연말부터 지난 6월말까지 약 40조원 늘려 유동자금의 상당부분을 다시 흡수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또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저금리·고유동성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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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은 공식적으로는 출구전략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한은의 각종 행보에 대해 사실상 출구전략의 시작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
더욱이 총액한도대출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액한도대출은 시중은행에 대해 중소기업 지원실적용으로 시장 금리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중앙은행이 자금을 배정해 주는 제도로,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한은은 현재 10조원으로 한도를 높여 놓은 상태다. 그러나 당초 지난해 3분기에 총액한도대출이 6조5000억원었던 상황에 비하면 유동성 과잉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는 요소라 조정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직접 손대는 방안은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지만,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에 일정부분 예치해야 하는 지급준비율을 올려 간접적으로 이자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일단 부정적 견해 재확인
하지만 이같은 출구전략 논의가 성급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출구전략’을 검토하기보다는 경기부양에 초점을 둔 통화정책을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버냉키 의장은 “미국 경제에 아직 추가적인 위험이 남아있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제한적인 만큼 아직은 경기부양에 집중할 때”라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상당기간 느슨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23일 상공회의소 주최 포럼에서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도 “지금은 출구전략을 논할 때가 아니고 경기가 나빠질 경우 제2의 부양책을 어떻게 실시할 것이냐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고 해외 경제 환경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대래 기획재정부 차관보 역시 같은 기회에 “경기확장 기조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출구전략보다 재정확대를 고수할 뜻을 밝혔다.
노 차관보는 “(경제지표가) 내용을 보면 자동차 취득세 면제, 개별 소비세 인하 등 일시적 변수들이 많았다”면서 인위적 부양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아직 민간소비가 본격화되고 있는 징표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 차관보는 “올해 경제 성장률은 - 1.5% 정도”라고 예상하고 “인플레 가능성이 없다. 때문에 이 시기에 금리를 인상했다가는 자칫 재정을 투입해 끌어올린 경기마저 모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기재부의 움직임으로 출구전략 시기에 대한 논의는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전략 자체는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에 논란은 조만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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