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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경제팀 6개월 ‘성과와 과제’

경제위기 선방했지만 ‘민간투자 확대·정책일관성’ 관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7.23 07:39:13

[프라임경제] 이명박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취임 반년을 맞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달 10일로 취임 6개월이 되며,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달 20일에 6개월을 맞았다. 집권 첫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여파에 경제 사령탑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이유로 교체된 가운데, 2기 경제팀은 외환 보유고 논란을 잠재우고 은행자본을 확충해 금융권 불안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재정 부양으로 경기 침체 고삐를 잡은 것도 이들의 공로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들이 헤쳐 나가야 할 일이 많다. 2기 경제팀 6개월을 점검했다. 

◆과감한 추경예산, 금융권과 기업 수술

윤 장관이 이끄는 기획재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집행을 주도해, 올해 초 국회에서 결정된 2009년도 예산 257조7000억원 중 167조1000억원, 6월 중 통과된 추가경정예산도 총 15조1000억원 중 4조4000억원을 경기 부양을 위해 투입했다.

진 금융위원장은 지속적으로 대외 신인도 위험을 겪고 있던 우리 금융권과 중소기업에 중장기 대책을 제시했다. 각종 외신발 위기설이 반복되는 것이 일상적이고 단기적인 대응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계 각국이 재정 정책을 집행하는 동향도 참고한 것이다.

진 위원장은 시중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1년 만기 연장을 할 것과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이용할 것이라는 데 동의를 받아냈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기업그룹의 구조조정에도 압박을 가하는 등 금융권을 통한 산업 체질 개선을 주도한 것도 진 위원장이다.

이런 정책들은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우리 경제가 선방하는 데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우리나라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1% 성장했는데 GDP 플러스 성장은 OECD 국가 중 유일하다.
아울러, 6월말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1.5%로 예측되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21일 발표한 ‘2009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작년 대비 -2.0%로 예상되고 있다.

더 큰 마이너스 폭의 경제성장률 전망이나 경기 회복 조짐을 보이다가 재차 추락하는 더블 딥 가능성을 놓고 고민하던 연초 상황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한국은행이나 기획재정부에서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이면 경기회복이 가시화될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사진=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은행의 대출 연체율(금융감독원 집계)도 6월말 1.19%로 떨어져 올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카드 연체도 최저치 수준을 보이고 있다. 5개 전업카드사 연체율은 6월말 3.10%로 6년 만에 최저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부도업체 수도 125개로 일단 올해 들어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민간투자 이끌어 낼 묘안 절실

하지만 이러한 경제팀 2기의 성과가 나름의 호평을 받았음에도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로 들어서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경제지표 개선 자체는 반갑지만, 이러한 개선이 상반기에 대거 예산을 집행한 재정 정책이 만든 착시현상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돈을 풀어 당장 경제지표들과 기업·가계를 떠받치고 있는데 이 효과가 언제까지 갈 수 있냐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팀이 하반기 들어 한층 고전할 수밖에 없는 원인은 ‘실탄’이 떨어져 간다는 데 있다. 올해 하반기에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101조3000억원대. 총 272조8000억원 중 171조원대를 이미 상반기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착시현상을 이어 나가려 해도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기 경제팀은 민간의 투자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다.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 투자가 하반기를 책임져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장관은 지난 15일 “상반기까지는 재정으로 버텨왔지만 이젠 민간의 설비투자 확대로 경기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장관은 자동차 업계를 거론하면서 당국에서는 이미 모든 혜택을 다 줬는데 기업이 미온적이라고 불평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역시 경기 회복을 예상하면서도 “동력원이 확실치 않다”고 단서를 단 것도 윤 장관의 우려와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간이 투자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받쳐주지 못하면 가까스로 살려놓은 경기가 재정정책 효과의 소멸 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 회복이 시작되어도 오름폭이 완만하고 바닥이 긴 U자형을 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거의 개선 조짐이 없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설비투자액은 2003년 1분기 18조336억원, 2005년 1분기 18조5421억원, 2007년 1분기 22조3816억원대에 달했으나, 2009년 1분기에는 17조7406억원에 머물렀다.

기업들이 경기 침체 속에서 투자를 선뜻 늘리기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이 같은 투자 위축을 해결하지 못하면 하반기 경제침체와 실업 증가, 가계 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간 투자를 어떻게 늘릴지가 관건이다.

◆기업 구조조정도 효율성 제고 요청

금융위원회가 펴온 정책도 개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1일 국회 예산처는 “지난해 말 일부 금융기관이 자력으로 자기자본비율을 확충하면서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마련한 은행자본확충 펀드를 신청하지 않아도 자립경영이 가능하게 되었다”면서 “그러나 일부 은행이 부실은행으로 낙인 찍히는 것을 우려해 대부분의 은행에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사용하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예산처는 “정부가 대손충당금 적립 등의 이유로 기업구조조정을 꺼리는 은행에게 자력으로 자본확충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은행들이 미리 조성된 은행자본확충펀드를 활용하여 낮은 비용으로 은행자본의 확충을 유도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위의 판단에 흠이 없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효율성’에 보다 초점을 맞춰줄 것을 지적한 대목이다. 
더욱이 33개 대기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했지만, 이를 제대로 마무리 짓는 일도 큰 과제다. 더욱이 시중에 이미 과도하게 풀린 자금이 부동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낳고 있는 점도 모니터링 대상이다.
한편 윤 장관과 진 위원장의 2기 경제팀이 ‘일관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세 정책과 관련, 최근 경제사령탑이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 장관은 6월 28일 국회에서 “법인세, 소득세 인하 계획 유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다음 날 전국경제인연합회 행사에 참석해서는 “정부의 감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는 등 감세 정책을 둘러싼 혼선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감세 정책 논란은 특히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최근 서민정책과 곳곳에서 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더 눈길을 끌고 있다. 강만수 경제팀의 실패가 정책 일관성을 잃었던 데 원인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2기 경제팀이 재정정책 이후의 카드가 마땅찮다는 데서 스스로 위축돼 자충수를 남발할지 임명 초기의 솔직함을 이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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