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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해외진출…‘핵심전략’ 비교

경기악화 둔화되자 각양각색 재시동…‘무리수’ 여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7.20 16:34:17

[프라임경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풀 진정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다시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기존에 추진하던 것을 재개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는 현지 시장 조사 차원의 사무소나 지점 설립으로 법인 설립 전초전 단계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미 국내 은행들이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중국 등을 넘어서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등에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전인미답의 길’…국민은행

   
  <사진=국민은행은 BCC와의 협력을 통해 중앙아 진출 교두보를 열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사진은 BCC 간부진을 초청, 핵심 경영 역량 이전 준비 중인 모습(2008년 5월)>  
국민은행은 지난 5월, 캄보디아 크메르유니온뱅크의 지분 51%를 인수해 ‘KB캄보디아은행’을 열었다.

특히 KB캄보디아은행은 일반산업체들이 공동 출자 방식으로 세운 은행을 전문금융기관이 인수한 것으로 눈길을 끈다. 이 은행은 대한전선·경안전선·포스코건설 등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7월 공동 출자해 설립한 곳이다.

캄보디아는 금융 기반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KB캄보디아은행은 현지 진출기업들을 상대로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현지인 상대 영업 부분에서도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 일행이 서울 국민은행 IT센터를 방문, 시찰하고 적극적인 협력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가능성을 열기도 했다. 향후 캄보디아 금융기반이 확충되는 경우 자동화기기(ATM), 인터넷뱅킹 및 신용카드 시스템 등을 이식할 수 있는 기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설치해 놓은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문제도 지분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한때 실적 악화로 인해 KB금융지주·KB국민은행의 골칫거리로 떠오를 가능성도 예견됐던 BCC는 KB금융지주가 이미 이 문제에 대해 1분기에 이미 1050억원의 감액손을 반영하면서 리스크가 소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2011년 초까지 50.1%를 매입해 BCC 경영권을 획득하는 당초 목표가 다시 재가동될 전망이다. 강정원 행장은 이미 지난 3월말 기자간담회에서도 BCC 지분 문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 BCC 진출의 실패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강 행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금융 트라이앵글(동남아시아·독립국가연합(CIS)·중국)’이 이뤄질 가능성이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시장의 경우 KB국민은행은 광저우와 하얼빈에 지점을 두고 있어 중국 시장 개척 과정도 주목을 끌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린다…우리은행

우리은행은 해외 진출 과정에 신중하게 공을 들이는 편이다.

우리은행은 2007년 중국법인을 설립한 가운데, 한국계 은행 최초로 인터넷뱅킹, 중국 개인대상 위안화 영업 등을 시작하는 성과를 올렸다. 요란한 실적 늘리기보다는 베이징대에 도서 100여권을 기증하고, 중국내 유적지에서 환경미화 활동에 나서는 등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력한 바 있다. 또한 현지인 채용을 적극적으로 해 중국 영업에 효율을 최대화했다.

   
  <사진=우리은행 중국법인 홈페이지 메인화면>  

우리은행 중국법인이 이렇게 조용히 다진 입지는 우리나라가 지난해 외환부족 우려를 겪는 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말 중국 우정저축은행으로부터 5년 만기 정기예금 3억위안을 유치한 데 이어, 금년 1월에는 중국은행(Bank Of China)으로부터 8억2400만 위안(약 1억2000만달러) 차입에 성공한 데에는 우리은행 중국법인의 역할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중국법인은 자금 차입을 위해 국내 본점과 공동으로 중국 현지 26개 은행들을 끊임없이 방문, 우리은행의 건전성과 위기극복 능력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IR(기업설명회) 활동을 벌여왔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에는 두바이 사무소와 쿠알라룸푸르 사무소를 신설하는 등 신규 활동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오는 8월 중 브라질 상파울루에도 사무소도 열 예정이다.

◆일본 현지법인화 관건…신한은행

신한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서도 해외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현재 미국·중국·캐나다·베트남·독일 등 8개 해외법인을 두고 있고, 13개국에 43개 거점을 두고 있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과제는 신한은행의 숙원 사업인 일본 현지법인 설립. 재일교포 자금으로 세워진 인연을 생각하면 일본 현지법인 설립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은 일본 금융청으로부터 일본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받고, 향후 본인가를 거쳐 올해 3분기 중에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일본 내에서 현지법인으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은 씨티은행이 유일한 상황에서, 신한은행이 씨티은행을 맹추격할 가능성도 주목을 끌고 있다.

한편, 신한은행은 ‘정’을 강조하는 소매금융으로 해외 선진국 시장을 장악할 뜻을 이미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백순 행장은 취임 초기 “소매금융에서는 정을 강조하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독한 영업방식과 ‘1+1’ 전략…하나은행

   
  <사진=하나은행은 중국 현지화 전략에 이어, 홍콩 동아은행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까지 터를 다져온 중국 시장 인근부터 차례로 영역을 넓혀가면서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할인점의 ‘1+1’ 상품처럼 필요한 상품에 하나 더 끼워줘 눈길을 끄는 방식과 유사하다.
 
하나은행은 혹독한 현지화 전략으로 유명하다. 한국인 직원의 비율이 현지법인 총인원의 7%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상하이 분행장의 경우 현지인을 앉히는 등 고위 책임자급에도 중국 인재를 기용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한국인 직원의 경우  철저한 회화 교육·6개월은 단신 부임을 원칙으로 하고, 본사에서 퇴사 후 현지법인에 입사하도록 조치하는 등 ‘독한 영업’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 등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  중심인사들 중에 영업통이 많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은 1년 6개월 사이에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은행이 본래 강점을 갖고 있는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 업무를 통해 공격적으로 접목하려 한다는 방침도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은행은 PB분야에서 ‘유로머니’지 선정 우수금융기관으로 5년 연속 선정되는 등 노하우를 인정받고 있다.

이렇게 공격적인 영업을 모토로 하지만, 해외 진출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는 신중에 신중을 더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국 인접 지역인 홍콩 방면을 강화하기 위해 홍콩 동아은행과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었다. 하나은행은 홍콩 동아은행과 함께, 두 은행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 제공, 신용 공여 한도 등 금융서비스 공동 제공, 인력과 금융기법 교류 등을 추진키로 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번 업무제휴를 통해 홍콩 동아은행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중국, 홍콩 지역 등 동아시아 영업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혀, 영업망을 익숙치 않은 지역으로 넓히기 보다는 거점인 중국 중심으로 조금씩 새 시장을 더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규모에서 이들 4개 은행과 순위 다툼을 벌이는 외환은행과 기업은행도 해외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외환은행도 홍콩에 투자금융(IB) 전문 현지법인인 ‘환은아세아재무유한공사’를 설립했고, 올해 안에 중국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역시 중국 5개 지역 내 지점들을 현지법인으로 전환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1997년 10월 톈진에 처음으로 중국 지점을 개설한 바 있다.  

◆예대비율 조정 등 갈 길 멀어

하지만 이 같은 진출 재시동은 마냥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중국의 경우 현지법인으로 진출해 있는 외국계 은행들이 예대비율을 75%까지 감소시켜야 하는 시한이 2011년으로 바짝 다가와 있다. 이에 따라 이미 진출한 은행들은 물론 앞으로 법인을 설립하는 은행들의 경우 필연적으로 현지화를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서 현지화 비율을 강조해온 은행 중 하나은행 등도 아직 예대율을 100% 이하로 떨어뜨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목표달성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IB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외환은행의 경우 현재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적으로 극복되기 전에는 IB 분야에서 큰 수익을 올리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점이 숙제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국내 은행들이 아직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투(me too) 전략’으로 서로 해외 진출 재개에 열을 올리기엔 위험성이 높다. 국내 은행들은 올 2분기에도 지난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순익을 달성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아직 체력 회복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순이자마진(NIM) 악화, 대출경쟁으로 인한 성장성 저하 등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진출 러시가 무리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자칫 해외 시장에서 실패할 경우 2008년 파생금융상품 투자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들이 큰 손실을 입었던 외국발 위기를 반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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