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증권사들의 ‘소액 지급결제 서비스’가 곧 시작되면서 은행과 증권사간 경쟁이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증권사와 은행권이 고객 쟁탈전을 다시 한 번 치르게 된 것이다. 이미 양쪽 업계는 2007년 주식과 펀드 열풍 때 CMA로의 고객 이동 현상이 한 번 있었고, 최근에는 CMA 신용카드 출시를 놓고 양쪽 업계가 격돌을 벌인 바 있다. 이번 소액 지급결제 서비스 문제를 놓고도 치열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액 지급결제 서비스, 왜 화제인가?
증권사들이 대거 이 서비스에 나서면, 이제 은행 통장과 증권사 CMA 계좌의 소액결제 기능에는 차이가 거의 없게 된다. 거래고객의 어음수표 결제와 지로나 급여, 공과금 등의 자동 이체, 인터넷이나 전화에 의한 자금 이체 등 현금 외의 지급 수단이 포함된다.
그 동안 CMA는 고금리에 증권 거래에 강점이 있는 계좌 정도에 불과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직장인이 급여를 고정적으로 받는 통장과 CMA를 별개로 가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기능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CMA 하나로 급여를 받고 카드대금을 결제하는 물론, 지로 수납, 인터넷 뱅킹을 접목한 인터넷 쇼핑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은행 통장을 별도로 가질 필요 없이 사실상 모든 일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은행, ‘규제 형평성 맞춰달라’ 목소리 높여
은행들로서는 금융시장에서 가져온 전통적 지위 자체가 위협받는 일대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은행권이 증권사 소액 지급결제 서비스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은행권이 기대를 거는 대목은 CMA에 대한 규제 강화다. 시중은행장들은 CMA가 은행 통장과 다른 규제 수위를 적용받는다는 뜻을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9일 CMA 시장 확대 때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 위험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규제방안을 마련하고 나선 바 있다. 증권사는 CMA 수탁고 대비 일정 규모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야 하고,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의 경우 편입채권의 평균 만기 기간을 6개월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또 한국은행과 협조해 한은의 수시 RP 매입 대상 증권사를 13개에서 25개사로 늘리기로 했다.
은행이 지급준비금이라는 명목으로 고객 인출요청에 대비, 일정규모 현금성 자산을 쌓도록 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을 증권사에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은행의 지급준비금과 비슷한 성격이며, 그 내용과 수위는 앞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장들은 CMA와 은행 통장간 규제 수위를 맞춰달라는 뜻을 13일 간담회를 통해 금융당국에 재차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등장한 각종 제도에 더해 향후 은행권의 입김에 따라 일부 강화 조치가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규제 형평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은 이것이 CMA의 고금리 행진에 일부 제동을 걸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은행 지급준비금 제도에 준하는 현금 자산 비축 등 여러 규제를 받을 수록, 증권사는 운신의 폭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수익률 문제로 이어져 결국 높은 이율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데 지장을 받게 된다. 결국 CMA의 가장 큰 매력인 고이율에 흠집이 나는 셈이라, 제도적 보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합 상품’과 ‘고금리’·‘대출 특전’ 등 눈길
하지만 은행권이 이번 결전 국면에서 제도적으로 발목을 잡는 데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CMA가 갖는 본질적 장점인 고금리를 따라잡아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있다. 또 증권과 카드상품의 장점을 모은 ‘복합금융상품’을 내놓아 CMA의 기능 강화에 대응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더욱이 은행권이 가진 강점인 ‘대출’ 문제와 연관성을 둔 상품을 내놔 강점을 부각하는 전략도 내놓고 있다.
우선 고금리 상품에 은행 특유의 안정성을 강조한 상품군이 눈에 띈다. KB국민은행은 ‘KB스타트 통장’을 통해 만 18세부터 32세 이하의 젊은 고객층을 대상으로 평균 잔액 100만원까지 연 4%의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15일 현재 129만 계좌가 판매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기업은행의 ‘아이플랜통장’은 고객이 잔액 예상치를 미리 정하고 이에 따른 차등금리를 제공한다. 급여가 두 달 연속 입금되면 100만원만 넘어도 2.3%의 금리가 붙는다.
우리은행 ‘AMA플러스급여통장’은 잔액이 100만원을 넘으면 하루만 맡겨도 초과액에 대해 2.2%의 금리를 보장한다. 단 100만원까지는 이자가 없다. 저축예금과 MMDA 예금이 자동스윙 방식으로 연결된 상품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4.1%까지 금리를 제공한다. 15일 현재 102만 계좌가 개설돼 있다. 우리은행은 ‘하이믹스 복합 예금’도 판매하고 있다.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일반 예금처럼 자금을 받아 증시에 투자하는 상품이라, 안정성과 고수익을 모두 누릴 수 있다. 16일 현재 ‘하이믹스 25호’까지 출시된 바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급여이체시 단 하루만 맡겨도 최고 연 3.5% 금리를 제공하는 ‘씨티 EMA 예금’을 판매 중이다. 기존 고객의 전환 유치를 위해 인터넷으로도 기존 저축예금을 간편하게 EMA 예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복합 상품’도 이번 CMA 소액 지급결제 허용 국면에서 은행권의 방패로 기능할 전망이다. 증권 등 기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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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KB 플러스타(plustar)통장’을 선보인 바 있다. 통장 하나로 국민은행의 은행서비스와 KB투자증권의 증권 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어, CMA의 기능과 유사한 장점이 있다. 여기에 연계상품인 ‘KB 플러스타 세이브(plustar SAVE)카드’를 발급받으면 대출금리를 연 최고 0.3% 할인해 주고 각종 금융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어 15일 현재 2003억원의 고객 자금이 유치돼 있다.
스윙 기능은 통장에 일정금액 이상이 쌓이면 기준을 초과한 잔액을 수시입출금식예금(MMDA)나 CMA, 정기예금 등으로 자동이체한 뒤 높은 금리를 준다. 경우에 따라 일반 통장에 남겨 놓은 기준금액 잔액이 부족해 공과금이나 카드 결제가 어려울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역스윙’도 고안돼 있다. 스윙과 반대로 기존 계좌에 결제 자금이 부족할 때 고금리 계좌에서 돈이 되돌아오는 것이다.
우리은행의 ‘AMA전자통장’은 100만원을 초과하면 MMDA 통장으로 자동이체돼 하루만 맡겨도 연 2.2%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기업은행의 ‘아이플랜급여통장’도 한 계좌에 고금리 스윙을 위한 가상계좌가 추가로 붙어 있다. 하나은행은 급여통과 하나대투증권의 CMA를 자동으로 연계, 운용되는 ‘빅팟통장’으로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신한은행도 ‘탑스 직장인플랜저축예금’의 리모델링을 통해 9월까지는 기능을 강화한 업그레이드판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에게는 대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강점도 있다. CMA 고객이 금융상품을 담보로 대출하는 방안도 있지만, 자산 규모 등 여러 먼에서 대출 관련 거래에서는 은행이 강점을 앞으로도 유지할 전망이다. CMA로 갈아타지 않고 여러 은행권 아이디어 상품을 통해 ‘거래 실적’을 쌓으면 주택 구입 등 목돈 대출이 필요할 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급여통장을 어디에 두느냐가 대출 심사에서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전략은 앞으로도 유효해 보인다. 더욱이 은행권 역시 직장인이 급여통장만 갖고 있어도 대출을 해 주는 방향으로 상품 설계를 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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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AMA플러스급여통장’은 최소한 6개월 이상 급여 이체 실적을 연소득으로 인정했던 기존 상품과 달리, 우리은행이 선정한 기업체 임직원에게는 한 달만 급여 이체를 해도 연소득으로 환산 적용함으로써 새내기 직장인도 즉시 신용대출이 가능하게 했다.
기업은행도 급여 이체를 하는 직장인에게 소득 증빙 서류 없이 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아이플랜 급여이체론’을 판매 중이다. 3개월 이상 급여 이체를 하고 있는 근로자 고객에게 최근 3개월 급여합계의 2배(최고 1000만원)까지 대출해 준다.
이렇게 은행권이 내부적으로 치열한 통합상품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지주에 속하는 증권사, 카드사 등과 연계해 적극적인 대응을 펴고 있다. CMA는 은행통장을 따라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고, 은행권은 오히려 CMA를 이용한 새 상품을 내놓는 등 벤치마킹이 활발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7년 펀드 열풍을 타고 일어난 CMA 1차 대전과 CMA 신용카드의 2라운드에 이은 이번 소액 지급 결제 서비스 허용 국면은 쉽게 승패가 결론지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권이 아이디어 열풍만큼 선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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