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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이기적인 ‘아이팟 사랑’

‘돈 안되는’ PDA뱅킹시장 포기…무례한 독자행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7.01 13:31:31

   
  <사진=서울 을지로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 본점>  

[프라임경제] 하나은행이 최근 금융서비스 기반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맞춤형 인터넷뱅킹을 모토로 한 차세대시스템 ‘팍스하나’를 개통한 하나은행은 모바일 영역에서 ‘아이팟’을 이용한 금융거래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또 한 번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의욕적인 사업 추진은 좋지만 인터넷·모바일 금융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의 경중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반 금융기관들과는 색다른 판단으로 독자행보를 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새 서비스가 선구적 행보인지 역주행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이팟 위한 금융기반 마련 박차

아이팟용 금융거래 서비스는 하나은행이 아닌 하나금융지주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아이팟은 당초 음악감상 기능이 주였지만, 이후 점차 발전하면서 아이팟 터치에 이르면 대화면에 인터넷, 일정, 날씨 등을 지원하면서 기존의 PDA(휴대용 컴퓨터의 일종으로, 전자수첩에 무선인터넷 기능을 갖고 있는 제품) 상품과 유사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KT가 국내 판매를 검토·협의 중인 아이폰은 기존 기능에 전화 기능 정도를 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팟 터치가 PMP(휴대용 멀티플레이어)로 관심을 끌고 있음에도 아이팟 터치의 운영 체제는 맥(MAC, 일반 PC와 운영체계상 특이성을 보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아이팟 터치에서 사용할 모바일 뱅킹용 프로그램은 따로 개발이 이뤄져야 하는데 하나금융지주의 이번 개발 작업은 이를 위한 것이다.

   
  <사진=하나금융은 아이팟에 대한 금융기반 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자회사인 하나 INS를 통해 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팟으로 펀드 조회나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로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3개월 정도면 (일반에 선보이는 것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아이팟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고, 아이폰이 한국 무선통신 시장에 상륙할 가능성으로 시장이 넓어질 것에 대비한 선점 준비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성급한 판단?

하지만 이 같은 의욕적인 프로그램 착수는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 판단에 따른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이팟의 한국 시장 판매량은 경쟁사에 비해 최근 증가했지만, 미국에 비하면 저조한 편이다. 인터넷판 백과사전인 위키디피아는 그 이유로, 아이팟이 인기를 끈 주된 원인인 아이튠즈의 뮤직 기능 등이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되지 않고 있는 점, 또 한국인들의 다기능 선호 현상으로 인한 국산 기계 대비 경쟁력 약화 등을 꼽고 있다.

아이팟 셔플 3세대 출시 때(지난 3월12일)에는 한국 애플 스토어에 환율을 적용, 아이팟 전제품 가격을 10~30% 인상했다. 이 같은 고압적인 판매 정책은 판매량을 떨어뜨린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아이팟 터치는 올해 초 30% 이상의 점유율(인터넷쇼핑전문사이트 다나와 자료)로 한 때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으나, 2월 갑작스런 가격 인상으로 점유율이 하락, 5월에는 15%까지 점유율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이폰의 국내 이동통신부문 진출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아이팟·아이폰 시장이 확대되는 데 저해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시장 판단을 잘못해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하면 거액의 개발 비용을 낭비할 수도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이 같은 지적에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어느 기능을 제공할지 취합 검토 중”이라면서 “(아이팟 터치에서) 서비스 가능한 방식을 서너 가지를 놓고 검토 중이라 구체적인 개발 비용 범위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매킨토시용 인터넷뱅킹 지원 ‘외면’

아이팟용 금융기반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인 ‘아이팟 터치 등이 맥(매킨토시) 기반을 갖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른 의문을 낳고 있다.

국민·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매킨토시용 인터넷뱅킹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 ‘사용자가 적다’는 점을 꼽고 있다. 별개의 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기엔 시장이 좁아 애로사항이 많다는 게 그간 은행들이 내세워 온 이유였다. 

그러나 이번에 하나금융지주처럼 맥과 연관된 아이팟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좀 다르다. 같은 맥 기반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회에 매킨토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함께 만들고, 맥의 모바일용 프로그램 특수성을 보완해 아이팟용 금융기반도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거양득으로 효율성을 최대한으로 높일 기회라는 것이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는 6월 말 “아이팟용 금융기반을 내놓을 것”이라면서도 “(데스크톱) 매킨토시용 인터넷 뱅킹 지원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매킨토시용 인터넷 뱅킹 서비스. 하나금융의 경우 이번 아이팟 금융기반 제공 추진 국면에서, 아이팟 외에 일반 매킨토시용 고객을 위한 서비스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시장이 좁다는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이 매킨토시용 인터넷뱅킹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돈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팟(맥 기반)을 위한 비용 투자는 아깝지 않지만, 이 개발 기회에 함께 추진할 수도 있는 일반 매킨토시 인터넷 뱅킹 기능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상업적 판단에만 매몰된 게 아니냐’는 우려, ‘개발 효율성도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 PDA 고객은 나 몰라라?

하나은행이 일반 PDA 고객은 놓치고 있으면서 PMP(인터넷이 가능한 멀티플레이어)인 아이팟에만 눈길을 주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은 PDA 고객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PDA는 휴대용 컴퓨터의 일종으로, 초기에는 계산이나 일정관리 등 제한된 ‘전자수첩’ 용도로만 사용되다가 정보통신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포스트 PC’의 대표적인 수단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하나은행이 PDA 등 모바일 고객을 등한시하는 동안 국민, 우리 등 다른 경쟁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기울이고 있다.>  

PDA는 대개 WM(윈도 모바일)을 인터넷 기반으로 삼고 있어, 오히려 아이팟보다 사용 저변에 넓다. 데스크톱 시장에서 PC와 맥이 보이는 시장 분할과 비슷하다.하지만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은 현재 PDA용 금융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아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하나은행이 주거래 은행인데 PDA용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불편하다는 지적이 종종 올라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나금융지주측은 현재 “연간사업계획인 2009년 사업계획에는 PDA  뱅킹 개발 계획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하지만 이는 사업계획이라 실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도 6월말 현재 이 문제의 진척사항이나 개발은 “없다”는 게 관계자 답변이다.

◆불안한 ‘독자노선’

이렇게 하나금융·하나은행이 다른 은행들과 달리 PDA 시장에는 큰 흥미를 드러내지 않는 대신 아이팟 관련 영역에만 집중을 하는 것은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하는 선구적 태도로 볼 수도 있지만, 시장 상황과 겉도는 것일 수도 있다. 

휴대전화·PDA 등을 사용한 모바일뱅킹 이용금액이 2009년 1분기 1,979억원(사용건수 141만건)으로 전분기보다도 4.3%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한국은행 발표 1분기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 중 일부자료), 하나은행의 시장 선택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나은행이 보이는 위와 같은 행보가 작지만 아무도 선점하지 않은 틈새시장 개척으로 귀결될지, 혹은 작은 새 시장에 초점을 두고 움직이다가 대세를 놓치는 소탐대실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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