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상황으로 정국이 혼란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6월 국회 등은 물론 이후 정국 자체가 힘의 진공 상태로 빠져들 가능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하필 이때…한나라당 '경계' 자충수 둬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27일 이번 국민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것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으로서는 청와대와 함께 책임론으로 수세에 몰릴 수 밖에 없는 불리한 상황인 가운데, 안 원내대표가 '경계 강화'라는 표현을 쓰면서 청와대 등으로 쏠리던 이른바 '정치적 타설론'을 몸으로 막아내는 처지가 됐다.
새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친이 세력이 모처럼 결집해 안 원내대표를 세움으로써 친이-친박간 줄다리기를 일단 정리하는 등 당내 문제를 정리한지 불과 얼마 안 돼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
한나라당은 진화에 나섰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 추진을 도와야 할 한나라당이 자충수를 두면서 우선 당장 6월 국회와 '미디어법' 처리 등 현안에 속도가 확연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지지율 일부 상승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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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야당인 민주당 등 야당도 이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새 중심축으로 떠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6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이 전주 대비 5.3%p 상승, 21%를 기록했다.한나라당(27.8%)과의 격차를 한 자리수로 좁혔으나, 아직 한나라당을 따돌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다른 야당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도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 민주노동당이 5.0%로 뒤를 이었으며, 자유선진당(4.6%), 친박연대(4.3%), 진보신당(4.2%), 창조한국당(2.9%)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1월 7일(20%) 이후 처음으로 20%대로 올랐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해 촛불 정국에서도 민주당은 반사적 지지율 상승 효과를 보지 못하는 기현상을 경험한 바 있다. '거리의 정치'에 기성 정치권이 배제되는 경험을 한 것.
'뉴 민주당 플랜' 등으로 당내외에서 급격한 우경화 추진 논란을 겪던 시점에서 예고없이 당한 일이라 민주당 스스로가 이번 상황에 기민함을 보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뒤늦게 여당의 '경계 발언 논란'을 계기로 당지도부가 책임론을 꺼내들었지만, 급변하는 정국에서 조종타를 잡는 데 실패한 점은 한나라당과 오십보 백보 상황으로 해석된다.
◆정부 책임질 사람 없이 위축, 검찰 등 책임론에 노출
정부 당국 역시 책임질 사람이 없어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차원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덕수궁 인근에 모여들고 있는 추모 시민들을 경찰을 동원, 버스 차벽으로 포위 차단하는 등 초기 대응에서 자신감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추모 촛불을 든 시민들이 덕수궁 인근을 벗어나 광화문 방향으로 북상하는 것에 노이로제에 가까운 반응을 보여 항의를 샀다. 지난 해 촛불 정국에서 저지선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등으로 이번 사태가 대형 시위로 번질 가능성에 신경이 곤두선 모습이다.
서울시청 앞 광장 개방 문제만 해도 서울시측이 버티기에서 '정부측과 상의해 개방'으로 가닥을 잡은 이후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하지만 정부는 시민추모위원회의 서울시청 앞 광장의 추모제 제공 요청에 대해 27일 불허했다. 현재도 버거운 추모 시민들의 열기가 확산될 여지가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책임을 지고 총대를 멜 사람이 없는 이명박 정부의 상황을 방증한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 첫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바꾼 이번 내각이 당초 '돌격내각' 등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현안에서 해결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선 내각 1기와 대동소이하다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공안 정국 조성이라는 일부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촛불 뒷수습을 강하게 주도했던 검찰도 노 전 대통령 자살의 한 요인을 제공했다는 논란으로 총수 교체 등 개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고(현재 임채진 총장의 사표가 반려됐으나 책임론이 조만간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평이 우세하다), 힘을 다시 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촛불 정국: 거리의 정치' 재발 안 해도 말썽
이에 따라 이번 노 전 대통령 추모 열기가 지난 해와 같은 촛불 정국 등 이른바 거리의 정치 격화로 촉발되지 않아도 정국의 공백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과 같이 '아고라' 등을 매개로 한 활발한 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은 '차분히 추모하자'는 논리가 주로 온라인 세상을 주도하면서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국 수습의 어젠다를 제시하는 데에 정부나 기존 정치세력 모두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6월 정국 그 이후에도 정가가 어지러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의 대안으로 꼽힐 만한 친박 진영 역시 마침 터져 나온 박근혜 전 대표와 김무성 위원 갈등설 등으로 중임을 맡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라 재보선, 지방선거 등이 없어 정부가 사실상 일을 할 수 있는 마지막 해로 꼽히던 2009년 역시 여름 한 철을 무의미하게 소모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 이는 곧 경제침체의 여파의 재발과 재추락(더블 딥)으로 치닫는 등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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