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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마우스' 중심 노동운동,멍드는 기업

소수 문제제기에 발목잡혀 고전…경제위기에 설상가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5.25 08:47:06

[프라임경제] 지나치게 활발한 노동운동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 국면이라는 호된 홍역을 치른 바 있고,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고 국내 경제의 경우 더블딥(회복 조짐을 보이다가 다시 침체로 들어가는 일)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기업 경영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고군분투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지나친 요구조건을 내세우는 노조나 근로자들 때문에 발목을 잡히기도 한다. 항상 이슈를 찾는 언론도 이에 편승하기도 한다. 더욱이 아예 기업이 좌초하는 경우도 왕왕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지도부, 금속노조와 임단협 일정까지 맞추겠다?

22일 현재 현대차는 노조와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이다. 금년의 임단협은 2차례의 상견례가 무산되는 신경전 끝에 다시 열려 더욱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다.

노조의 임단협 안 핵심내용은 지난해부터 이어 온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 문제로, 주, 야간 10시간 근무에 해당하는 임금 요구다.

또 신차 개발시 국내 공장 우선 투입과 내년부터는 금속노조와 같은 일정의 임단협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현행 2년에서 1년으로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단축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회사 측은 임금체계 개선 요구에 대해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 알라배마 공장 등 해외 공장 설립을 하고 있는 현대차의 해외 진출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더욱이 금속노조와 일정을 맞춰 임단협을 하겠다는 구상은 그렇잖아도 강경 노조활동으로 이름이 높은 현대차 노조와 상위노조인 금속노조가 시너지 효과를 내 현대차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현재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힘을 쏟는 한편, 신형 에쿠스 등 고급차종을 내놓으면서 세계적 카메이커 성장과 한국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

더욱 큰 문제는 노조원들의 기류가 이렇게 매번 금속노조의 활동에 첨병으로 나서는 데 일치단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대차 노조원들 사이에도 지난해 글로벌 위기로 촉발된 장기간의 경기침체 탓에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민노총의 ‘쇠고기 관련 총파업’에서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의 정치파업에 참여하기 위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벌였으나 현대차 자체로는 과반수를 넘기지 못했다. 그런데도 금속노조 전체로 계산, 과반수가 넘었다는 이유로 파업에 참여했다는 것. 당시 현대차 윤해모 지부장은 조합원들에게 “현대차 혼자 총대를 메는 일은 (향후) 없게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번 임단협에서 새삼 금속노조와 임단협 일정을 앞으로도 맞추겠다는 구상을 넣는 등으로 인해 노조원들의 의견보다는 노조 지도부의 결단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알루미늄휠 업체 ASA, 과격한 노조결성 조짐에 좌초 ‘잃어버린 3년’

아예 노조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막 꽃피려던 기업이 좌초한 케이스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자동차 알루미늄휠 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관심을 끌었던 ASA. 이 업체는 당시 마이카 열풍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고 오너 드라이버들의 자동차 꾸미기 욕구가 본격화되면서 급성장한 자동차 용품 시장을 개척하면서 독보적 존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07년 무렵 민주노총 지원으로 노조 결성 운동이 격화되면서 ASA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회사 사정이 조금 어려워지면서 임금을 동결한 상황에서, 이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노조 결성 움직임에 솔깃해 ‘임금인상’ 쪽을 택했던 것. 그러나 이런 노조 결성 활동으로 아예 기업이 흔들리면서 ASA는 결국 2008년 대전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이후 이 회사의 자산 중 일부는 부활의 싹을 본 DK 인터내셔널쪽으로 매각됐고 이전에 ASA에 근무하던 인력 중 핵심인력은 일부가 이쪽으로 새 둥지를 틀었다. 이 회사는 알루미늄재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현재 CNG 버스용 연료튜브통을 개발하는 등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지만 파산 국면에서 자리를 잃은 상당수 인원은 여전히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회사 건물은 여전하고, 얼굴들도 아는 얼굴이지만, 같은 식구들끼리 대거 운명이 갈린 상황.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잠시 어려운 고비를 같이 넘겼으면 지금쯤 더 나은 임금조건에서 같이 일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DK인터내셔널측 관계자는는 회사가 더 성장하면 구 ASA 직원 중 갈 곳이 없는 직원들을 차차 불러들일 것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Big Mouth의 지나친 이슈화로 고생하는 기업

노조 상층부의 ‘결단’이 노조원들의 기류와 일부 별개로 움직이거나, 노조 결성 노력이 기업을 아예 흔드는 경우 외에도, 소수 인원의 끊임없는 문제제기로 필요 이상의 갈등이 사내에 불거지거나 회사 전체의 대외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경우도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노조가 임금 문제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우리은행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인 예금보험공사 지분을 걸고 넘어졌다는 우려를 받았던 케이스.

우리은행 노조는 금년 초 금융권 이슈로 떠오른 잡에 ‘잡셰어링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비판 등을 제기하면서, “예보가 지난 4분기 MOU 기준 미달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압박하고 있다”면서 노조원들의 對예보 투쟁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 게시됐던 대자보에서 노조는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돼 예보와 긴밀한 의사협력 및 경영상황 조율이 필요한 우리은행 특성을 도외시하고, 마치 예보를 단순히 ‘점령군’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는 우려를 일부 낳았다. 우리은행 노조는 각종 공금 유용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는 등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일부 전현직 직원들이 산업재해 문제를 부각시킨 데 소모전 논란을 낳은 케이스. 한국타이어 전직 직원인 P 씨 등은 심근경색, 뇌종양 등으로 사망한 직원이 나오자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산업재해가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불량사업장’처럼 부각되기 시작한 것. 그러나 P 씨는 한국타이어 근무 기간이 극히 짧고, 각종 문제로 해고된 케이스(이 부당해고 논쟁 역시 대법원까지 갔으나 결국 2000년에 한국타이어의 해고 정당성이 입증됐다)라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회사 스스로 각종 문제의 발암 가능성 문제에 대해 2001년 8월경부터 고가의 다른 용제로 교체를 하고, 여러 대학과 병원에 의뢰 근로사업장 업무환경에 대해 체크에 나섰기 때문에, 당시 한국노총 계열인 한국타이어 노조는 이 문제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2007년 무렵,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유력 대선후보의 사돈 기업이라는 점에서 한국타이어가 정쟁의 한복판에서 관심을 받게 되면서, ‘논란’, ‘의혹’ 등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 등의 국정감사에서의 공격이 시작됐다.

하지만 추가역학조사까지 단행했음에도 불구, 결국 산업재해 논란은 ‘결론없음’으로 매듭지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4월 30일 “공단은 논란을 일으킨 돌연사와 작업장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근로자의 건강을 기업 차원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했더라면 사망사건을 방지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공단은 표명했다. 이는 현재 각 공장에 체력 단련실과 건강 관리 시설을 만들고 대학병원 등과 유기적 협력 관계를 구성하는 등 상황을 감안하면 이미 해결이 된 대목.
한국타이어로서는 사실상 길고긴 ‘죽음의 공장’ 논란의 난타를 이겨낸 셈이다.

이에 따라 이제 기업 실적 개선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지난 4일, 이기정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가 확실히 반영된다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향후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수노조 허용 앞두고 ‘선명성’ 경쟁 불필요 부각?

이같이 필요 이상으로 강한 노동 운동이 여러 곳에서 부각되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복수노조 허용 문제가 눈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가 노동시장 유연성과 관련해 전환점이 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장관은 21일, 그는 오는 6월 국회에서 논의될 비정규직 법안, 연말에 부각될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정지, 복수노조 허용 문제 등과 관련해 분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장관은 “노동시장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기업들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을 우려했다. 윤 장관은 “강성노조 등이 한국 투자에 상당한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들도 대체로 시각은 대동소이하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경우 노조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선명성을 상대적으로 부각하려는 노력이 강화될 수 밖에 없고, 기존 노조가 있음에도 일부에서 과도할 정도로 문제제기가 활발히 일어나는 경우는 십중팔구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즉 한국노총 산하인 노조와 경쟁을 하기 위한 교두보 마련 차원에서 강성 문제제기가 진행되는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노조의 복수화나 선명성 강조,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경쟁 등 역시 모두 노동자 권익 신장을 위한 도구들이라는 게 핵심이고, 노동자 권익 추구 역시 회사를 아예 죽이는 극단적인 이익 추구로 치달아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선진국 노동운동이 100여년 세월을 통해 일군 성장을 70년대 산업화 이후 압축경험하는 와중에 불가피하게 과격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고, 문제나 의혹 제기를 통해 기업을 감시하는 것도 일부 필요하기는 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기업이 성장해 파이를 키울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쪽으로 노조 지도부나 외부인들의 문제제기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높다. 한 번 좌초했다가 이제 다시 일어서려는 ASA의 힘겨운 부활 노력이나, ‘산업재해’로 논란이 제기됐다가 ‘직장문화’ 문제로 용두사미가 된 한국타이어 등의 사례는 기업 감시와 노동자 권익 추구의 가이드라인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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