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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前대통령 서거' 암초만난 검찰 '수사 난점 증대'

수십만 달러 추가수수로 압박 전략 차질 불가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5.23 10:58:52

[프라임경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 중인 대검 중앙수사부가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법처리까지 염두에 두던 검찰은 최근까지도 대가성 여부 입증 문제로 고심하면서 고군분투해 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자살을 택하면서, 이 박연차 게이트를 '도덕적 추문'에서 '형사 사건'으로 엮을 결정적 고리를 입증하는 데 상당한 애로 사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측 600만 달러 문제 '자연채무' 주장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인 600만 달러 수수설과 최근 새롭게 불거진 수십만 달러 추가수수설의 핵심은 역시 '대가성 문제'.

검찰이 사법 처리를 검토하는 주된 논지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특수성상 '포괄적 뇌물죄'를 구성할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직무 기간 중에 수수하거나, 적어도 이를 인지하거나 하여야 한다는 부분이 남는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노력해  왔지만, 노 전 대통령측은 정상문 전 청와대 비서관 수수, 권양숙 여사 수수 등으로 이야기를 바꿔 왔다. 여기에 문재인 전 청와대 수석은 '자연 채무(갚을 의무가 없는 채무)' 주장을 펴기도 했다. 후원금 성격을 강조한 것이다.

직무 연관성 부분 역시 집권 중 인지 부분의 논란 여부 때문에 명확하게 입증했다고 하기에는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 대목.

◆새로 등장한 노정연  건도 '논란'으로 끝날 가능성

검찰은 이같이 600만 달러 수수와 그 사용처 부분에 대해 명확한 설명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대신, 노 전 대통령 측에 '회심의 일격'으로 '노정연 건'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2일 부인 권양숙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600만 달러와는 별도로 딸 노정연씨에게 수십만 달러가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때까지 수사가 이어졌음에도, 확실한 마지막 고리를 잡지못한다는 여론(일부 언론에서는 '함량 미달 수사'로 기사화하기도 했다)을 꺾고, 노 전 대통령을 동요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수십만 달러는 연철호씨에게 송금된 500만 달러의 경우처럼 박연차 전 회장의 홍콩 현지법인인 APC 계좌에서 빠져 나간 돈이다. 검찰은 "복잡한 세탁과정을 거쳐 미국 현지 계좌로 들어갔다"고 검찰은 밝혔다.

노 전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거듭된 검찰의 공세로, 자신이 대가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부인하는 경우 검찰이 방향을 틀어 정연 씨와 건호 씨가 처벌 선상에 대신 올리는 데 총력을 맞출 가능성을 고심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자살로 상당 부분 미궁에 '자연채무론' 재부각

검찰이 '박연차 비자금 저수지'로 불리는 APC 계좌 자료를 확보한 때는 지난 4월 6일경이라고 알려졌다. 그간 검찰은 APC 계좌 자료를 확보한 뒤 정밀 분석작업을 벌였다.

4월 10일 500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연씨를 전격 체포하고, 엿새 뒤인 4월 12일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를 소환한 것도 APC 계좌 추적과 분석의 성과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전 대통령 측(정연 씨)이 박연차 전 회장으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추가로 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금, 이러한 모든 노력에서 마지막 입증이 어려워져 검찰의 퍼즐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역시 다시 불거지는 것이 '자연채무론'. 자연채무는 민법학상 논의되는 개념으로, 채무가 존재하기는하지만 갚을 의무가 없고, 소송 상으로도 이를 갚으라고 추궁할 수 없다는 특수한 채무다.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간의 오랜 관계상 이렇게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연차-정상문 등 진술 번복하면 검찰 골머리 앓을 듯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현재, 600만 달러 부분은 물론 검찰이 추가로 포착, 발표한 수십만 달러 문제에 대해 박 전 회장과 정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진술을 번복할 경우 문제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수십만 달러 추가 수수 부분에 대해 이들을 상대로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진술까지 확보했다고 알려졌지만, 이들이 수사 마무리 단계나 이후 법원 공판 단계서 이를 부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대북송금 수사' 때도 고 정몽헌 회장 자살로 상당 부분 난항

실제로 지난 대북송금 사건 수사 때에도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자살을 택하면서, 수사와 공판 단계에서 상당 부분이 입증 곤란을 겪은 바 있다.

당시 박지원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등 관계자들은 모호한 부분마다 책임 인정을 회피했고, 이미 고인이 된 정 회장의 의중을 확인할 수 없어 난항이 불가피했던 것.

이를 두고 당시 언론에서는 관계자들이 고인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명확히 탈법이 드러난 부분에서 박 전 장관 등이 유죄 인정을 받고 사건이 마무리되는 데 정 회장의 자살과 연결고리 입증의 어려움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이보다 더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대가성의 최상위층에 자리했던 인물이 노 전 대통령인 데다가, 정연 씨와 건호 씨, 연철호 씨 등은 태광실업 및 APC 계좌의 의심스런 자금을 전달받은 문제, 그리고 쓴 것이 입증되어도 결국 이 부분이 권 여사 등의 전달로 귀결되면 사법처리 명분이 희미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금품 추가 수수를 무기로 60만 달러의 사용처까지 캔다는 검찰의 전략은 권 여사-정 전 비서관-박 회장-연철호 씨-정연 씨-건호 씨 등 등장인물들이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는 부분, 혹은 대가성 부정, 생활비 사용론 등을 펴는 경우라는 새 복병으로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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