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법률적인 이름을 갖지 못한 노숙인이 1억원이 넘는 통장 예금을 끝내 인출찾지 못하고 세상을 등져 가정의 달 5월 시작 부터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4일 광주광역시 북구와 광주은행에 따르면, 구 호적과 주민등록 등에 신원이 올라있지 않았던 노숙인 A 씨는 광주 일대에서 수십년간 고철과 폐지 등을 주워 팔며 돈을 모아 광주은행에 저금을 해 왔다.
A씨는 금융실명제가 도입되기 전인 1993년 광주은행에 '나00'라는 이름을 만들어 예금 계좌를 개설하고 푼푼이 돈을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해 8월 금융실명제가 도입되었고, 실명 확인을 할 수 없는 A씨는 통장에 입금만 할 수 있을 뿐 출금은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A 씨의 예금은 이어졌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예금액은 1억 2800만원으로 불어났다.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A씨는 췌장암을 얻었고, 결국 지난달 28일 병원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1억원이 넘는 예금액 처리에 대해 온라인 상에서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해당은행, 실명전환 유도 했지만…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해당 은행을 성토하고 있다. "찾지도 못하게 할 돈인 줄 알면서 왜 예금을 하게 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해당 은행 관계자는 고인 예금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오랜 기간 거래를 해오던 터라 수 차례 예금 유지 보전을 위한 조언을 올렸지만 막무가내였고 거주 지역 행정기관에도 이러한 사실을 오래 전에 이미 통보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1993년 당시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깁급경제명령이 갖던 파급 효과는 엄청났고, 금융권에서는 일대 이슈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무적자'라는 벽에 부딪힌 상황에서 해당 은행이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해도, 인출이나 실명 전환이 어려운 계좌에 더 이상 돈을 넣지 않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네티즌들의 지적은 귀담아 볼 대목이다.
◆국고 환수에 반대 의견 많아
이번과 같은 사례는 사실 극히 드문 경우로 상속인이 없는 경우 국고로 귀속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 아고라에는 이와 관련해 많은 네티즌이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내 놓고 있는데, 장학재단 설립, 사회 약자에게 쓸 수 있는 자금으로 전환 등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자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금융선진화와 투명화라는 제도개혁 와중에 해당 은행의 관심권 밖으로 한 번 밀려난 A 씨는 줄곧 사각 지대에서 방치돼 왔던 셈이다. 만약 A 씨가 더 오래 생존해 지방자치단체 도움으로 성본 창설과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에 성공한 다음, 은행을 상대로 책임소재를 따졌으면 문제가 복잡할 여지도 적지 않다.
차명 계좌를 통한 비자금 이동을 규제하는 데에는 허술함이 많은 금융실명제의 그물망이 약자였던 A 씨에게만 유독 버거웠던 점은 새삼 가족의 달 5월에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욱 필요함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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