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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오 의장의 '직권상정' 카드로 국회 다스리기

원내 긴장감과 대안책 필요할 때마다 만지작 '긍정적 효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9.05.05 13:40:16

[프라임경제] '의회주의자'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행보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그를 '직권 의장'으로까지 지칭하며 비판하는 분위기다.

◆친정압박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도 '가급적 자제' 전력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4일 "김 의장은 정기국회, 2월 국회, 4월 국회 계속 직권상정을 남발했다. 권위주의 시절에도 그런 의장이 없었다. 직권상정이 습관이 되어버린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세 번씩 했으니 다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직권상정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남발을 막을 수 있을지 원내에서 필요한 대책과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김 의장은 지난해 12월 예산부수법안을 직권상정으로 처리하고 지난 2월 국회에서도 여야 합의 종용의 무기로 직권상정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직권상정 전문 의장"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에게 쏟아진 이같은 비판처럼, 그간 직권 상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논란이 빚어지게 된 것은 국회가 '입법 속도전'을 바라는 정부와 청와대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 데 따른 것.  극명한 문제 사례는 지난 연말 1차 입법전쟁 당시에도 이미 나타났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미디어법·불법집단소송법 등 일명 'MB입법' 57건 처리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제출된 지 2주도 안되는 이들 법안의 직권상정을 위해 김 의장을 압박했다가 불발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성 높은 법안에는 가이드라인 제시, 여야 합의 못하면 상정

그런 김 의장이 왜 틈나는대로 직권상정의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것일까? 이번 4월 국회 마지막날만 해도 김 의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법(주공 및 토공 통합안), 법인세법, 소득세법 등에 대해 직권 상정했다.

여야는 이들 법안에 대해 물밑조율을 계속 했지만, 타협안을 도출해 내지 못한 바 있다. 김 의장이 보다 못해 심사기일을 4월 30일 오후 6시로 못박은 바 있다.

또한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문제 역시 김 의장에게 '가진 자를 위한 법개정'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으나 김 의장으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정부가 미리 시행 카드를 만지작거려 '국회 무시' 논란까지 일으켰던 소득세법 중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부분을 한시법으로 처리해 정부측 요구안을 달래는 동시에 국회 권위도 세우는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것.

물론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럽다고 보기 어렵지만, 돌격 내각과 2기 청와대의 강성 기조 속에서 의장이 국회 위상을 통법부 차원에서 지켜내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는 차선책을 따르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직권 상정 누구보다 싫어하던 김 의장, '반면교사' 노림수?

즉 직권 상정을 압박하는 친정 '한나라당'과 정부 등에 맞서 직권 상정을 최소화하려는 그의 기조는 형식만 바뀌었을 뿐 대체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 직권 상정 등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해 주지 않으면 오히려 국회 위신 실추가 불가피한 상황만 탄력적으로 대응할 뿐, 정작 여당 스스로 풀 수 있는 문제나, 여당이 자중지란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점에 대해서는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

정무위에서 여당이 단독 처리한 금산분리 완화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지분을 4%에서 10%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야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자 4월 국회 마지막날인 4월 30일 김 의장은 법안을 직권 상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여야 원내 지도부가 막바지 협상을 통해 9%로 절충하는 수정안을 만들도록 압박한 바 있다(이 절충안은 하지만 김영선 의원 등의 반란표로 인해 부결됐다).

그에게 직권 상정은 정부와 여당이 국회 일반의 입법권을 통법권화하는 데 악용할 수 있는 통로인 동시에, 국회와 여당, 정부간 조율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야당이 법사위를 장악하고 의사 일정 진행을 방해하는 데 대한 견제대책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현재 그의 직권 상정에 대해서는 너무 잦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직권 상정을 꺼린다는 이유로 배신자 소리를 여당으로부터 듣던 그가 최근 이런 상반된 평가를 받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오히려 직권 상정에 대한 야당의 견제국면을 만들어 내는 수순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직권 상정 외에는 딱히 무기가 없는 의장의 지위에서 김 의장의 의회주의 지키기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런 사정 속에서 김 의장의 직권 상정 활용은 더 눈길을 끌고 있다. 여야 모두 4월 재보선으로 인한 후폭풍과 신임 원내대표 선출 문제로 사실상 동력원을 잃은 상황에서, 직권 상정을 꺼리는 국회 의장의 직권 상정 활용은 그나마 늘어진 국회에 죽비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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