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소품종 대량생산의 모토가 지배하던 20세기와 달리, 21세기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게 가능한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고 떠날 수 있는 고객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공급자 역시 다양한 변신 시도를 끊임없이 할 필요가 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스토리텔링)'에 성공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들의 눈길을 끌고,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를 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조변석개하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이런 경향은 특히 두드러진다.
블로그 운영 기반을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는 이글루스(www.egloos.com). 이글루스는 대형 포털들이 온갖 서비스를 문어발처럼 제공하면서 압도해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물론 회사 자체가 네이트에 흡수당하는 등 자본논리에서 전혀 자유롭지는 못 했다).
이런 강점을 발휘하고 있는 까닭은 우선 다양성과 전문성을 함께 지향하고 만들어 간다는 블로그 문화에 딱 맞는다는 '소통성 제공'에서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 내외에서는 평가한다.
◆에스키모들의 불만 일선 처리하는 '관리자',그 이상
그러나 까다로운 이글루스 이용자(흔히 에스키모라고 자칭타칭 부르는)들의 불평불만을 해소해 주고 다른 사이트들에 비해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에스키모들은 네이버나 엠파스 등의 대형 포털이 제공하는 블로그 시스템에 불만이 있어 작지만 고객지원과 소통이 활발한 공간을 찾아 이주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원에 비해 요구사항도 많고 난이도도 높은 것으로 입소문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부서는 'EBC'라는 불만 접수 전용 블로그를 따로 개설하는 등 열의를 보이면서 일처리에 속도를 냈다. 이 중 이글루나는 막내급으로 합류한 인사. 불만을 돌아가면서 처리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궂은 일에 머리를 빨리 들이미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회자된다.
◆약관 파동 겪으면서 마녀사냥에 몰리기도…
이런 상황에서 대응 담당자는 일단 많은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글루나 역시 짧은 경력과 낮은 전문성 때문에 많은 불평을 들어야 했다. 에스키모들은 다량의 불만을 쏟아내고, 이글루나가 단 답변에 다시 불평을 '가지치기'하면서 이글루나의 능력을 시험했다.
특히나 이글루나의 처리용량이 한계수위를 넘어섰던, 그리고 에스키모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낸 상황인 지난 해 초겨울의 '약관 파동'에서는 이글루나(및 그녀의 무성의 내지는 처리 미숙)에 대한 성토가 빗발쳤다.
SK컴즈는 이글루스가 유지하던 18세 이상 가입 문제를 철회함과 동시에, 네이트 등에 이글루스 콘텐츠를 연동시키는 방침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글루나는 회원 간담회에서 나온 백가쟁명식 아이디어를 정리해 올리는 과정에서 '살생부식으로 불만 인사들을 나열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더욱이 약관 개정을 전격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악 논란'이 빚어졌고, 이때에도 비판이 빗발쳤다. 일각에서는 "문제를 만든 홍보실 이글루나와 법무실 직원을 잘라라"라는 극언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들을 딛고 SK컴즈와 이글루스, 이글루나는 불만 해결에 최선을 다했다. 이에 따라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수용하자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개편 파동은 수습 단계로 들어갔다.
◆"여러분 좀 짱이라눈!" 네티즌 정서 '공유'
이렇게 비판 폭탄을 일선에서 받아내는 역할을 하면서도 보인 성실함과 적극적인 태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팬덤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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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최근에는 그림 작업에 능한 에스키모들이 '이글루'를 소녀로 의인화한 화첩을 제작, 선물하기도 했다. 이글루 양의 기상부터 학교 일과, 애프터 스쿨 이후 스케쥴 등을 모두 그림으로 표현한 이 책은 에스키모들이 이글루를 단순히 서비스 기반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인격체'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리고 이런 인격화, 의인화 대상인 이글루스의 가장 전면에서 활발히 대민접촉을 하는 이들이 바로 이글루나인 덕에 비판도 가장 강하게 받지만, 대신 애정도 높게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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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더 좋은 서비스 기대할게냥~"
이에 따라 "올해도 더 좋은 서비스 기대할게냥~"이라는 '신년 축전'처럼, 이글루스를 이용하는 에스키모들의 기대감도 날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글루나가 SK컴즈와 이글루스, 그리고 에스키모들을 잇는 가교로 향후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고객 관리의 '롤 모델 확립'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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