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재무부가 주요 은행들에 대한 자산 건전성 평가인 '스트레스 테스트'의 구체적인 진행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 작업의 사령탑인 가이스너 재무부 장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무부는 자산규모 1000억달러 이상의 19개 주요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내달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테스트 결과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은행들은 6개월 이내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거나 재무부로부터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등으로 체력 보강 작업을 하게 된다.
◆장기불황에도 금융기관 제대로 돌지 생존능력 평가
스트레스 테스트는 현재 금융시장의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한 '기본 시나리오'와 향후 2년간 국내총생산(GDP)과 실업률 등 경제지표가 악화될 것이라는 '최악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다.
즉 현재도 견디기 어려운 경제침체지만, 이것이 길어진다는 가정 하에 은행이 제대로 견딜 수 있는지, 보강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지 판단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재무부는 "대부분의 주요 은행들이 필요 자본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지만, 불투명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일부 은행 자본의 양과 질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다"며 테스트 준비 배경을 설명했다.
◆국유화 논란 차단에 재무부도 고심 중
재무부는 이번에 확충이 필요한 은행을 가려내도 민간 자본 확충을 먼저 하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공적 자금을 투입하도록 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경우 자금 지원은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의무 우선주 매입 형태로 이뤄진다. 정부가 매입한 우선주는 9%의 배당수익률을 갖는다.
하지만, 의무 전환 우선주의 보통주 전환 시한은 약 7년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른바 '국유화 논란'과 맞닿아 있다. 시장의 초미 관심사였던 "당장 국유화하는 것이냐"라는 우려가 너무 크다는 것이 정부측에도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씨티그룹에 일부 공적자금이 들어가는 문제(즉 주식취득 방식의 지원)가 검토되는 것만으로도 국유화 논란이 불거진 게 그 예다.
◆은행들의 체력장인 동시에 가이스너도 '능력 시험대'
하지만 가이스너 재무부 장관의 이러한 조치가 전부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을 수 있다. 전날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밝힌 대로 부실이 심화될 경우 보통주 전환 시기는 당겨질 수 있다.
그런 만큼, 좋은 제도를 마련했다는 점을 재무부가 국민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나, 이 제도를 통해 미국 시중은행들을 바짝 조이는 점도 가이스너 장관의 능력을 보일 초점이지만, 어느 방향으로 상황이 달라지든 이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가이스너 장관이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면서 보여줘야 하는 대목이다.
즉, 은행들이 체력장을 하는 국면에서 은행들도 괴롭겠지만, 재무부도 신경이 날카로운 '시장'을 달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의 시험도 동시에 치러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트레스 테스트 문제가 발표된 25일(현지시간) 다우 지수가 80포인트 하락세를 보였다. 더욱이 가이스너 장관은 아직 전임자인 헨리 폴슨 장관을 넘어서는 자리매김을 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장악력 문제다.
가이스너 장관은 지난 10일 그의 첫 정책 발표인 금융기관 구제대책안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시장에 신뢰를 주기보다는 기조를 잘못 잡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다우 지수를 400포인트나 떨어뜨린 적도 있다.
이번 테스트는 필연적으로 향후 납세자 혈세의 투입과 정부의 개입 강화와 연결되기도 하는 만큼, 이번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가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운명이 판가름나는 것은 물론 그의 정치 생명 길이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가이스너로서는 마라톤 시험을 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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