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동차 회사에 핵심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A사와 B사 두 곳이 있다. 그런데 B사는 납품처인 자동차 회사로부터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통보를 받았다.
"부품 원가의 20%에 육박하는 재료비는 인정해줄수 없으니 이제부턴 그걸 뺀 납품가를 인정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지금 B사는 10% 마진을 보고 납품하고 있는데 이제부터는 10% 손실을 보고 납품하라는 얘기였다.
B사는 거세게 항의했다. "원가의 20%에 달하는 재료비를 원가에서 빼라는 얘기는 손해를 보고 납품하라는 얘기인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그러나 B사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무조건 재료비 20%를 뺀 가격에 납품하라는 것이었다.
B사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더 억울했던 것은 공무원의 동생이 경영하고 있는 A사의 부품은 여전히 재료비를 인정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A사는 적정마진을 확보한채 납품할수 있었다.
이쯤되면 독자들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말도 안되는 위와같은 일이 버젓이 부동산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라는 이름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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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상한제는 치솟는 부동산 특히 아파트가격 급등을 막기위해 아파트 분양가 산정시 택지등 원가를 감안해 일정수준 이상 분양가를 높이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의 좋은 취지는 최근 불황으로 인한 부동산경기 침체와 가격 급락으로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은 굳이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다.
지금 많은 부동산 시행업체들이 경기침체와 분양가 상한제의 이상한 규제로 인해 사업중도에 포기상태로 표류하고 있으며 속된말로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다. 심하게 표현하면 도산할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분양가 상한제에 어떤 규제가 있길래 이처럼 부동산업계를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일까.
분양가 상한제는 2007년 4월 주택법에 신설된 제도로 주택법 38조의 2 '주택의 분양가격 제한 등'에 따르면 일반에 공급하는 공동주택은 일정 기준에 따라 산정되는 분양가격이하로 공급해야 한다고 규정했으며 분양가격 구성항목으로 택지비 공사비등과 함께 그밖에 국토해양부령이 정하는 비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근거해 만들어진 국토해양부령인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 8조 제3호에 따르면 국가 주공 지자체등이 시행하는 공공택지의 경우 택지대금에 대한 기간이자등의 자본비용을 원가로 산정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제9조 공공택지 외의 택지(즉 민간사업자 시행 택지)의 감정평가 가액에 가산하는 비용에는 자본비용을 원가로 산정하라는 규정이 없다. 즉 반대해석을 하게 되면 금융비용을 산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쯤이면 웬만한 독자라면 처음에 B사의 재료비 산정 제외 및 공무원의 동생이 운영하는 A사라는 비유가 왜 나왔는지를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알다시피 부동산 시행에는 당연히 택지매입과 공사 등을 위한 금융비용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이든 자체 자금이든 이자비용은 발생하게 돼있는데 이 비용을 원가에서 빼라는 것이다.
이 규정으로 인해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와 공동주택 사업을 벌이던 전국의 수많은 시행업체들이 도산위기에 빠져버린 것이다.
강제 수용권이 없는 민간사업자가 공동주택사업을 벌이게 되면 법령의 많은 허점과 곳곳에 산재한 기술상의 애로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사업이 수년이상 걸리게 돼있다.
따라서 수년간의 금융 비용은 무시할수 없을 정도로 큰 비용이며 이 비용을 인정해주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사업이 손실이 불가피, 결국 최근 주택공급의 커다란 걸림돌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아는 어느 사업단지는 금융비용만 1천억원이지만 금융비용을 계산한 사업이익이 200억원대를 조금 넘는 수준인데 금융비용이 인정되지 않다보니 오히려 800억원 적자상태의 사업지로 돌변해버렸다. 그것도 자체투입된 금융비용을 합치면 사실상 900억원이 넘는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결국 PF제공 은행은 자금을 회수하려고 나서고 있고 지급보증을 선 시공사는 분양가상한제의 허점을 노려 사업을 독식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기업이 제도허점을 이용해 중소기업을 잡아먹으려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시행사는 지금까지 수백억원의 자체자금이 들어간 마당에 포기할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상한제라는 제도때문에 적자사업을 진행할수도 없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결국 도산은 시간문제였다.
현재 불황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침체로 공급 감소가 큰 문제가 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경기가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면 이 제도로 인한 공급감소 여파로 부동산 가격이 다른 실물부분보다 급등할 가능성도 상존해있다.
결국 부동산 가격을 잡자고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가 제도 하자로 인해 오히려 부동산가격을 부채질하는 역기능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규정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서초동의 ㅇ변호사는 "엄연한 원가인 금융비용을 인정하지 않아 수많은 기업들을 도산위험에 빠지게 한 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인 '사유재산제'를 근원적으로 침해한 것임은 물론 공공택지는 금융비용을 인정하고 민간택지는 금융비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평등권'을 가장 강하게 위배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물론 어느 한 이익을 보호하고자 다른 이익에 대해 어느정도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이익의 균형이 맞는 범위내에서 가능한 것이지 한쪽의 이익을 과도하게 희생시킨다면 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위 사례의 경우 분양가격의 상승을 막기위해(실제론 효과가 없으면서도) 수많은 기업들을 도산위기에 빠뜨린 것은 결코 이익균형이 맞을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분양가격 상승을 막기위해 내놓은 분양가 상한제가 결국 공급위축을 초래함으로써 분양가격 급등을 부채질할 상황으로 내몰고 있어 이는 마치 빈대를 잡자고 불을 냈는데 집만 타버리고 오히려 따뜻한 온기로 인해 빈대만 더 불러들인 상황과 비슷해진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폐지돼야 하며, 만약 폐지될수 없다면 국토해양부령의 위헌성 조항만이라도 폐기 또는 수정해야 할 것이다. 국토해양부령은 법이 아니어서 국회손 질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쉽게 수정할수 있으며 이 손질만으로도 수많은 업체들의 숨통이 트일수 있다.
탁상공론을 벌이고 있는 공무원들은 지금 건설현장을 가보라.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 규정으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실상 도산할날만 기다리고 있는지….
<임경오 /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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