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경남도가 2027년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추가 공모 대상지로 산청군을 단독 추천하면서, 수개월간 민관 총력전을 펼쳐온 함양군이 짙은 아쉬움 속에서도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농어촌기본소득 군민들 큰 상실감. = 강경우 기자
단순한 공모 탈락의 상실감에 머물지 않고, 기초지자체 간 소모적 유치경쟁을 유발하는 현행 공모 구조의 모순을 지적하며 정부를 향해 '권역별 공동 추진'과 '국비지원 상향'이라는 근본적 제도 개선을 지속 촉구하겠다는 구상이다.
경남도는 지난 4일 도내 9개 군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이번 공모에서 지방비 매칭에 따른 도의 재정 여건과 기존 민생 지원사업에 미칠 파급효과, 사업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 등을 이유로 산청군 1곳만을 농림축산식품부에 최종 추천했다.
광역자치단체의 한정된 재정을 분산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셈법이 작용한 결과지만, 지리산과 덕유산을 낀 서부경남 내륙의 심각한 인구 절벽과 면 단위 공동화 위기를 겪고 있는 함양군으로서는 도의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함양군은 지난 9월 행정 전담팀(TF)을 조기에 가동하고, 이장단과 농업인 단체를 중심으로 범군민 지지 결의를 모으는 등 유치 기반을 탄탄히 다져왔다. 지난 가을 함양산삼축제 현장에서는 관내 농업계와 공직사회가 함께 거리 홍보전을 펼쳤고, 의회와 협력해 제도적 근거가 될 조례 제정 작업까지 병행했다.
특히 농어촌기본소득이 매달 주민 지갑으로 지급되는 단순한 현금 복지에 그치지 않고, 지역 화폐를 매개로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으로 유입돼 내수를 견인하는 핵심 경제 순환책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터라 지역사회의 체감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러나 함양군은 이번 사태의 본질을 '지자체 간 제로섬(zero-sum) 경쟁'으로 국한하지 않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농촌 소멸은 행정구역의 선을 따라 개별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인접 시·군이 이미 병원과 상권, 대중교통 등 일상 생활·경제권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만 기본소득 수혜지로 지정될 경우 인접 미선정 지역은 인구 유출과 상권 위축 등 '역차별'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구조적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함양군은 지난 10월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을 직접 만나 건의했던 '권역별 공동 추진체계' 도입 요구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동일 생활권으로 묶인 복수의 인구감소지역이 연대해 기본소득 모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지침을 재설계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 및 국비지원 비율을 대폭 확대해 광역·기초단체의 매칭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동시에 시범사업 대상지 인근의 미선정 배후지역을 아우르는 상생 보완책 마련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진병영 함양군수는 "시범사업 유치를 위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준 군민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높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어촌기본소득은 농촌의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을 막아낼 국가 차원의 필수 처방인 만큼, 실현 가능한 제도적 대안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함양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군민의 정주 여건을 보장할 책임 있는 민생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함양군은 중앙정부를 향한 제도 개선 건의와 병행해, 공모 준비 과정에서 구축한 민관 거버넌스와 조례안 등 제도적 자산을 자체 정책 동력으로 흡수할 계획이다. 농어촌기본소득의 기본 취지를 접목한 지역 맞춤형 일자리·청년 정주 대책을 발굴하고, 침체된 내수 경기를 부양할 실질적인 소멸 대응 전략을 전면 재가동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