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언대용신탁은 과거 '고령 자산가'를 위한 상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미리 준비해야 하는 대중화된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했다."
김태희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장은 5일 프라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하나은행은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수요자 맞춤형 상품혁신을 지속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유언대용신탁 가입자 중 10억원 미만 자산 비중은 2023년 64%에서 올해 상반기 74%로 확대됐다. 특히 5억원 미만 자산 비중은 같은 기간 37%에서 50%로 늘어나 전체 가입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김태희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장. ⓒ 하나은행
김태희 부장은 유언대용신탁이 대중화된 배경으로 인구 구조 변화와 '치매머니'를 지목했다. 우리나라는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치매 등 질병으로 의사능력을 상실하는 상황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치매 환자가 스스로 관리하거나 인출하지 못해 묶여 있는 자산인 이른바 '치매머니' 규모는 상당하다. 보건복지부 추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72조원에 달한다. 오는 2050년에는 5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장은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맡긴 자산을 내가 원하는 대로 쓰지 못하지 않을까?'에 있다"며 "하지만 자유로운 자산운용과 인출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전에 내가 믿는 사람을 대리인으로 설정해 특정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맞춰 하나은행은 기존 '100세신탁'을 올해 3월 표준형 상품인 '내맘대로 신탁'으로 개편했다. 내맘대로 신탁은 치매머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설계된 대표적인 솔루션이다. 가입자가 치매 등으로 의사능력을 상실하는 상황에 대비해 생활비·의료비 인출 주기와 사후 상속인을 하나의 계약으로 지정할 수 있다.
시장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실적으로도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의 올해 1~9월 치매신탁 판매액은 1조2022억원(3575건)이다. 이 가운데 하나은행의 판매액은 1조1536억원(3510건)으로 전체의 96.0%를 차지했다.
◆한 번 계약으로 가족까지…장기 고객 확보
예대마진 중심의 이자수익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은행권에서 신탁은 비이자이익 확대와 장기 고객 확보를 위한 핵심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탁수수료 수익뿐 아니라 세무·부동산 자문 등 다른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어서다.
김 부장은 16년간 축적한 신탁 설계·집행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언대용신탁의 시너지 요인을 '전문성에 기반한 신뢰'와 '세대 연결성' 두 가지로 정의했다.
신탁은 고객마다 보유 자산과 운용 방식, 사후수익자 지정 등 계약 조건이 모두 달라 세무·부동산·법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컨설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신뢰는 연금계좌 이전이나 다른 금융상품 가입 등 장기적인 주거래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부장은 "지급청구대리인과 사후수익자를 설정하고 사후 집행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계약 1건당 3명 상당의 세대 연결 고객이 창출된다"며 "최근에는 상속인 고객이 다시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하는 사례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치열해지는 은행권 신탁 경쟁 속에서 하나은행이 내세우는 차별화된 경쟁력은 31주년을 맞은 프라이빗뱅커(PB) 네트워크와 본점 전담 조직을 통한 원스톱 서비스다.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는 △리빙트러스트컨설팅센터 △상속증여센터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패밀리오피스센터 등 4개 자산관리 특화 컨설팅센터로 구성돼 있다.
김 부장은 "신탁 컨설턴트, 세무사, 변호사, 부동산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는 매주 450건에 달하는 상담을 진행한다"며 "사안에 따라 적게는 1개 팀에서 많게는 4개 팀 전체가 동반 컨설팅을 지원하고 매주 10건 상당의 세미나를 열어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는 유언대용신탁의 법적 쟁점인 유류분 반환 리스크에 대해서도 사전 관리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자산가들 사이에서 유언대용신탁은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다른 자녀의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신탁에 맡긴 재산은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과거 하급심 판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년 7월 대법원이 신탁을 통해 자녀 중 한 명에게 이전된 재산도 유류분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2019다294466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탁재산이 유류분 산정 대상에서 무조건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진 셈이다.
김 부장은 “유류분은 법률이 정한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상속재산 몫을 보장하는 제도"라며 "재산의 대부분을 특정 수익자에게 승계시키려는 경우, 다른 상속인의 유류분 침해 가능성을 고려해 신탁재산의 승계 계획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고객의 재산 승계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다"며 "고객의 뜻이 안정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