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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8.8명 죽음이 던진 과제

지난해 자살 사망자 1만4144명…공공이송단 도입·응급대응 체계 개편 등 국가 역할 확대

박선린 기자 | psr@newsprime.co.kr | 2026.11.05 10:39:20
[프라임경제] #. 지난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1만4144명이다. 하루 평균 38.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특히 자살은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10대 자살률은 8.6명으로 전년보다 7.5% 늘어 198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신건강 문제는 특정 연령이나 일부 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표한 '2026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70.1%가 지난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7명꼴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정신건강 문제가 일상 전반에 걸쳐 나타나면서 개인의 상담과 치료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정신건강 정책의 무게중심을 사후 대응에서 예방과 조기 개입으로 옮기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제3차 정신건강복지 기본계획'을 토대로 정신질환자의 응급대응 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최근 흉기난동 사건 등을 계기로 자·타해 위험 징후를 빠르게 파악하고, 실제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진단 자체를 위험성과 동일시하지 않으면서도 긴급한 상황에는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됐다.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초안전사회 범정부 대응회의'에서 복지부는 경찰·소방·정신건강 전문요원이 함께하는 공공이송단 도입과 국가자살대응실 신설을 보고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례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위기 환자를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기관으로 이송, 치료를 받도록 하는 과정까지 공적 대응체계 안에 담겠다는 취지다.

지난 5월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범정부 자살예방 대책 추진 현황을 보고 받은 뒤 발언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 연합뉴스


자살 예방을 위한 사회적 협력망도 확대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3일 제9차 '생명존중정책 민관협의회'를 열고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을 공유했다. 협의회에는 정부 6개 부처·기관과 종교계, 재계, 노동계, 언론계, 학계 등 43개 기관이 참여한다. 자살 예방을 보건의료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 각 분야의 역할과 연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제도적 대응만큼 중요한 것은 환자가 실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은 데 비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의료기관 접근성은 여전히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치료비 부담을 낮추려는 조치도 시행됐다. 기존 항우울제 치료에도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한 치료저항성 우울증 환자에게 사용하는 '스프라바토나잘스프레이'(성분명 에스케타민)가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됐다. 

비급여 상태에서는 1회 투여 비용이 60만~100만원에 달했고, 초기 4주간 주 2회 투여를 고려하면 환자 부담이 240만~400만원 수준이었다. 치료 필요성이 있어도 비용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급여 적용이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의료기관의 지역 편중도 치료 접근성 측면에서 풀어야 할 문제다. 

해당 약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한 의료기관 상당수가 서울 서초·강남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환자의 경제적 여건뿐 아니라 거주 지역에 따라서도 치료 기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된 만큼 실제 환자들이 거주지와 관계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과 진료 기반을 넓히는 과제도 남아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026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복지부 관계자는 "공공이송과 입원제도 개편 등 관련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달 28일 국민생명안전위원회에서 국가 안전정책을 사후 수습에서 예방으로, 부처 책임에서 국가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 안전망의 성패는 정책의 개수보다 위기에 놓인 사람이 필요한 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위험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는 지역사회 인력, 신속한 이송이 가능한 체계, 비용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치료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치료를 시작한 뒤에도 환자가 고립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까지 국가 안전망의 역할로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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