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생성형 인공지능(AI)과 Agentic AI가 국내 컨택센터 산업의 경쟁구도를 바꾸고 있다. 상담인력 중심의 BPO 운영시장과 시스템 구축 중심의 AICC 시장이 AI 기술을 매개로 빠르게 융합하면서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이 재편되는 모습이다.

AI가 컨택센터 산업지도를 바꾸고 있다. 구축·운영시장 '대전환'이 예상된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가 진행한 'AICC 컨택솔루션 리딩기업 특집'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관련 기업들은 단순히 고객 질문에 답하는 챗봇·보이스봇을 넘어 실제 업무를 처리하고, 상담사와 협업하며,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하는 차세대 AICC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이같은 변화는 시장 통계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프라임경제 컨택센터 산업총람 기반 연구자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컨택센터 운영기업 매출은 8조2382억원으로 전년 대비 9.75% 증가했다. 반면 운영기업 종사자는 14만5508명으로 1.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스템 구축시장의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2025년 구축기업 매출은 3조5349억원으로 12.05% 증가했지만 종사자는 1만5454명으로 3.32% 감소했다. 1인당 매출 기준 생산성은 2024년 약 1억9700만원에서 2025년 약 2억2900만원으로 16% 이상 높아졌다.
사용기업의 컨택센터 종사자 역시 2024년 11만3595명에서 2025년 10만6725명으로 6.05% 감소했다. 다만 이러한 인력 변화가 모두 AI 도입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기 상황과 외주화, 디지털 셀프서비스 확산, 고객접점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람 대체'보다 직무재편…상담업무의 중심 이동
생성형 AI 도입이 확대되면서 가장 먼저 변화하는 것은 상담사의 업무구조다. FAQ와 단순조회, 예약, 반복적인 정보안내는 AI Agent가 처리하고 복잡한 민원, VIP 고객관리, 해지방어, 판매와 고난도 상담은 사람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가트너가 2026년 발표한 조사에서 고객서비스·지원 책임자의 85%는 AI 확산에 따라 상담사에게 새로운 업무와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AI를 이유로 상담인력 감축을 실시했거나 2027년 1분기까지 계획한 비율은 31%였다.
또 다른 가트너 조사에서는 84%가 상담사의 새로운 역량 확보를 계획했고, 58%는 상담사를 지식관리 전문가로 육성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도입이 상담사 수의 변화뿐 아니라 직무 전문성과 교육체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젠데스크는 고객의 68%가 이전보다 빠른 응답을 기대하고, 86%는 정확한 문제해결이 구매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고객서비스가 더 이상 비용만 발생시키는 조직이 아니라 고객유지와 추가판매, 매출 성장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채널코퍼레이션도 AI가 모든 상담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체 AI 에이전트 ALF를 통해 일부 고객사에서 80% 이상의 상담 해결률을 제시하면서도, 같은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SOP와 교육, 품질관리 등 현장 운영역량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IPCC에서 Agentic AICC로…구축시장 경쟁력도 변화
시스템 구축시장에서는 기술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교환기(PBX), CTI, IVR, 녹취 등 통신 인프라 중심의 IPCC 구축에서 STT·TA·KMS, 챗봇·보이스봇, LLM·RAG, AI Agent와 CCaaS를 결합하는 지능형 플랫폼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KT는 이러한 변화를 시나리오 기반 AICC에서 LLM·멀티모달을 거쳐 여러 AI Agent가 업무를 연결하고 실행하는 Agentic AICC 단계로 설명한다. 기존 방식의 업무 커버리지 30%와 완결률 75%를 각각 60%, 9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줌은 통합형 CCaaS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CRM·CTI·챗봇·QA 등이 분리된 환경에서는 AI를 추가하더라도 상담사의 업무가 오히려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시스템 통합과 상담사 경험(EX) 개선이 고객경험(CX)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접근이다.
마인드웨어웍스는 실제 운영 과정의 안정성과 통제기술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자체 오케스트레이션 엔진 ASOE를 통해 생성형 AI의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과 규칙 기반 업무처리를 결합하고,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빠르게 개선하는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하루 15만건 이상의 실상담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센드버드는 옴니채널 AI 에이전트 'Delight.ai'를 통해 상담을 주문·배송·환불 등 실제 업무수행으로 연결하고 있다. 한샘 적용 사례에서는 문제해결률이 2배 높아지고 상담사 인계율은 50% 감소했다는 성과를 제시했다. 특히 AI 도입의 성패를 기술뿐 아니라 데이터·업무절차·조직준비도와 연결해 설명한다.
국내 구축 전문기업들의 대응도 활발하다. 브리지텍은 기존 IPCC 기술과 자체 AI 엔진을 결합하고 클라우드 음성 AI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디오티스 역시 기존 컨택센터 인프라와 AI 오케스트레이션, 기간계 연동을 결합한 실행형 AICC를 강화하고 있다.
◆구축비 중심에서 구독·사용량 기반으로
또 다른 변화는 시스템기업의 매출구조다. 과거에는 고객사가 서버와 교환기, 소프트웨어 구축에 초기 투자비용(CAPEX)을 투입하고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클라우드와 CCaaS 확산으로 월 구독료와 상담석당 이용료, API 호출량, AI 처리건수 등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는 운영비용(OPEX) 모델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축기업도 일회성 프로젝트 수주에서 지속적인 서비스 운영과 기술 고도화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성이 커졌다.
가트너에 따르면 2026년 고객서비스 조직의 AI 관련 지출은 38% 증가한 반면 전체 서비스·지원 예산은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의 한정된 예산이 인력과 기존 운영비용에서 AI 기술투자로 재배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는 기술투자 확대가 국내 시스템기업의 수익성 개선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솔루션기업들이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과 유사한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공급가격과 유지보수 요율을 적용받는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다만 국가별 서비스 범위와 계약조건을 동일하게 맞춘 객관적인 가격 비교는 추가로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고객사가 기술의 가치를 단순 구축가격이나 라이선스 단가로만 평가하지 않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AI의 업무완결률과 안정성, 보안, 기존 시스템 연동, 장애 대응, 지속적인 성능개선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비용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
◇BPO기업 기술 내재화…전문 시스템기업 차별화 과제
BPO 운영기업의 변화도 구축시장에 새로운 경쟁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BPO기업들은 자체 AI 솔루션과 운영 플랫폼을 확보해 인력공급부터 시스템 구축, 운영관리까지 통합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클라우드는 자체 플랫폼 'Palette 3.0'에 STT·TA·KMS·Auto QA·상담지원 AI 등을 결합하며 기술 중심 BPO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BPO기업의 기술 내재화는 AICC 기술이 일부 대형 전문기업만의 영역을 넘어 실제 운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전문 시스템기업에는 새로운 차별화를 요구한다.
단순 챗봇이나 상담지원 기능만으로는 BPO기업이 자체 보유한 시스템과 경쟁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공공 분야의 보안과 규제 대응, 복잡한 기간계 연동, 고도화된 AI 오케스트레이션, 오류복구 및 운영 안정성 등 전문기술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고객사 역시 최저가 중심의 기술 발주에서 벗어나 시스템기업과 BPO기업의 역할을 구분하고, 기술개선·AI 사용료·품질관리 비용이 적절하게 반영되는 계약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생성형 AI는 컨택센터 산업을 단순히 축소시키는 기술이라기보다 기존 산업의 가치사슬을 재편하는 기술로 작용하고 있다.
상담 자동화가 생산성을 높이고, 인력의 역할이 변화하며, BPO 운영방식과 AICC 구축투자가 함께 달라지는 구조다. 앞으로 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상담을 AI로 대체했느냐보다 얼마나 정확하게 고객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과 AI의 역할을 재설계하며, 기술과 운영의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