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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 더딘 일본…택시부터 파고든 '기아 PV5'

차데모 적용부터 판매·정비망 구축까지 현지화…PBV 시장 기반 확대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11.03 10:33:47
[프라임경제] 순수전기차(BEV) 전환이 상대적으로 더딘 일본 시장에서 기아(000270)가 PBV(Purpose Built Vehicle, 목적 기반 차량)를 앞세워 사업 기반을 넓힌다. 승용 전기차 판매 경쟁보다 택시와 의전·공항 픽업 등 실제 운행 현장에서 사용 사례를 확보하고 향후 커질 상용차 전동화 수요를 겨냥한다.

일본은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 가운데 BEV 보급 속도가 느린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신차 판매에서 BEV 비중은 1.2%였다. 중국 33.0%, 독일 18.8%, 미국 8.0%와 격차가 크다. 하이브리드(HEV)는 일본 신차 시장의 29.0%를 차지했다.

올해도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로이터는 일본에서 올해 전기차가 신차 판매의 약 3%에 그치고 있으며 소비자 선호가 여전히 HEV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도 HEV 경쟁력을 활용하면서 BEV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왼쪽부터) MK 홀딩스 아오키 노부아키 사장과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장 김상대 부사장이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기아


승용 BEV 시장의 확산 속도가 느린 것과 달리 상용차 전동화 수요는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8톤 이하 소형 상용차 신차 판매에서 전동화 차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3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일본 정부가 규정하는 전동화 차량에는 BEV와 HEV·PHEV·FCV가 모두 포함된다.

기아는 일본 대표 여객 운수사 MK홀딩스와 손잡고 PBV 사업 확대에 나선다. 양사는 최근 'PBV 일본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차량 공급과 판매·서비스 인프라 구축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40대서 1000대로…MK홀딩스와 협업

기아는 올해 말까지 MK홀딩스에 PV5 40대를 공급한 뒤 물량을 단계적으로 늘려 2030년까지 총 1000대 도입을 추진한다. PV5 4대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일본 교토에서 MK택시 차량으로 운행되고 있다.

MK홀딩스는 교토와 오사카·나고야 등 일본 8개 도시에 거점을 두고 택시와 관광버스 등을 운영하는 여객 운수사다. PV5는 일반 택시뿐 아니라 고급 의전과 공항 픽업 등 다양한 서비스에 투입될 예정이다.

기아는 일본 도심에서 PV5의 실제 운행 경험을 쌓고 MK홀딩스의 운행 노하우와 고객 접점을 활용해 차량 활용성과 추가 수요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일본 교토에서 운행되고 있는 기아 PV5 MK 택시의 모습. ⓒ 기아


일본 공급 PV5에는 현지 보급 비중이 높은 차데모(CHAdeMO) 충전 방식을 적용했다. 2995㎜ 휠베이스로 실내공간을 확보하면서 회전반경을 5.5m로 설계해 좁은 도로와 골목이 많은 일본 도심 환경도 고려했다.

판매 이후의 운영 기반도 함께 구축한다. 기아는 현지 정비와 기술 지원·부품 공급을 맡고 기아 PBV 재팬은 판매와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를 담당한다.

기아 PBV 재팬은 일본 종합상사 소지츠가 100% 출자해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MK홀딩스가 보유한 영업·판매시설에서는 PV5 전시와 시승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기아는 올해 5월 일본에서 첫 직영 PBV 딜러를 열고 판매 거점을 확대해왔다. 판매망과 서비스 체계 구축에 이어 실제 운행 물량까지 확보하면서 현지 PBV 사업도 판매에서 운영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HEV 강세 속 상용 전동화 수요 확대

일본은 해외 완성차 업체가 진입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자국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외국계 자동차 브랜드의 승용차 점유율은 약 6% 수준이다. BEV 판매 비중도 아직 낮아 해외 전기차 업체가 단기간에 대규모 판매를 확보하기에는 제약이 크다.

상용차 시장에서는 구매 기준이 다르게 작용한다. 택시와 같은 사업용 차량은 운행거리와 유지비, 실내공간, 정비 편의성 등이 차량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정한 운행 패턴과 충전 거점을 갖춘 사업자는 전기 상용차를 도입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일본 정부도 EV 밴과 EV 택시 등을 상용차 전동화 지원 대상으로 두고 있다. BEV 보급률이 낮은 승용차 시장과 달리 사업용 차량에서는 정책 지원과 운영비 절감 수요가 전기차 확대를 이끌 가능성이 있다.

일본 교토에서 운행되고 있는 기아 PV5 MK 택시의 모습. ⓒ 기아


기아는 이 시장에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 승용 HEV 경쟁을 벌이기보다 전용 전기 PBV의 공간 활용성과 운행 효율을 앞세우고 있다. MK택시 투입은 PV5를 실제 사업 환경에서 검증하고 사용 경험을 쌓는 출발점 역할을 한다.

PV5의 해외 판매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3분기 PV5 수출은 9570대로 1분기 8319대, 2분기 8776대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1~3분기 누적 수출은 2만6665대이며 전체 판매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1.1%로 집계됐다.

일본에서 계획한 공급 규모는 올해 40대, 2030년까지 1000대다. 전체 글로벌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일본 현지에서 택시·의전·공항 픽업 운행 사례와 판매·정비망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일본 사업의 성패는 MK택시에서 쌓은 운행 경험이 추가 도입으로 이어질지에 달렸다. 초기 운행 사례와 판매·정비망을 확보한 기아가 상용차 전동화 수요 확대를 실제 판매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다음 과제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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