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지방 중소·중견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향후 3년간 4조5000억원의 저리 보증부 대출을 공급한다.
중소기업이 납품대금을 더 빨리 회수할 수 있도록 외상매출채권 만기를 최대 90일에서 60일로 단축하고, 구매기업의 부실이 납품기업에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상환청구권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이사회회의실에서 개최한 제6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5극 3특 지역 핵심 중소·중견 보증부 대출 공급방안,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제도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제6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지역 중소·중견기업 금융지원 및 외담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16개 은행과 신용보증기금(신보), 기술보증기금(기보) 등 18개 기관은 지역기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을 선제적으로 줄이기 위해 마련됐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 2023년 말 0.48%에서 지난해 말 0.72%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8월에는 1.00%까지 올랐다.
이 위원장은 "지난 1년간 금융권이 생산적 분야에 총 264조3000억원을 공급하고 기업대출 잔액도 지난해 말보다 55조원 증가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이러한 성과가 중소·중견기업이 현장에서 체감할 만큼 충분히 확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금리인상이 현실화 될 경우 기업의 이자부담이 커지고 자금조달 여건도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자금 흐름의 병목은 해소하고, 필요한 곳에 자금이 공급되도록 선제적으로 생산적 금융의 기반을 정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은행권 3000억원 출연…지방기업 9000곳에 4조5000억원 공급
금융당국은 수도권을 제외한 '5극 3특' 지역의 핵심 중소·중견기업에 향후 3년간 총 4조5000억원의 저리 보증부 대출을 공급한다. 이를 통해 약 9000개 지역기업이 기존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권이 3년간 3000억원을 특별출연하면 신보와 기보가 출연금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협약보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신보·기보는 기업의 상환 능력을 심사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성장 가능성과 지역경제 기여도 등을 고려해 지원 대상 기업을 추천한다.
지자체는 자체 예산을 활용해 대출이자 일부를 지원하는 이차보전 사업에도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실제 대출금리는 지자체의 이차보전 예산 투입 규모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지원 규모는 지자체 공모 평가에 따라 차등 배정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가 공모 대상이며, 세종은 충남에 포함해 총 13개 지역을 선정한다.
평가 결과 최우수 3개 시·도에는 각각 4500억원, 우수 5개 시·도에는 각각 3500억원, 보통 5개 시·도에는 각각 2800억원을 배정한다. 지자체 사업역량과 지역금융 취약도, 정책 부합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말까지 지자체 공모를 진행하고 내년 1월 평가등급을 확정한 뒤 1분기부터 대출 공급에 나설 방침이다. 은행권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보증부 대출 공급 실적을 오는 2028년 평가부터 3년간 지역재투자 평가 가점 항목에도 반영한다.
이 위원장은 "지역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균형발전을 이룩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시급한 과제"라며 "은행권의 특별출연을 마중물로 삼아 시장 논리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지방의 금융공백을 적극적으로 메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외담대 만기 60일로 단축…상환청구권 폐지로 26조9000억원 부담 경감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이 납품대금을 신속하게 회수할 수 있도록 외상매출채권과 외담대 제도도 개편한다.
외담대는 판매기업이 구매기업으로부터 받을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납품대금을 조기에 현금화하는 제도다. 지난해 외상매출채권 발행액은 527조3000억원, 외담대 취급액은 56조3000억원에 달했다.
우선 내년 2월부터 외상매출채권과 외담대, 상생채권의 만기를 현행 최대 90일에서 60일 이내로 단축한다.
지난해 발행된 외상매출채권 가운데 만기가 61~90일인 채권은 116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22.1%를 차지했다. 금융당국은 만기 단축으로 약 117조원 규모의 매출채권을 조기에 현금화하고, 기업의 이자비용도 연간 약 363억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1월부터는 외담대 상환청구권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상환청구권은 구매기업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은행이 납품한 판매기업에 대신 상환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동안 은행들은 구매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을 경우 위험 관리 차원에서 판매기업에 상환청구권을 부과해 왔다. 지난해 상환청구권이 설정된 외담대는 46만3000건, 26조9000억원으로 전체 외담대 취급액의 47.8%를 차지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은행의 상환청구권 행사로 협력업체 220곳에 약 310억원의 변제의무가 발생했다. 2023년 12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당시에도 외담대 잔액 451억원에 대한 협력업체의 상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내년 1월부터 신규 외담대의 상환청구권을 원칙적으로 없애고, 기존 대출도 만기가 돌아오거나 갱신할 때 폐지하기로 했다. 다만 판매기업이 유리한 금리나 대출한도를 적용받기 위해 명시적으로 희망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26조9000억원의 중소기업 보증채무 부담이 줄어들고, 구매기업의 부실이 납품기업으로 전이되는 위험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환청구권 폐지로 은행의 외담대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신장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은행에 대출을 축소하면 안 된다고 요청했고 은행들도 신용평가 역량을 감안하면 축소 없이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부터 외담대 조기상환에 따른 선취이자 환급 대상도 판매기업으로 통일한다. 그동안 일부 은행은 판매기업이 이자를 부담했음에도 구매기업이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면 남은 기간의 이자를 구매기업에 돌려줬다.
금융당국은 외담대 만기 단축으로 연간 약 363억원의 이자비용이 절감되고, 선취이자 환급 개선으로 약 83억원이 판매기업에 돌아가는 등 총 446억원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하위 협력업체가 최상위 구매기업의 신용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상생결제론의 이용 대상도 확대한다. 현재 공공기관과 우량 대기업으로 제한된 구매기업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고, 이용기업에 대한 금리 우대 등 인센티브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금융이 먼저 길을 열고 자금의 병목을 해소해 나간다면 우리 기업들도 난관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