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짓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사업 구조를 둘로 나눈다. 데이터센터 건축과 기반시설은 별도 법인이 맡고,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와 서비스 운영은 또 다른 법인이 담당한다. 하나의 데이터센터 안에서 하드웨어 인프라와 연산 자원·소프트웨어 운영을 분리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11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건축과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 특수목적법인(SPC)'과 고성능 GPU를 확보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GPU 서비스 SPC'를 각각 설립한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오토에버 등 주요 그룹사도 사업 참여를 확정했다.
두 법인을 나눈 이유는 데이터센터가 맡을 역할이 건물과 서버 인프라 구축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새만금 데이터센터에서 확보하려는 것은 대규모 연산 자원을 기반으로 자율주행과 로봇, 제조 AI를 반복 학습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자체 AI 인프라다. 시설을 짓는 영역과 GPU 자원을 확보·운영하는 영역의 성격이 다른 만큼 법인 구조도 분리했다.
데이터센터 SPC는 하이퍼스케일 규모의 건축과 전력·냉각 등 기반시설 구축을 담당한다. GPU 서비스 SPC는 고성능 연산 자원을 확보하고 이를 그룹 내 AI 개발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오토에버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GPU 서비스 SPC 참여를 확정했으며, 고성능 연산 자원 관리와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그룹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 일정도 구체화됐다. 현대차그룹은 두 SPC 설립을 마친 뒤 상세 설계와 주요 인허가를 진행해 2027년 3월 착공하고 2030년 초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9월 200MW 규모 태양광 발전 SPC를 설립한 데 이어 AI 데이터센터의 건축심의 절차도 시작했다.

HMG 새만금사무소 개소식에서 관계자들이 현판 제막 및 제막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새만금에 투입하기로 한 약 9조원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투자액은 5조8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월 발표한 계획에는 태양광 발전시설 1조3000억원, 수전해 플랜트 1조원,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와 AI 수소 시티 각각 4000억원도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구체적인 법인 구조와 착공·가동 일정이 나온 AI 데이터센터가 다른 사업보다 앞서 움직이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자체 연산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수요는 자동차 개발 방식의 변화와 관련돼 있다. 자율주행과 로봇처럼 실제 환경에서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는 막대한 데이터를 반복해서 학습하고 검증해야 한다. 모델 성능이 높아질수록 필요한 GPU와 연산량도 커진다.
자율주행에서는 엔드투엔드(E2E) 알고리즘 학습이 대표적이다. 레벨4 이상 자율주행을 개발하려면 실제 도로에서 수집한 주행 데이터뿐 아니라 악천후와 돌발 장애물처럼 실제 시험에서 반복하기 어려운 상황을 가상으로 만들어 학습시켜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 AI 데이터센터를 이러한 학습과 검증을 24시간 수행하는 슈퍼컴퓨팅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다.
로봇 개발에서도 같은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휴머노이드와 모바일 로봇이 비정형 환경에서 움직이려면 시각과 언어를 인지한 뒤 행동을 결정하는 모델을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데이터센터의 디지털 트윈 환경에서 로봇 행동 모델과 관절 제어 기술 등을 학습·검증할 계획이다.
차량 연구개발 과정에도 AI 활용 범위를 넓힌다. 초기 디자인 단계부터 가상 충돌시험, 공기역학 해석, 배터리 열관리까지 고성능 AI를 적용해 반복적인 해석 작업을 줄이고 개발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새만금 데이터센터는 그룹 내 여러 개발 조직이 공통으로 활용하는 연산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클라우드 연동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기술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산업은행 등과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바탕으로 금융지원 방안도 조율하고 있다.
현장 집행 조직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30일 전북 군산 자동차융합기술원 미래모빌리티테크센터에 'HMG 새만금사무소'를 열었다. 전담 인력이 상주하면서 부지 인허가와 착공, 현안 관리, 관계 부처와의 소통을 맡는다.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되는 만큼 일정과 인허가를 현장에서 관리할 거점을 별도로 둔 것이다.
신승규 현대차그룹 RH PMO 담당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 기술 내재화와 역량 고도화를 위해 대규모 데이터 축적과 학습이 가능한 AI 데이터센터를 새만금에서 우선 착공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새만금 AI 밸리 전체를 놓고 보면 AI 데이터센터는 로봇 제조 클러스터와 태양광 발전, 수전해 플랜트보다 개발 일정이 한발 앞서 구체화됐다. 태양광 SPC가 전력 공급 기반을 준비하고 데이터센터와 GPU 서비스 법인이 각각 시설과 연산 자원을 맡는 구조도 갖춰지고 있다.
향후 확인할 부분은 계획대로 GPU와 전력을 확보하고 2030년부터 실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느냐다. 글로벌 기업과 논의 중인 기술 협력 대상과 방식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GPU 서비스 SPC의 구체적인 출자 구조와 연산 자원 규모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5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AI 데이터센터는 새만금 AI 밸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이다. 법인 구조와 착공 일정은 정해졌지만 실제 경쟁력은 GPU 확보와 연산 자원 운영, 자율주행·로봇·차량 R&D에서의 활용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2027년 착공 이후 인프라 구축과 GPU 서비스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가 새만금 AI 데이터센터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