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부실 금융회사 정리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약 150일에서 주말을 포함한 3~4일로 줄이는 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금융회사 부실이 시장 전체로 번질 우려가 있는 긴급 상황에서 입찰과 주주총회 등 절차를 생략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가 금융회사 부실 확산을 막기 위해 입찰·주총 등 절차를 생략해 정리기간을 약 150일에서 3~4일로 줄이고, 주주·채권자의 추가 손실을 사후 보전하는 신속정리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 챗GPT 생성 이미지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신속정리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과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현행 정리제도는 적기시정조치를 거친 뒤 금융회사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정리처분을 내리는 단계적 구조다. 재산 실사와 입찰, 이해관계자 보호 절차도 거쳐야 해 부실 징후 포착부터 계약이전까지 통상 약 150일이 걸린다.
정리가 늦어지면 금융회사의 재무상태가 악화해 정리비용이 늘고, 예금인출 정지가 길어지면서 시장 불안이 확산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지난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 사태 당시 4일 만에 가교은행을 설립해 예금 전액을 이전했다. 영국도 3일 만에 SVB 영국법인을 HSBC에 매각해 핵심 금융서비스를 유지했다.
◆부실 우려 단계부터 대응…금융위 3분의 2 찬성 필요
신속정리제도는 이처럼 금융회사 부실이 금융시장 전반의 위기로 번질 우려가 있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미 부실해진 회사뿐 아니라 재무구조가 취약해 부실 가능성이 매우 큰 금융회사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발동 요건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한정한다. △부실 또는 부실우려 금융기관에 해당하고 △중대한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금융시장 안정이 현저히 저해될 우려가 있으며 △적기시정조치 등 기존 처분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는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 한다.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공익상 필요성이 인정되면 금융위가 신속정리 대상 금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지정에는 재정경제부·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한국은행이 참여하는 금융위에서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적용 대상은 금산법상 금융기관 중 예금보험기금 지원이 가능한 은행·보험사·증권사·저축은행·금융지주회사다. 농·수협은행과 재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 투자매매·중개업자가 아닌 자산운용사·신탁사 등은 제외된다. 농·수협은행과 상호금융에 대한 적용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한다.

신속정리제도 기본방향 및 절차(안). ⓒ 금융위원회
◆입찰·주총 생략…자산·부채 실사는 1~2일 내 잠정평가
신속정리 대상으로 지정되면 금융당국은 영업정지와 임원 직무정지·관리인 선임, 계약이전, 제3자 인수, 감자(주식 소각·병합), 인·허가 취소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위기 상황과 인수자 유무,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정리방식을 결정한다. 영업양도·합병은 이번 신속정리 수단에서 제외했다.
정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관련 법령상 절차도 대폭 간소화한다.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가 계약이전이나 제3자 인수 계약을 체결할 때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와 의견청취·의견제출, 상법·금산법상 대상 금융기관의 이사회·주주총회 결의,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와 채권자 이의제출 절차 등도 생략할 수 있다.
최대 90일이 걸리는 기업결합심사는 공정거래위원회와의 사전 협의로 대체한다.
자산·부채 실사는 예보가 1~2일 안에 잠정평가로 진행하고, 이후 확정 실사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통상 약 150일이 소요되던 정리를 주말을 포함한 3~4일 안에 마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청산·파산보다 커진 손실 보전…6개월 내 국회 보고
절차 생략에 따른 주주·채권자의 권리 제한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손실보전 장치도 마련한다.
신속정리로 입은 손실이 일반적인 청산·파산 절차를 거쳤을 때 부담했을 손실보다 크면 그 차액을 예금보험기금에서 보전한다. 금융위가 선정한 독립적인 외부 전문기관이 정산실사를 통해 청산기준 손실과 실제 손실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정산실사는 처분일부터 6개월 이내에 착수한다. 금융위는 같은 기간 안에 정리 관련 내용과 이유, 결과 등을 국회 정무위원회에 사후 보고해야 한다.
금융위는 내달 2일부터 오는 12월14일까지 42일간 금산법·예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이후 관계부처 협의와 규제개혁위원회·법제처 심사, 금융위·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과 개정안이 제도화된다면 금융회사의 급격한 부실이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위기 시 신속한 정리를 통해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