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주리 연구용 원자로 조감도. Ⓒ 현대엔지니어링
[프라임경제] 현대엔지니어링이 40여년간 축적한 원자력 설계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차세대 원전 개발기업들과 잇달아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기존 원자력 설계 중심 사업 영역을 설계·조달·시공(EPC) 분야까지 확대하려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외에서 수행한 254건 원자력 프로젝트 및 원전 인허가 대응 경험이 해외 시장 진출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미국 나노뉴클리어에너지(NNE) 및 아크클린테크놀로지(ARC)와의 업무협약(MOU)을 각각 체결하고, 4세대 SMR 실증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협력 핵심은 다름 아닌 현대엔지니어링이 확보한 원자력 설계 역량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가 작고 모듈화된 설비를 활용한다는 게 특징이다. 다만 안전성과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초기 설계 단계부터 높은 엔지니어링 기술과 규제 대응 능력이 요구된다.
지난 1985년 원자력부를 신설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까지 수행한 원자력 프로젝트가 254건에 달할 정도로 원자력 분야 사업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가동원전 설계 145건을 비롯해 △핵연료 제조·저장시설 31건 △연구용 원자로·연구시설 32건 △부지 특성 조사 20건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14건 △SMR 기술개발 6건 등이다.
국내 원자력 설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약 6년간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설계기술용역 경쟁수주 시장에서 금액 기준 점유율 약 31%를 기록하고 있다.
원자력 설계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은 까다로운 품질관리와 인허가 대응 경험으로도 이어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07년 국내 건설사 최초 원자력 품질 Q등급 시설 종합 설계 자격을 취득했다. Q등급은 원전 안전 기능과 직접 관련된 설비에 적용되는 최고 수준 품질등급으로, 설계부터 제작·시공·검사까지 엄격한 품질보증 요건이 적용된다.
이후 △한전원자력연료 핵연료 제조시설과 차세대 핵연료 생산시설 △국내 최초 모듈 방식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등 원자력 핵심 시설 설계에 참여하며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해외 경험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함께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연구용 원자로 설비 개선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미주리대학교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 사업 컨설팅 및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런 실적 기반으로 미국 SMR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넓히고 있다.
지난 23일 NNE와의 체결한 협약을 통해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너-샴페인 캠퍼스에서 추진되는 'KRONOS MMR 초도기 사업'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NNE가 개발 중인 원자로는 고온가스로(HTGR) 기반 '마이크로 원자로(MMR)'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해당 사업에서 원자로 부속시설 EPC 협력과 모듈화 설계 검토, 공급망 구축·사업 개발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7일에는 ARC와의 '소듐냉각고속로(SFR) 기반 SMR 초도기 사업 협력 MOU'를 체결했다.
ARC는 100MWe급 소듐냉각고속로 'ARC-100'을 개발하고 있으며,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 부지에 약 200MWe 규모 상업용 실증 플랜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약 600MWe 규모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업 진척에 따라 EPC 분야 협력과 신규 사업 기회 발굴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들 협약 모두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존 원자력 설계 역량을 서로 다른 4세대 원자로 기술 분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온가스로와 소듐냉각고속로 분야 실증사업에 참여하면서 차세대 원전 시장에서 사업 경험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나아가 현대엔지니어링은 SMR을 비롯해 △수소 △지속가능항공유(SAF) △탄소중립 인프라 △핵융합 등 미래 에너지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원자력 설계에서 확보한 기술력을 EPC 사업과 연결해 에너지 생산·저장·활용에 이르는 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원자력 설계 기술력과 대형 플랜트 수행 경험이 글로벌 SMR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이어지는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이번 실증사업 참여 계기로 설계부터 EPC까지 모든 주기 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SMR 시장에서 신뢰받는 핵심 파트너로 성장하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