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파킨슨병 환자의 뇌 활동을 보다 세밀하게 읽어내고 치료 반응까지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개발됐다.

사진 왼쪽부터 DGIST 최지웅 교수, 국립금오공과대학교 김한준 교수, 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김진모 석·박사통합과정생. ⓒ DGIST
뇌 신호에 뒤섞인 여러 요소를 구별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향후 환자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개인별 신경 자극 치료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될지 주목된다.
DGIST(총장 이건우)는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최지웅 교수 연구팀이 국립금오공과대학교 김한준 교수, 고려대학교 진경환 교수, 한국뇌연구원 라종철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뇌 전기 신호를 분석하는 딥러닝 모델 'NONOS'를 개발했다.
뇌파를 활용해 신경계 질환을 분석하려면 특정 주파수에서 나타나는 활동뿐 아니라 측정 신호 전반에 깔린 비주기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
두 특성이 한데 섞여 있으면 뇌의 실제 활동이 달라진 것인지, 신호의 다른 구성 요소가 변한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석의 어려움은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기능을 살피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파킨슨병과 관련된 뇌 활동 중 하나인 베타파는 초당 수십 회의 주기로 나타나는 신경 진동으로, 비정상적인 활성 변화가 운동 증상 및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하지만 종전의 분석법은 베타파의 강도를 계산할 때 비주기적 신호의 영향을 충분히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일부 분석 기술은 배경 성분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일정 시간 범위의 데이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짧은 순간에 발생하는 변화가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신호의 구성 요소를 구별하는 능력과 시간에 따른 변화 감지 능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었다.
공동 연구진은 비주기적 뇌 신호가 주파수 영역에서 일정한 감소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분석에 도입했다. 이를 학습한 NONOS는 입력된 뇌 전기 신호에서 비주기적 특성을 추정한 뒤 해당 성분을 제거해 진동 신호를 분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신호를 긴 시간 구간으로 묶어 평균화하는 방식에 의존하지 않아, 짧은 시간에 일어나는 신경 활동의 변화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뇌파의 시간 정보를 유지하면서 진동 활동 자체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환자의 보행을 예측하는 실험에서는 성능 차이가 두드러졌다. NONOS를 적용한 분석의 예측 성능 지표는 0.98로 나타났으며, 기존 기법의 0.54~0.79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해당 실험은 환자가 다음에 어느 발을 내딛을지 예측하는 것으로, 지표가 1에 가까울수록 성능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동물 실험에서도 기존 방식과 차별화된 결과가 관찰됐다. 파킨슨병의 특성을 재현한 생쥐에게 뇌심부자극술을 적용한 뒤 뇌 신호를 분석한 결과, NONOS는 전기 자극 이후 베타파 강도가 빠르게 낮아지는 변화를 포착했다.
기존 분석법으로는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려웠던 치료 관련 신호 변화를 감지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기술은 향후 신경 신호를 기반으로 치료 자극을 조절하는 시스템 개발에도 연결될 수 있다. 환자의 뇌 활동이 달라지는 시점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일률적인 자극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개인의 상태에 맞춰 자극 조건을 조정하는 치료 기술을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연산 효율을 높이고 이식형 장치에서 실시간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최지웅 DGIST 교수(뇌공학융합연구센터장)는 "이번 연구가 뇌 신호를 구성하는 진동 요소와 비진동 요소를 시간 정보의 손실 없이 분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델의 계산량을 줄여 이식형 기기에서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지면, 환자 상태에 맞춘 뇌심부자극 치료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한준 국립금오공과대학교 교수는 "이 기술이 주기적 특성과 비주기적 특성이 혼합된 생체 신호를 시간에 따라 분석하는 데 강점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뇌파 분석을 넘어 다양한 생체 신호의 변화를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에는 D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김진모 석·박사통합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최지웅 DGIST 교수와 김한준 국립금오공과대학교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를 맡았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STEAM연구사업(BRIDGE융합연구개발)과 뇌과학선도융합기술개발사업, 교육부 글로컬랩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신경영상 분야 국제학술지 'NeuroImag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