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의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중국은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량의 약 54%를 차지했으며, 중국 제조업체의 자국 시장 점유율도 57%에 달했다. 이러한 경쟁력은 기술력뿐 아니라 신제품을 시험하고 구매할 거대한 내수시장에서도 나온다. 반면 한국은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초기 고객과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창업기업이 적지 않다. 중국의 시장 규모를 따라 할 수 없다면 기술개발부터 제품 구매까지 이어지는 산업생태계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5극3특' 국가균형성장전략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는 이러한 전환의 기반이 될 수 있다. 5극3특이 초광역 경제권과 지역별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면, 메가프로젝트는 국가전략산업의 투자 방향을 구체화한다. 정부는 서남권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거점, 충청권 81조원 규모의 패키징 투자, 새만금 로봇 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산업시설과 기업 유치만으로 지역경제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서 비슷한 창업을 지원하기보다 지역별 산업 기반과 공급망을 중심으로 특화창업을 육성하고, 관련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이러한 국가전략을 실제 산업생태계로 연결하는 재정수단이 돼야 한다. 기존 기업의 운영비를 보전하거나 기관별로 예산을 나누기보다 기술개발과 시제품 제작, 초기 구매시장 형성을 연계해야 한다. 전국의 테크노파크와 창조경제혁신센터, 대학·공공기관의 창업보육센터 등의 기술·창업지원 역량을 활용하고, 전기차 구매보조금의 경험처럼 혁신제품의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정책도 검토할 수 있다. 돌봄로봇에는 한시적인 구매지원, 재난대응 드론과 시설관리 AI에는 공공기관의 실증과 선구매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메가프로젝트 참여기업의 수요를 지역 창업기업의 사업화 기회로 연결한다면 대규모 산업투자가 새로운 시장과 기업의 성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
인력경영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산업의 이동이 사람의 이동과 정착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더라도 핵심 연구자와 기술자가 수도권에 거주한 채 지역을 오간다면 지역경제에 남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지역 특화산업에 필요한 전문가가 해당 지역으로 이주해 창업하고 장기적으로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주거와 교육, 의료, 배우자 취업 등 정주 여건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기업형 첨단도시 구상도 이러한 방향과 연결된다.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이 공간정책이라면, 그곳에 전문가가 가족과 함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은 인력경영 정책이다.
결국 미래대응기금의 성패는 정부의 여러 정책을 얼마나 일관된 성장체계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방재정 자율성 약화 우려를 해소하면서 중앙정부는 초기시장 형성을 지원하고, 지자체는 지역 특화산업과 인재 수요를 바탕으로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 글로컬대학30과 RISE 등 기존 사업과의 중복도 줄여야 한다. 성과 역시 예산 집행률이나 지원기업 수보다 실제 매출과 민간투자, 전문인력의 지역 정착과 지속가능한 고용으로 평가해야 한다. 5극3특이 지역의 성장 공간을 만들고 메가프로젝트가 산업의 기반을 세운다면, 미래대응기금은 그 산업에 기업과 사람이 뿌리내리도록 하는 투자여야 한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