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인공지능(AI)이 고객 상담 산업을 바꾸고 있다. 국내 컨택센터 기업들은 인건비 상승과 인력 확보의 어려움, AI 전환이라는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기업이 선택할 미래 전략 중 하나는 해외시장 개척이다. 특히 한국어 인재와 디지털 서비스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중앙아시아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지역이다.
지난 10월 대전광역시컨택센터협회는 국내 BPO 기업 최초로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컨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KS한국고용정보와 함께 현지를 방문했다. 이미 현지에서 운영 중인 한국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방문이었다.
협회는 국내 컨택센터 운영기업 및 관련 기업들과 함께 키르기스스탄 하이테크파크(HTP)와 우즈베키스탄 IT Park를 방문해 양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IT 산업과 인력 양성 환경을 살펴봤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기관 교류가 아니라 한국 BPO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확인하고, 인재 양성과 서비스 수출을 연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해외 진출의 중심에는 누가 서야 하는가. 바로 한국 BPO 기업이다.
첫째, 한국 BPO 기업은 해외 사업을 기획하고 고객을 확보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현지에 센터를 설립하거나 인력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사업이 성립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이 먼저 국내 고객사와 해외 서비스 수요를 발굴하고, 어떤 업무를 어느 규모로 현지에 맡길 것인지 설계해야 한다. 고객 상담, 예약·접수, 주문 관리, 사무 지원 등 표준화 가능한 업무부터 사업성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서비스 계약을 기반으로 진출해야 한다.
둘째, 현지 인재를 한국형 BPO 전문인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한국 BPO 기업은 현지 한국어 교육기관 및 직업훈련기관과 협력해 인재를 선발하고, 한국어 능력과 상담 실무, 고객 응대, 정보보안, 업무 시스템 활용을 통합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현지 기관이 교육과 인력 확보를 지원한다면 한국 기업은 직무 기준과 교육과정, 품질 평가 체계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저렴한 인력을 확보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교육을 통해 생산성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KS한국고용정보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제3 세종학당을 9월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오는 2027년 1월 정식 운영을 통해 현지 한국어 인재 풀을 직접 확보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는 한국 BPO 기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 ⓒ 대전광역시컨택센터협회
셋째, 운영 노하우와 AI 기술을 수출해야 한다. 한국 BPO 기업의 경쟁력은 인력 자체보다 오랜 기간 축적한 상담 운영 경험, 고객관리 시스템, 업무 표준화, 품질 평가, 교육 및 성과관리 체계에 있다. 여기에 AI 기반 상담 지원과 업무 자동화를 결합하면 현지 인력의 생산성을 높이고 서비스 품질을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다.
한국 본사가 운영 설계와 기술·품질 관리를 맡고 현지 센터가 서비스를 수행하는 협업 모델은 해외 사업을 확대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물론 해외 진출에는 언어와 문화의 차이, 개인정보 국외 이전, 보안, 현지 노동·세무 제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소규모 시범사업으로 비용과 품질을 검증하고, 성과가 확인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업무협약도 인재 양성, 고객사 발굴, 시범 운영,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업적 가치를 갖는다.
이번 방문에서 KS한국고용정보가 운영 중인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센터를 직접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현지 센터장의 탁월한 한국어 구사력과 리더십이었다.
실제로 현지 센터는 운영 3개월 만에 생산성과 품질이 한국 수준에 도달했으며, 고객만족도 역시 9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현지 인재를 확보한다면 해외에서도 컨택센터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 최초로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선도 사례로 증명이 된 셈이다.
이번 중앙아시아 방문이 한국 BPO 기업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해외 진출은 단순한 인력 아웃소싱이 아니라 사업 모델과 운영 역량을 수출하는 일이다. 현지 기관은 인재 양성과 사업 환경 조성을 지원하고, 한국 BPO 기업은 고객 확보부터 서비스 운영과 품질 책임까지 주도해야 한다.
AI 시대의 BPO 경쟁력은 국경 안에서 비용을 줄이는 데 머물지 않는다. 글로벌 인재와 기술을 연결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협약은 시작이고 인재는 기반이며 한국 BPO 기업의 실행력과 실제 투자 계약이 성패를 결정한다. 이제 중앙아시아를 단순한 인력 공급지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서비스 거점으로 바라볼 때다.
박남구 대전광역시컨택센터협회장 / 한성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