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가 예산을 투입해 양성한 의사과학자들이 병역제도와 연구환경이라는 이중 장벽에 가로막히고 있다. 군 전문연구요원(전문연) 편입 제한 대상이 확대되면서 연구 경력 단절 우려가 커진 데다, 박사학위 취득 이후 연구를 이어갈 지원 예산까지 줄어들면서다. 인재 양성에 그치지 않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사업에 참여하는 전공의 수련 병행 남학생 대학원생 64명 가운데 47명(73.4%)이 군 필요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과목의 수련자는 현행 제도상 전문연 편입에 제한을 받는다.

국가 예산으로 양성한 의사과학자들이 군 전문연 편입 제한과 박사 후 연구 예산 삭감이라는 이중 장벽에 부딪히면서 연구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바탕으로 임상 진료와 함께 기초·중개연구 등을 수행하는 인력이다. 국내에서 비임상 의사과학자로 배출되는 인원은 연평균 83명으로, 전체 의대 졸업생 3058명의 2.7% 수준에 그친다.
양성 규모 자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병역 문제가 연구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어렵게 확보한 전문 인력의 연구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의사과학자가 군의관으로 복무하면 36개월 동안 연구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군 전문연 편입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국방부가 지정한 군 필요 전문과목 수련자는 편입이 제한된다. 군 복무로 인한 연구 공백을 줄이기 위한 제도가 정작 일부 의사과학자에게는 적용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군 필요 전문과목이 빠르게 늘면서 제약은 커지고 있다. 해당 과목은 2024년 2개에서 지난해 12개, 올해 13개로 확대됐다. 올해 지정 과목에는 내과·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응급의학과·영상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이비인후과 등이 포함됐다.
실제 사업 참여 대학원생 가운데 내과와 정형외과 수련자가 각각 1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피부과 5명, 성형외과와 신경과가 각각 4명이었다. 군 필요 전문과목 지정 시점도 입영 4개월 전으로 늦어질 수 있어 병역 계획은 물론 연구 일정 수립에도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연구를 지속할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성창현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지난 20일 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정부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박사 후 연구 등에 총 5153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내년도 의사과학자 박사 후 연구 예산은 844억4800만원으로 올해보다 169억3600만원(16.7%) 감소했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이 줄어들면서 연구 경력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개별 연구과제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계에서는 과제가 종료된 뒤 후속 지원을 받기 어렵다.
의료기관 내에서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과 진료 공백을 메울 대체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박사학위를 취득한 의사가 연구를 지속하며 독립적인 연구자로 자리 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병역으로 인한 공백을 줄이는 것과 함께 박사 후 연구 단계의 지원과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 의원은 "국가 예산을 투입해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면서도 연구를 이어갈 제도적 뒷받침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병역제도 개선과 연구시간 보호 등 현장에 맞는 지원체계를 마련해 의사과학자가 바이오헬스 산업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