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SK하이닉스(000660)가 미국 손자회사인 솔리다임(Solidigm)의 현지 상장 검토를 전면 중단했다. 금융당국 수장이 해외 자회사 분할 상장 역시 중복상장 규제 대상으로 보고 주주보호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직후 나온 조치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시장 여건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솔리다임의 상장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장 전 지분 투자 유치(프리IPO) 작업 역시 함께 백지화됐다. 지난 8월 상장 추진설이 불거진 지 79일 만이다.
솔리다임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된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다.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에 힘입어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eSSD) 시장의 핵심 공급사로 떠오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대규모 실탄을 모회사 차입 없이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독자 조달하겠다는 구상 아래 나스닥 상장을 타진해 왔다.
그러나 시장과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알짜 자회사 쪼개기 상장'을 미국 증시로 우회해 재현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쏟아졌다. 핵심 성장 동력을 지닌 자회사가 별도 상장될 경우 모회사인 SK하이닉스와 모회사의 지주사인 SK스퀘어(402340)의 기업가치가 할인(지주사 디스카운트)돼 기존 주주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발언도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 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국내 기업이 자회사를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상장하더라도 실질적인 중복상장에 해당한다"며 "모회사 주주 보호를 위한 공모주 우선 배정 등 주주 권익 보호 조치를 국내 상장과 동일한 수준으로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당국의 확고한 규제 의지에 SK하이닉스 경영진이 결국 백기를 든 셈이다.
상장 검토는 멈췄지만 수십조 원 단위의 설비투자(CAPEX)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도권 유지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미국 첨단 패키징 공장 건설 등 천문학적인 자금 집행을 앞두고 있다.
한편 투자업계에서는 자회사 상장이라는 대규모 외부 차입 통로가 차단된 만큼 SK하이닉스가 호실적에 따른 자체 영업현금흐름에 의존하거나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피할 수 있는 회사채 발행, 정책 금융 활용 등 대체 조달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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