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주변에서도 부모님의 돌봄 문제를 고민하거나, 노후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제 노인 돌봄은 일부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재가복지센터 등 장기요양기관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어르신들이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기관이 많아진다고 해서 서비스의 질까지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기관의 수를 늘리는 것만큼이나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실제 운영이 가능한가 하는 문제다. 기관 기준을 충족하고 필요한 서류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준비의 전부는 아니다. 어떤 이용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필요한 인력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종사자 관리와 이용자 안전은 어떻게 챙길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기관을 개설한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재정과 관리 체계를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현장에서 행정업무를 살펴보면 서류 준비와 실제 운영 사이의 간극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사업계획서에는 좋은 취지와 목표를 담았더라도 인력 운용 방안과 실제 채용 여건이 맞지 않아 지정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반대로 처음부터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꼼꼼히 검토하면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관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점에서 장기요양기관의 지정심사는 행정절차 이상의 의미가 있다. 관련 기준에 맞는 기관인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제도에 따라 요구되는 운영계획과 인력, 기관 등의 요건을 살펴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가복지센터와 같은 장기요양기관을 준비하는 경우 기관의 유형에 따라 적용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어 관련 법령과 지침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물론 지정심사가 기관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준이 복잡하거나 해석이 불분명하면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행정기관은 법령에 근거해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고, 기관 운영자는 해당 기준을 충분히 이해한 뒤 책임 있게 준비해야 한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현장의 여건도 고려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에서 돌봄기관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다. 어르신과 가족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중요한 기반이다. 그러니 기관을 얼마나 많이 늘렸는가도 살펴야 하지만, 그보다 이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고 있는지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노인복지 정책의 성과는 기관의 숫자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기관이 제대로 운영되고, 이용자의 안전과 권익이 보호되며,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관을 마련하는 단계부터 운영 역량을 꼼꼼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돌봄기관의 양적 확대를와 함께 운영의 내실을 다지는 일, 그것이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다.
김태훈 행정사 / 가든 행정사사무소 대표 행정사 / 대한행정사회 서울 서초지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