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초진 환자의 처방일수 제한을 둘러싼 정부와 플랫폼 업계의 입장차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초진 비대면진료의 처방을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하자, 플랫폼 업계는 만성질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해치고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22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2월24일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앞서 관련 하위 법령을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초진 처방일수 제한이 환자 편의와 의료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는 주장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앞서 관련 하위 법령을 재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 박선린 기자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일반 비대면진료는 같은 의료기관에서 최근 6개월 이내 같은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초진 비대면진료는 환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같은 시·도에 있는 의원에서 받도록 했으며, 처방은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했다. 다만 기존 치료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재진 요건을 충족하는 환자는 별도 처방일수 상한을 적용받지 않는다.
원산협은 이러한 기준이 실제 처방 행태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개된 비대면진료 이용 데이터에 따르면 초진·재진을 포함한 전체 처방 이력 중 7일을 초과한 처방은 54.8%였으며, 1회 평균 처방일수는 33.7일이었다. 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30일 이상 처방 비중이 98%를 웃돌아, 일률적인 제한이 장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재원 원산협 공동회장은 재진 인정 기준과 초진 처방일수, 진료 가능 지역 및 진료량 제한이 동시에 적용될 경우 환자의 비대면진료 이용이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7일 제한이 어떠한 안전 효과를 담보할 수도 없다"며 "환자 부담은 물론 건보 지출 역시 늘어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방일수 제한이 반복 진료와 추가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호익 솔닥 대표는 "대면 진료와 병행해 장기처방을 받던 환자에게 7일 처방 제한은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게 할 것"이라며 비대면진료가 일부 환자에게는 유일한 의료 접근 경로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외 규정의 실효성과 지역별 의료 접근성도 쟁점으로 제기됐다. 원산협은 최대 30일까지 허용하는 예외 조항의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의료기관과 플랫폼이 적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과잉 거절이나 중복 적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과 시간대에 따라 참여 의료기관이 부족한 곳에서는 진료 공백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해외 사례도 근거로 제시됐다. 원산협에 따르면 일본은 초진 처방을 7일 이내로 제한하면서도 진료기록이나 처방전 사본 등 관련 정보가 확인되면 예외를 인정한다. 미국과 영국은 별도의 처방일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게 협의회 측 설명이다.
이슬 원산협 공동회장 겸 닥터나우 준법감시·대외정책이사는 규제 도입에 따른 환자 비용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영향, 비대면진료 중개업자에 미치는 효과 등에 대한 분석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면서 규제가 미칠 영향을 검토하지 않는 게 과연 타당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원산협은 초진 처방일수 제한을 의료진의 판단에 맡기고, 7일을 넘겨 처방할 경우 판단 근거를 진료기록에 남기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향후 정부에 공식 의견을 전달하고 지역·시간대별 비대면진료 수요와 의료기관 공급 현황을 분석해 제출하는 한편, 이용자 서명운동과 청원운동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