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2차 총파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지만 노사갈등에 따른 생산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기존 생산공정의 정상 가동은 유지해야 하지만, 노조가 신규 생산 배치 중단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고객사 공급 일정과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신뢰도에 미칠 영향도 변수로 떠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2차 총파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지만, 신규 생산 배치 중단 가능성이 남아 있어 고객사 공급 일정과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신뢰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 연합뉴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는 지난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사측이 신청한 9개 공정 모두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월 1심에서 제한 대상이었던 3개 공정에 더해 플라스크·배양기 배양, 회수, 배지 제조·공급, 크로마토그래피, 바이러스 여과 등 6개 공정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쟁의행위 기간에도 해당 공정의 인력과 가동시간, 가동규모 등을 평상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법원은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 1회당 20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바이오의약품 공급 차질이 환자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했다. 대체 의약품이 없는 담도암·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등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크고, 배양·정제 공정은 원료와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 완료해야 한다는 취지다. 의약품 생산의 연속성과 환자 치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쟁의행위 제한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결정이 파업 자체를 전면 금지한 것은 아니다. 노조는 파업에 돌입한 뒤 새롭게 시작하는 생산 배치에 대해서는 중단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재정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위원장은 입장문에서 신규 배치 생산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며 "단체행동 실행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파업 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노조는 당초 21일 예정했던 집회를 취소하고 조합원 대상 라이브 방송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오는 26일부터 3주간 진행할 계획이었던 2차 총파업도 시작일 변경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법원 결정의 취지를 존중하고 관련 법령과 절차에 따라 사업장을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고객사에 대한 안정적인 제품 공급과 납기 준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규 배치 생산이 중단될 경우 고객사 일정과 납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가 이번 사태를 주시하는 이유는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특수성 때문이다. 살아 있는 세포를 배양하는 공정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중간에 가동을 멈추면 생산 중인 배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설비를 다시 가동하려면 세척과 검증 절차도 거쳐야 해 생산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CDMO 사업은 고객사가 개발한 의약품을 정해진 품질 기준과 일정에 맞춰 생산·공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공급 안정성과 품질관리 역량이 고객사의 위탁 생산업체 선정 및 계약 유지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만큼, 노사갈등이 장기화하면 기존 고객사의 신뢰와 신규 수주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간 근로조건 협상은 존중돼야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환자의 치료 연속성에 미칠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객사 신뢰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산업 전반의 신뢰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으로 기존 생산공정이 즉각 중단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신규 배치 생산 여부와 파업 일정, 노사 협상 결과에 따라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 체계를 유지하면서 노사 간 접점을 찾는 일이 주요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