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시승기] 렉서스 전기차를 다시 보게 만든 '올 뉴 ES 350e'

정숙성·승차감에 안정적인 코너링까지…기대 이상 주행 완성도에 달라진 인상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10.18 16:41:11
[프라임경제] 렉서스 전기차를 다시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동안 몇 차례 경험한 렉서스 전기차는 기대보다 아쉬움이 컸다. 하이브리드에서는 좀처럼 흠잡기 어려운 완성도를 보여주던 브랜드가 유독 전기차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상이 남았다.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렉서스는 전동화 기술에 누구보다 일찍 공을 들인 브랜드다.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했고, 정숙성과 부드러운 주행 감각은 오랫동안 렉서스를 선택하는 이유로 꼽혔다. 그런데 엔진을 없애고 전기모터만 남긴 차에서는 정작 그런 강점이 기대만큼 와닿지 않았다.

그런 렉서스가 이번에는 대표 세단 ES를 전기차로 내놓았다. 8세대 '올 뉴 ES(All-New ES)'에 처음으로 배터리 전기차를 추가한 것이다. ES는 국내에서도 렉서스 하이브리드의 경쟁력을 상징해 온 모델이다. 그만큼 기대할 이유도 있었지만, 이전 전기차에서 느꼈던 아쉬움을 떠올리면 선뜻 낙관하기 어려웠다.

이번에 선보이는 올 뉴 ES는 1989년 렉서스 브랜드의 출범과 함께 탄생한 ES의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 렉서스코리아


더욱이 지금의 전기차 시장에서 렉서스라는 이름이 특별한 경쟁력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이미 다양한 브랜드가 주행 성능과 효율, 상품성을 앞세워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에서 인정받은 완성도가 순수 전기차에서도 통할지는 직접 확인해야 할 문제였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시승을 마치고 나니 그동안 렉서스 전기차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기대보다 만족감이 훨씬 컸던 시승. 지난 13일 서울 잠실 커넥트투에서 경기 가평까지 약 78㎞를 달리며 경험한 렉서스 'ES 350e' 이야기다.

◆커진 차체에도 세단의 비율…수평형 디지털 실내

올 뉴 ES의 외관은 기존 모델과 비교해 상당한 변화를 거쳤다. 렉서스 특유의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전기차에 어울리는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측면은 후드에서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원모션 실루엣과 입체적인 숄더 라인을 통해 낮은 무게중심과 역동적인 프로포션을 구현했다. ⓒ 렉서스코리아


전면부의 핵심은 스핀들 보디 디자인이다. 기존 렉서스 모델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스핀들 그릴의 형태를 차체 전체로 확장했다. 날렵하게 뻗은 조명과 매끈하게 정리된 전면부가 어우러지면서 이전 ES보다 한층 세련됐다.

크기도 한층 커졌다. 전장은 5140㎜로 이전 세대보다 165㎜ 늘었고, 전폭은 1920㎜로 55㎜ 넓어졌다. 휠베이스 역시 80㎜ 증가한 2950㎜다. 실제 운전석에 앉았을 때는 수치 이상의 덩치가 체감됐다. 순간 SUV를 운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차체가 커지고 높아졌지만 렉서스는 ES 특유의 세단 비율을 유지하는 데 공을 들였다. 측면을 따라 이어지는 검은색 몰딩이 대표적이다. 배터리 탑재로 높아진 차체를 시각적으로 낮고 길게 보이도록 만들어 세단 특유의 날렵한 실루엣을 강조한다.

후면에는 렉서스 로고와 일체화된 일자형 '리어 L 시그니처 램프'를 적용해 와이드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 렉서스코리아


실내도 변화의 폭이 크다. 이전 ES가 곡선과 여러 장식 요소를 활용해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면, 올 뉴 ES는 수평적인 구성을 바탕으로 한층 간결하고 정돈된 공간을 완성했다. 대시보드에서 센터콘솔까지 이어지는 디자인은 복잡한 요소를 덜어내면서도 넓어진 실내 공간을 강조한다.

운전석에 앉으면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4인치 중앙 디스플레이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중앙 디스플레이는 대시보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배치해 시각적인 일체감을 높였다. 각종 주행 정보와 차량 기능을 디지털 화면에 통합하면서 실내 분위기가 이전보다 현대적으로 바뀌었다.

눈여겨볼 부분은 '리스폰시브 히든 스위치(Responsive Hidden Switch)'다. 스티어링 휠과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적용된 이 기능은 평소에는 실내 표면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가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조작 아이콘이 점등된다. 스위치의 존재감을 최소화하면서도 필요한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구성이 돋보인다.

올 뉴 ES의 실내는 '타임 이즈 럭셔리(Time is Luxury)'를 콘셉트로, 차량에서 보내는 시간 자체가 편안하고 가치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 렉서스코리아


커진 차체는 실내 공간에 여유를 더했다.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탑승 공간을 확보하는 데 유리해졌고, 전체적인 구성에서도 넉넉함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특히 ES가 오랫동안 중요하게 여겨온 편안한 이동 경험을 고려하면 이런 변화는 반갑다.

◆묵직한 차체 움직임…노멀 모드에서도 높은 전비

ES 350e의 가장 큰 매력은 주행에서 드러났다. 가속페달을 밟고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차분한 주행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전기차인 만큼 엔진 소음이 없다는 점은 특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차가 움직이는 동안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을 얼마나 잘 억제했느냐다. ES 350e는 이 부분에서 높은 만족감을 줬다. 도심에서는 물론 속도를 높인 상황에서도 실내의 정숙성이 잘 유지됐다.

전면부에는 기존 스핀들 그릴의 정체성을 차체 전체로 확장한 '스핀들 보디(Spindle Body)'를 적용했다. ⓒ 렉서스코리아


승차감도 마찬가지다. 노면에서 전달되는 충격을 부드럽게 처리하면서 차체의 움직임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편안함을 앞세운 ES의 성격이 전기차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 모습이다.

굽은 도로에서도 ES 350e의 안정적인 움직임은 이어졌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자 차체는 묵직하게 코너를 돌아나갔다. 무게감은 분명했지만 좌우로 크게 쏠리거나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듯한 불안함은 없었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하면서도 코너에서는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전기차는 차체 하부에 배터리를 탑재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무게중심을 낮추는 데 유리하지만 배터리로 인해 늘어난 차량 중량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주행 감각은 달라질 수 있다. ES 350e에서는 그 무게가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보다 안정감으로 전달됐다.

후면부는 차체가 뒤쪽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를 바탕으로 차체 각도와 범퍼 표면의 형상을 최적화했다. ⓒ 렉서스코리아


렉서스는 이번 올 뉴 ES에 개선된 GA-K 플랫폼을 적용하고 차체 강성을 높였다. 후륜 서스펜션에도 ES 최초로 5링크 멀티링크 구조를 도입했다. 주행 중 느껴지는 차체의 안정감과 충격을 처리하는 감각에는 이러한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가속 성능은 충분했다. ES 350e는 최고출력 227마력을 발휘하는 전륜구동 전기차다. 강렬한 가속을 앞세우는 고성능 모델과는 지향점이 다르다. 실제 주행에서도 필요한 만큼 속도를 높이는 데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급격한 반응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가속 감각이 차량의 성격과 잘 어울렸다.

회생제동도 만족스러웠다. 운전자가 감속 강도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감속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8세대로 새롭게 거듭난 올 뉴 ES는 지금까지 이어 온 'ES다움'을 계승하는 동시에 전동화 시대의 프리미엄 세단을 새롭게 정의하는 모델이다. ⓒ 렉서스코리아


ES 350e에는 74.69㎾h 배터리가 탑재된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78㎞, 복합 전비는 6.0㎞/㎾h다. 150㎾급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8분이 소요된다는 게 렉서스의 설명이다.

실제 전비도 만족스러웠다. 시승 내내 노멀 모드로 주행했고, 시승을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전비는 6.8㎞/㎾h. 공인 복합 전비보다 13.3% 높은 수치다. 도심과 고속도로, 일반국도가 포함된 코스에서 기록한 결과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주행거리가 제한적인 만큼 장거리 운행에서도 같은 효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ES 350e를 타기 전까지 렉서스의 강점은 여전히 하이브리드에 있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력과 정숙성, 부드러운 주행 감각은 인정하면서도 전기차에서는 그만큼의 완성도를 기대하지 않았다.

이번 시승은 그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ES 350e는 주행 내내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정숙성과 승차감, 차체 움직임까지 만족스러웠고, 어느 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렉서스가 잘하는 것을 전기차에서도 제대로 보여줬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반가웠다.

ES 350e를 평가하면서 굳이 하이브리드를 떠올릴 필요가 없었다. 전기차 자체의 완성도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짧은 시승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ES 350e에 대해서는 기존의 평가를 바꿀 이유가 충분했다. 

렉서스 전기차를 다시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다음 전기차가 궁금해졌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맨 위로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