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획 6] 전기는 충남에서, 희생도 충남에서…탈석탄 시대 '보상'을 묻다

47년간 국가 전력 생산 떠받친 보령·태안·당진…발전소 폐쇄 앞 통합 한국발전 본사 유치·에너지전환 요구

오영태 기자 | gptjd00@hanmail.net | 2026.10.17 18:09:58
[프라임경제]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 5사 통합을 앞두고 충남지역에서 통합 한국발전 본사를 충남에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 산하 발전공기업 5개사. ⓒ 프라임경제


충남지역의 논리는 단순한 공공기관 유치 경쟁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간 국가 전력 생산을 담당하며 발전소와 송전시설 등에 따른 각종 부담을 감내해 온 지역이 탈석탄 전환 과정에서 지역경제 위기까지 떠안게 된 만큼, 통합 발전공기업 본사 유치를 국가 차원의 '정의로운 전환' 방안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보령·태안·당진 등 발전소 소재 지역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세수와 고용, 협력업체, 지역 소비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전 한국중부발전 근로자대표인 전진석 씨는 "발전소는 지역 주민의 선택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지만, 주민들은 47년 동안 국가 전력 공급을 위해 환경오염과 각종 불편을 묵묵히 감내해 왔다"며 "이제 발전소가 문을 닫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지역경제만 무너지는 것은 정의로운 전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발전소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했던 역할도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전 씨는 "발전소 정기 오버홀(Overhaul) 공사만 해도 100~120일 동안 진행되고 사업비가 약 300억원에 달했다"며 "이 과정에서 지역 인력 고용과 숙박, 음식점 이용, 자재 구매 등이 이뤄지면서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되면서 이런 경제효과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며 "남는 것은 멈춰 선 발전설비와 지역경제 침체뿐"이라고 우려했다.

충남의 발전산업은 국가 전력 공급 체계에서 오랜 기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보령·신보령·신서천 발전단지와 태안화력, 당진화력 등 대규모 발전시설이 자리하면서 충남은 대표적인 발전산업 집적지역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탄소중립과 탈석탄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발전소 소재 지역의 상황도 달라지고 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가 순차적으로 폐쇄되면 발전소 운영인력 감소뿐 아니라 협력업체와 지역 상권, 지방세 등 연관 경제활동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역사회의 우려다.

보령·태안·당진 등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산업구조 개편을 넘어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에서는 통합 한국발전 본사 유치를 '기관 하나를 가져오는 사업'이 아니라 탈석탄 지역의 산업전환을 지원하는 국가정책의 하나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 씨는 "발전소는 들어올 때도 주민들에게 묻지 않았고, 이제 폐쇄하면서도 충분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통합 발전공사 본사는 국가 전력 생산을 위해 희생한 충남이 가장 먼저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충남은 기존 발전산업뿐 아니라 LNG 복합발전과 수소 혼소발전,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에너지 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반과 전문인력이 이미 집적돼 있다"며 "현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지역에 본사가 들어와야 에너지 전환 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 한국발전 본사 유치를 둘러싼 충남 내부의 전략 조율도 과제로 꼽힌다. 보령과 태안, 당진 등 발전소 소재 지역이 각각 본사 유치에 나설 경우 충남의 유치 논리가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보령지역에서도 통합본사는 충남에 유치하고, 보령에는 기존 한국중부발전 본사와 발전 인프라를 활용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본부 또는 핵심 기능을 확보하는 방식의 '투트랙' 전략이 제시됐다.

이는 통합본사 유치와 함께 탈석탄 지역에 실질적인 에너지전환 기능을 배분해야 한다는 접근이다. 통합 한국발전의 본사가 충남에 들어서더라도 모든 기능이 한곳에 집중될 경우 기존 발전소 소재 지역의 경제적 공백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충남도와 보령시·태안군·당진시 등 발전소 소재 지자체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 씨는 "정부가 발전공기업 통합을 추진한다면 지금부터 통합 한국발전 본사 유치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충남도와 시·군, 도의회, 시·군의회, 시민사회가 함께 연대해 국가 차원의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아이가 울어야 부모가 살피듯 지역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그동안 국가를 위해 희생한 충남이 더 이상 아무 대책 없이 발전산업만 잃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충남의 통합 한국발전 본사 유치 논리는 '과거의 희생에 대한 보상'과 '미래 에너지산업 전환'을 동시에 요구하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발전소가 지역에 남긴 경제적 효과와 탈석탄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충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통합 발전공기업의 본사와 지역 기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가 향후 논의의 핵심이다.

충남지역에서 제기되는 요구처럼 통합 한국발전 본사 유치가 현실화될 경우 이를 기존 발전지역의 산업전환과 연계하는 후속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남는다. 47년간 국가 전력 생산을 담당해 온 충남이 탈석탄 이후에도 에너지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남을 수 있을지, 통합 한국발전 출범 논의가 충남의 새로운 에너지전환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맨 위로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