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니켈 대신 망간으로 LNG 운반선의 심장을 만든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을 대형 LNG 운반선의 핵심 설비인 화물창(Cargo Tank)까지 넓히기 위해 한화오션(042660)과 손을 잡았다. LNG 연료탱크에 머물던 고망간강의 적용 범위를 '화물 저장설비'로 확대하는 시도다.
포스코는 15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고망간강 화물창 실증선 확보를 위한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이희근 포스코 사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등 양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플로우 등 그룹 계열사도 실증선 확보와 운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실증선은 신소재나 신기술을 실제 운항 환경에서 검증하는 선박을 뜻한다. 양사는 한화오션이 고망간강 화물창을 탑재한 실증선을 건조하고, 실제 환경에서 안전성·내구성·운용 효율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선주사에 내밀 '운항 레코드(Track Record)'를 쌓겠다는 얘기다.
신소재가 시장에 들어가려면 서류상 성능보다 실제 운항 이력이 중요하다. 이번 MOU가 상용화와 글로벌 수주의 기반을 다지는 분기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포스코와 한화오션이 15일 '고망간강 화물창 실증선 확보를 위한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 다섯 번째부터)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이희근 포스코 대표이사. ⓒ 포스코
고망간강은 영하 163도 이하 극저온에서도 강도와 충격인성을 유지하는 포스코 독자 기술 기반 특수강재다. 기존 LNG 화물창에 주로 쓰이던 고가의 니켈 합금강(INVAR) 대신 매장량이 풍부한 망간을 활용한다. 원가 경쟁력과 소재 공급 안정성에서 앞선다는 평가다.
시장 규모도 다르다. LNG 연료탱크는 선박 1척당 소재가 약 1000톤 들어가지만, LNG 운반선 화물창은 1척당 약 1만톤 이상이 투입된다. 같은 고망간강이라도 화물창으로 넘어가면 물량이 10배 안팎으로 커지는 셈이다. 그간 해외 기술에 의존해온 LNG 화물창 시장에 국산 소재가 파고들 길이 열린다.
기술적 강점도 있다. 고객 요구에 따라 LNG 손실을 극소화한 '초저 기화율(Ultra-low BOR)'부터 경제형 기화율까지 유연하게 구현 가능하다.
또 구조 강성이 우수해 액체 화물이 출렁이며 벽면을 때리는 '슬로싱(Sloshing)' 현상에 따른 운항 제약 없다. 이와 함께 화물창을 따로 제작해 선박에 얹는 독립형 구조라 조선소 건조 기간(공기)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사업을 'LNG 풀 밸류체인(Full Value Chain)' 전략의 결실로 내세운다. △포스코의 신소재 개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트레이딩·터미널 운영 △포스코플로우의 물류 지원을 하나로 잇는 그룹 차원의 시너지 전략이다.

한화오션 LNG 추진선에 적용된 고망간강 연료탱크. ⓒ 한화오션
글로벌 저탄소 에너지 전환 속 LNG 수요가 가파르게 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LNG 운반선뿐 아니라 LNG 벙커링선, 부유식 저장·재기화 설비(FSRU) 등 해상 LNG 인프라 시장도 커질 것이란 판단이다.
고망간강 상용화 뒤에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기술 리더십이 있었다는 평가다. 기술투자본부장(부사장)이던 지난 2017년 고망간강의 가치에 주목해 광양 LNG 터미널 5호기 건설 적용을 이끌었고, 2019년 준공·실증을 성공시켰다.
선박 분야 확대는 지난 2020년 포스코 사장 시절 직접 한화오션 경영진을 찾아가 소재의 안전성과 적용 타당성을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포스코가 발주한 석회석 운반선에 처음 적용한 뒤, 2021년 한화오션의 초대형 원유운반선과 컨테이너선 LNG 연료탱크로 이어졌다. 현재 고망간강은 LNG 연료탱크 등을 포함해 누적 51척에 적용됐다. 올해는 해외 프로젝트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다.
양사는 LNG 운반선 화물창 실증을 발판으로 LNG 벙커링선과 FSRU 등 해상 에너지 설비로 적용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고망간강은 수소·에탄·암모니아 등 다양한 화물 운송에도 쓸 수 있어, 극저온 화물 운송 시장 전반으로 단계적 확대도 추진한다.
이희근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은 "포스코의 독보적인 고망간강 기술력은 K-조선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병기가 될 것이다"며 "LNG 화물창을 시작으로 친환경 선박 소재 시장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 사장은 "양사의 기술 역량을 결집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춘 화물창 솔루션을 제공하고, LNG를 비롯한 다양한 저온 화물 운송 분야로 적용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화오션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각인시켜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