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글로벌 제약사들이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기술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펩트론(087010)이 릴리와의 기술평가를 끝냈지만 후속 계약을 확보하지 못했다. 기술 검증을 넘어 사업적 성과를 확보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남았다.
업계에 따르면 펩트론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릴리와 진행한 스마트데포(SmartDepot) 플랫폼 기술평가 기간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펩트론은 "기술평가 기간 종료 시점에 후속 상업화 계약 체결이라는 결과를 함께 안내하지 못하게 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사의 협력은 2024년 10월 시작됐다. 펩트론은 당시 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의약품에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비독점적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데포는 생분해성 고분자로 만든 미립구를 활용해 약물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플랫폼이다.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 투약 간격을 연장하고 환자의 주사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약 14개월로 설정됐던 평가 기간은 지난해 12월 정정공시를 통해 최대 24개월로 연장됐다. 펩트론은 추가 물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양사 합의로 평가 범위와 기간이 확대됐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이번 평가 종료로 공동연구는 계약상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상업화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펩트론은 공동연구가 최초 계약 당시 계획보다 확대된 범위에서 진행됐고 추가 기술평가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연구와 평가 절차는 계약 기간 내 차질 없이 완료됐으며, 약정된 대가도 모두 수령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릴리의 기술 도입 여부나 향후 협의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기술평가 종료가 향후 협력 가능성까지 완전히 닫혔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이번 결과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릴리와의 협력이 펩트론의 성장 기대를 키워 온 점이 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제약사가 약물전달 플랫폼을 평가한다는 사실은 기술력과 사업 확장 가능성을 가늠할 기회로 받아들여졌다. 후속 기술이전이나 상업화 계약에 대한 기대도 기업가치에 반영됐다. 지난해 말 펩트론의 시가총액은 약 5조9000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9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기술평가와 상업화 계약은 별개의 단계라는 평가다. 약물전달 플랫폼은 약효 지속성뿐 아니라 안전성, 대량생산 가능성, 상업성 등 여러 조건을 검증해야 한다. 평가 절차를 완료했다고 해서 기술 도입이나 제품 출시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약 2년간 이어진 협력이 계약으로 연결되지 않은 만큼, 시장의 기대와 실제 사업화 진척 사이의 간극을 해소할 필요성이 커졌다.
관건은 릴리와의 후속 협력 여부를 넘어 스마트데포의 가치를 실제 계약과 매출 기회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공동연구 종료만으로 기술의 성공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협력 과정에서 쌓인 기대를 유지하려면 시장이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화 성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