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청 전경. ⓒ 박비주안 기자
[프라임경제] 부산시가 '퐁피두센터 부산분관' 건립 사업을 중단하고,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극장 초청공연'도 현 계획으로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해외 브랜드 유치 대신 지역 문화역량에 투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14일 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문화분야 현안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30일 타운홀미팅에서 "오늘 들은 말씀은 부산의 문화정책이 된다"고 한 약속에 따른 첫 후속 조치다. 전 시장은 재검토를 시작할 때 전임 시장의 정책이라고 무조건 뒤집지도, 이미 시작된 일이라고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는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석 달간 숙의를 진행했다. 퐁피두는 시의회·시민단체·전문기관이 추천한 18명 규모 정책점검단이 검토했다. 라 스칼라는 운영자문단 회의 4차례와 시민토론회, 시민 1000명 여론조사를 거쳤다. 이후 문화협력위원회 심의와 타운홀미팅을 거쳐 시민 체감도·공공성·재정 지속가능성·행정 책임성 등 4대 원칙에 따라 최종 판단했다.
퐁피두 정책점검단은 찬반이 갈려 단일 권고안을 내지 못했지만, 다수 의견은 사업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문화협력위원회에서도 반대가 우세했고, 조건부 찬성 위원들조차 환경훼손 우려로 이기대 입지 재검토를 요청했다.
시가 밝힌 중단 사유는 네 가지다. 우선 약 8000만 년 지질 역사를 간직한 국가지질공원 이기대에 영구 시설물을 지으면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크다. 계약상 부산의 권리와 공공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용역이 제시한 건립비 시비 약 1100억원, 연간 운영비 약 125억원은 경제성분석을 믿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역 예술계와의 공감대가 부족하고 기존 미술관과의 역할 분담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혔다.
대안으로 시는 동부산 시립미술관과 서부산 현대미술관의 전시·연구·소장 역량을 높이고 해외 미술관과의 교류를 넓힌다. 북항에는 지역 예술인들이 요청해 온 복합문화전시공간을 전액 국비로 조성한다. 연면적 약 5000㎡에 전시공간 약 3000㎡ 규모이며, 2030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해양수산부·부산항만공사와 협의하고 있다.
라 스칼라 초청공연은 여론조사 찬성 75%, 문화협력위원회 조건부 찬성 64%로 기대가 크다는 점은 확인됐다. 다만 '비용을 줄여서 추진해야 한다'(38.1%)는 응답이 '투자가 크더라도 추진해야 한다'(36.9%)보다 많았다.
시는 추진하지 않는 근거로 세 가지를 들었다. 사업비 100억원 가운데 40~50%를 기업 기부·협찬으로 마련하려 했지만,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 시점까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지역 예술인 참여와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 협력 방안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여기에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자체 운영 오페라극장 중 전국 최대 규모인 만큼 개관 준비 기간이 충분해야 한다고 봤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예정대로 올해 말 준공한다. 2027년 상반기 시설 안전성·성능 점검과 하반기 시범 공연을 거쳐 2028년 정식 개관한다. 개관 페스티벌은 지역 예술인과 함께 부산의 정체성을 담아 준비한다.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라 스칼라를 포함한 세계적 오페라 초청을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전 시장은 "이번 숙의 과정은 부산의 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며 "오늘의 결론에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의 기대와 제안도 앞으로의 정책에 소중히 담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의 일상에 '문화가 기본'이 되는 부산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