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낙관주의는 결코 설 자리가 없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창립 74주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던진 화두는 경고였다.
김 회장은 지난 9일 창립기념사에서 "끊임없는 지정학적 분쟁, 급격한 국내외 산업 환경 변화 등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많은 난관을 뚫고 나갈 경로를 확보하고 정면 대응해야 100년, 200년 한화를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축하보다 먼저 위기의식을 강조했고, 변화에 적응·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
한화의 출발점은 화약이다. 김 회장은 "74년 전 한화는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기간산업을 우리가 직접 일구겠다는 일념으로 출발했다"고 돌아봤다.
이후 사업은 △기계 △석유화학 △금융 △서비스 △에너지 △방산 △해양을 거쳐 우주항공까지 뻗어왔다. 그 결과 한화는 올해 자산총액 기준 재계 5위 그룹으로 올라섰다. 김 회장은 "각 사업 분야에서 미래를 창조하는 리더가 돼야 한다"며 목표를 제시했다.
김 회장이 꼽은 기본자세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주인의식'이다. 그는 "사업이 곤경에 빠지고 조직이 고비에 처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며 앞장서 활로를 찾는 리더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 때 물러서는 사람에게 미래를 맡기지 않겠다는 얘기다.
둘째로는 '선택과 집중'을 꼽았다. 국제 정세가 복잡해지고 경쟁과 협력이 겹겹이 얽힌 만큼 힘을 분산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김 회장은 "정확하게 타깃을 설정해 신속하게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복합 리스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전략적 유연성과 강력한 추진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셋째는 '도전정신'이다. 김 회장은 방산과 해양 분야에서 남들이 그어놓은 한계선을 넘을 수 있었던 동력으로 불굴의 도전정신, 이른바 '한화 DNA'를 꼽았다. 미래 리더가 가져야 할 핵심 자산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AI(인공지능)를 도전정신이 가장 먼저 시험받을 영역으로 짚었다. 그는 "영속적 리더가 되기 위한 AI 기반의 기술 경쟁력 확보 역시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꺾이지 않는 도전정신으로만 가능할 것이다"고 전했다.
특히 우주항공 사업의 근간으로 국방 AI 역량을 지목했다. 김 회장은 "금융, 기계, 서비스 분야에서도 AI 기반 기술이 뒷받침돼야 명실상부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I를 방산·우주 사업에만 한정하지 않고 그룹 전 계열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안전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큰 성과는 안전에서 출발하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미래는 없다"며 "임직원과 가족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게 리더의 기본 자질이자 중점 과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가치도 안전과 생명에 앞설 순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라면 한화가 세계의 중심에서 인류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며 "지난 74년을 같이 일궈온 한화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나가자"고 덧붙였다.
재계 5위라는 성적표를 받은 상황 속에도 오히려 낙관을 경계한 것이다. 사업 영역이 넓어질수록 리스크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주문한 세 가지 강조점이 현장에서 얼마나 작동할지가 100년, 그 이상 한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