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4대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통합 효과에 대한 사전 분석과 관계기관 협의는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 항만공사가 대부분 흑자를 내고 있고 항만별 기능도 뚜렷하게 다른 만큼 통합의 실익과 절차적 정당성을 보다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이어졌다.
지난 6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정부의 4대 항만공사 통합 추진 배경과 실효성을 집중 질의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통해 부산항만공사·인천항만공사·울산항만공사·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 의원은 부산·인천·울산항만공사가 모두 세 자릿수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여수광양항만공사 역시 항만 운영 자체보다 여수엑스포 박람회장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부담이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들며 통합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항만공사를 단일 법인으로 운영할 경우 항만 간 연계를 강화하고 해외 항만·물류 거점 진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급망 변화에 국가 차원으로 대응하고 북극항로 개척이나 해양수도 육성 등 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통합 조직이 보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항만공사·인천항만공사·울산항만공사·여수광양항만공사 노동조합 위원장들이 지난 9월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재정경제부 앞에서 정부의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 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의 통합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검토가 이뤄졌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해양수산부와 관계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수부는 항만공사 통합에 따른 비용 절감이나 경쟁력 향상 등 효과 분석 자료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통합 효과 분석과 관련해 향후 통합 로드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의원실에 전달했다. 사실상 통합 방침을 정한 뒤 효과를 분석하는 순서가 된 셈이다.
과거 정부 연구에서도 항만공사 통합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2011년 정부 연구용역에서는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할 경우 연간 비용 절감 효과가 50억4000만원 수준에 그쳐 통합 효과가 매우 미미하다는 결론이 제시됐다. 현재 별도의 효과 분석 없이 다시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타당성을 보다 면밀히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처 간 협의 역시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신 의원실에 따르면 항만공사를 담당하는 해수부와 공공기관 기능개혁을 담당하는 재경부가 통합 문제를 공식적으로 협의한 것은 지난 3월18일 한 차례였다. 당시 회의에서는 항만공사의 설립 취지와 항만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양 부처가 이후 수시로 협의하기로 했지만 추가 공식 협의는 확인되지 않았다.
항만공사 지분을 보유한 관계기관과의 사전 조율도 부족했다. 신 의원실이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는 항만공사 통합과 관련해 정부와 정식 협의를 진행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항만공사의 경우 정부 외에도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항만별 기능 차이도 통합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환적화물, 인천항은 중국 교역과 수도권 물류, 울산항은 액체화물,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등 국가 기간산업과 연계된 원자재 물류를 중심으로 각각 다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재경부 국감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신호 부산항만공사 노동조합 위원장도 각 항만이 취급하는 화물과 산업 생태계가 서로 다른 만큼 일률적인 통합이 오히려 전문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취지로 우려를 나타냈다.
통합법인의 본사 위치와 기존 항만공사의 역할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부총리는 통합 이후에도 지역 항만의 특성과 기능을 유지하면서 본사와 지역지사 간 역할을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합공사 본사 소재지 역시 해수부를 중심으로 구성될 통합법인설립추진단에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항만 간 중복 기능을 줄이고 국가 차원의 항만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효과 분석과 관계기관 협의보다 통합 결정이 먼저 이뤄졌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4대 항만공사가 각 지역의 산업구조와 물동량 특성에 맞춰 독자적인 운영체계를 구축해온 만큼 향후 정부가 통합의 구체적인 비용과 편익, 지역별 기능 유지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