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기자수첩] 법과 용기, 남북관계에 대한 고찰…딱한 외사랑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도 원칙에서 출발해야…참는 것과 물러서는 것은 달라

오영태 기자 | gptjd00@hanmail.net | 2026.10.10 17:49:31
[프라임경제] 법이 없는 세계에서 힘은 곧 정의가 된다. 힘이 약한 사람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조차 어렵고, 상대의 선의에 기대야 한다. 그렇기에 법은 힘을 대신해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의 질서를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늘 얻어맞기만 하던 주인공이 싸움의 기술을 배우면서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에게 맞서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기술을 익혔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상대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용기다.

이 대목은 최근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긴장 고조를 막고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를 강조한다. 남북관계가 악화될 경우 국민의 안전과 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대응은 필요하다.

문제는 신중함과 소극적 대응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장병들이 북한과 관련된 지뢰 폭발 사고로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다. 국민과 장병들에게 국가가 위험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는지를 보여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대의 반응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우리의 원칙과 책임을 뒤로 미룬다면 오히려 상대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평화를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황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이 과연 평화를 지키는 방법인지 되묻게 된다.

더구나 북한의 책임이 제기되는 사안에서 우리 정부가 인도적 지원이나 관계 개선을 먼저 강조할 경우 국민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대화와 지원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남북관계에서 인도적 문제와 교류·협력은 장기적인 평화를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원칙 없는 대화는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북한의 도발이나 적대적 언행에는 분명한 책임을 묻고, 대화가 필요한 순간에는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남북관계의 출발점이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때로 단호한 대응도 필요하다.

특히, 국가의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말의 강도가 아니라 일관성이다. 북한을 향해 강한 메시지를 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정반대의 태도를 보인다면 그 메시지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역시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남북관계 개선은 필요하다. 한반도의 긴장을 낮추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은 어느 정부에서든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평화가 일방적인 인내의 결과가 될 수는 없다. 평화에는 원칙이 필요하고,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대가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데도 계속 손을 내미는 것은 대화가 아니라 일방적인 외사랑에 가까울 수 있다. 상대방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먼저 서로 지켜야 할 선이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것도 결국 그 지점이다. 무조건적인 강경 대응도 답이 아니지만, 반대로 상대의 반응을 두려워해 원칙을 스스로 낮추는 것 역시 평화를 위한 해법이 될 수 없다.

힘을 과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잘못된 행동에는 책임을 묻고, 대화할 때는 당당하게 대화하자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지켜야 할 선은 분명해야 한다. 평화를 위해 참고 기다리는 것과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다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싸움의 기술만이 아니다. 국민과 장병을 지켜야 할 때 물러서지 않는 용기다.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그래야 대화도 평화도 오래갈 수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맨 위로

저작권자(c) 프라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