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DGIST 연구진이 별도의 전력이나 냉각수를 공급하지 않고도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냉각 소재를 선보였다.

수분 흡착 기반 증발 냉각 소재 작동 원리. ⓒ DGIST
DGIST(총장 이건우) 화학물리학과 김성균 교수 연구팀은 공기 중에 존재하는 수분을 흡수·저장한 뒤 기기의 온도가 올라가면 이를 증발시키는 방식의 수동 냉각 필름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라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전자기기 열관리 문제의 새로운 해법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규모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스마트기기와 전기차 배터리 등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해야 하는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현재 데이터센터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냉각 시스템은 팬이나 펌프 등 별도의 장치를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다. 냉각수 역시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에너지와 수자원 확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존 냉각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 동력 없이 작동하는 증발 냉각 원리에 주목했다.
다만 기존 흡습 소재는 단단한 결정성 물질이 대부분이어서 전자기기 표면에 균일하게 부착하기 어렵고, 수분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금속 부식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김성균 교수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분을 효과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나노셀룰로오스와 높은 흡습성을 가진 유기 이온성 분자를 결합했다.
이를 통해 기존 소재와 달리 유연하고 접착성이 있는 필름 형태의 냉각 소재를 구현했다.
새롭게 개발된 필름은 수분이 없는 건조 상태에서도 유연성과 접착력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금속이나 반도체, 유리 등 다양한 표면에 밀착시킬 수 있으며, 별도의 복잡한 냉각장치 없이 표면에서 직접 열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필름이 평상시에는 주변 공기 속 수분을 흡수해 저장하고 있다가 전자기기가 가동되면서 온도가 상승하면 저장된 물을 증발시킨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발 잠열을 이용해 기기 표면의 열을 외부로 방출하고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필름에 수분이 포함된 상태에서도 전자기기 소재를 부식시키지 않는 특성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기존 흡습 소재에서 문제가 됐던 부식 우려를 줄이면서 별도의 보호막을 추가하지 않고도 기기 표면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전자기기가 장시간 작동하는 조건을 적용한 실험에서도 냉각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개발 필름을 적용한 경우 기기 표면 온도가 72.3℃에서 54.1℃까지 내려가면서 최대 18.2℃의 온도 저감 효과를 나타냈으며, 이 같은 냉각 성능은 12시간 이상 지속됐다.
연구팀은 이번 소재가 외부 전력이나 별도의 냉각수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능동 냉각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기술로 보고 있다.
특히 높은 발열을 동반하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모바일 전자기기, 전기차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성균 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친환경 냉각 소재를 개발했다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수동 냉각 소재가 가진 부식 문제와 낮은 유연성, 부족한 접착력 등을 동시에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자기기 열관리 기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기초연구사업과 DGIST 국제공동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화학물리학과 김현도 박사과정생이 연구를 주도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Small Structures'에 2026년 9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