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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근의 밥 한 끼 하시죠 ⑥] 밥에도 별이 필요하다

 

김봉근 잇더컴퍼니 대표 | press@newsprime.co.kr | 2026.10.02 09:42:57
[프라임경제] 로컬푸드를 제대로 먹으려면 품을 들여야 한다. 어느 바닷가 마을의 제철 생선 한 상을 맛보기 위해, 어느 산골의 나물 정식을 먹기 위해 길게는 두세 시간을 달려간다.

도착 후 밥을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남짓이다. 그리고 다시 두세 시간을 달려 돌아온다. 30분의 한 끼를 위해 대여섯 시간을 쓰는 셈이다. 로컬푸드가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일상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사실 사람들은 맛있는 한 끼를 위해 기꺼이 먼 길을 떠난다. 미식의 기준으로 통하는 미쉐린 가이드가 최고 등급인 별 셋에 붙이는 설명도 '특별히 여행할 가치가 있는 요리'다. 

흥미롭게도 이 가이드를 만든 것은 타이어 회사였다. 운전자에게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자동차 여행을 늘리고, 타이어 수요도 키우려는 발상이었다. 음식은 사람을 움직이고, 그 이동은 또 다른 소비를 만든다.

그렇다면 그 한 끼의 경험을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가져올 수 있다면 어떨까. 그 지역의 맛을 담은 상품을 집에서도 만날 수 있다면, 먼 길을 떠나지 않고도 그 맛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다. 물론 현지의 풍경과 분위기까지 옮길 수는 없다. 대신 그곳을 궁금하게 만드는 첫 만남은 건넬 수 있다.

흔히 지역 음식을 어디서든 살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이 더는 그곳을 찾지 않을 것이라 걱정한다. 그러나 그 한 끼가 오히려 방문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 맛이 난 곳은 어떤 땅일까, 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맛에 얽힌 이야기를 함께 전할 수 있다면, 먹기 위해 가던 길이 알기 위해 가는 길로 바뀌는 것이다.

식사만 하고 돌아오던 사람이 그 지역의 풍경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하루를 머문다면 어떨까. 짧은 방문이 체류로 이어지고, 숙박과 지역에서의 소비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집으로 간 한 끼가 먼저 맛의 예고편을 보여 주고, 그 예고편이 사람을 현지로 부르는 셈이다. 로컬푸드를 집으로 보내는 일이 사람을 그 땅으로 부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돌아온 뒤에도 다시 찾고 싶은 맛이다. 여행의 기억을 담은 음식을 일상에서 먹고, 다음에는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권한다. 현지에서의 경험이 그 맛에 대한 믿음을 만들고, 집으로 온 상품은 그 경험을 오래 이어 준다. 관광과 상품이 서로를 북돋우려면 맛은 물론, 그 맛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함께 전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밥이 있다. 어느 고장의 쌀에 그 땅에서 자란 나물을 얹어 지은 밥 한 끼에는 지역의 계절과 생활이 담긴다. 쌀을 품종이나 무게로만 설명할 때와, 그 쌀로 어떤 밥을 지어 먹는지 보여 줄 때, 소비자가 그 쌀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진다. 

밥 한 공기의 맛이 마음에 남으면 쌀을 다시 찾고, 그 쌀이 자란 고장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해외에 소개할 때도 쌀과 함께 밥을 짓고 즐기는 방법을 전할 수 있다.

K푸드 역시 이런 연결이 필요하다. 한국 음식을 한 번 맛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 음식을 한국에서 먹으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 끼의 경험이 한국의 식문화를 알고 싶게 만들 때, 그 한 끼는 문화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다.

그래서 한국의 밥상은 그 자체로 콘텐츠다. 맛집의 비법이 담긴 레시피도, 집집마다 다른 밥상의 풍경도 이야기다. 같은 나물이라도 지역마다 손질하고 무치는 방식이 다르고, 계절마다 밥 위에 오르는 재료가 달라진다. 우리가 익숙해서 지나치는 이 차이가 누군가에게는 한국의 밥을 특별하게 느끼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한국의 밥을 먹는 경험을 새롭게 설계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 시도는 올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디자인 콘셉트 부문에 선정됐다. 밥을 먹는 방식과 그 식문화를 담아내는 일이 곧 하나의 경험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익숙한 한 끼라도 어떻게 만나고 경험하게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가치를 얻는 것이다.

미쉐린의 별은 사람에게 그 음식을 찾아 길을 떠날 이유를 준다. 우리 밥에도 그런 별이 필요하다. 꼭 유명한 평가기관이 붙여 주는 별일 필요는 없다. 

이 밥을 먹어 보고 싶게 하고, 이 밥이 태어난 곳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유라면 충분하다. 우리에게는 평범한 밥 한 공기가 누군가에게는 여행을 시작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 밥에 필요한 진짜 별인지도 모른다.

다음 끼니에 뵙겠습니다.

- ㈜ 잇더컴퍼니 대표
- 제주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
- 서울대학교 푸드테크 최고책임자과정
  수료 및 월드푸드테크협의회 정회원
전) 매일유업 조리식품 브랜드매니저
전) WK 마케팅그룹 브랜드컨설팅 컨설턴트
전) 한화 S&C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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