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허리디스크, 회전근개파열, 목디스크와 같은 근골격계 질병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근로자들이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퇴행성 변화가 있습니다', '업무로 인한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개인적인 요인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같은 평가가 곧 산재 불승인을 뜻하지는 않는다.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여부는 단순히 MRI나 X-ray에서 나타난 상태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근로자가 오랜 기간 어떤 작업을, 어떤 자세로, 어느 정도의 강도와 빈도로 수행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져 판단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역시 근골격계 질병의 판단에서 '신체부담업무'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 △반복 동작이 많은 업무 △무리한 힘을 가해야 하는 업무 △부적절한 자세를 유지하는 업무 등이 대표적이다.
또 신체부담업무로 기존 질병이 악화되거나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적인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된 경우에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근골격계 질병의 산재 판단 절차를 보면 이같은 특징이 더욱 분명해진다. 근로복지공단은 신청인의 업무내용과 재해 경위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특별진찰이나 직업환경의학적 자문 등을 통해 신체부담 정도와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평가한다. 이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최종적으로 심의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앞 단계의 업무관련성 평가와 질병판정위원회의 최종 판단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 한 물류업 종사자의 경추 추간판탈출증 사례에서는 특별진찰에서 목의 부적절한 자세가 일부 존재하지만 작업강도와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목 부위 부담 정도와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낮다고 평가됐다.
그러나 질병판정위원회는 범퍼를 어깨 등에 올려 운반하면서 경추에 상당한 부담이 가해졌고 이러한 작업을 5년 6개월간 수행했다는 점 등을 종합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8년 9개월간 기계관리와 상차작업을 한 근로자의 요추 질환 사례도 비슷하다. 특별진찰에서는 허리 부담이 낮고 질병 역시 자연경과를 넘어선 퇴행성 변화로 보기 어렵다며 업무관련성을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판정위원회 다수 위원은 중량물 취급과 부적절한 자세, 작업기간과 빈도 및 강도 등을 종합할 때 누적된 신체부담이 높다고 판단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보육교사의 회전근개파열 사례에서도 특별진찰 단계에서는 해당 기간 동안 회전근개파열을 발생시킬 만큼 신체부담이 누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판정위원회에서는 영아를 반복적으로 안거나 지지하고, 부적절한 자세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어깨에 부담이 누적됐다는 점을 고려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이 근로자는 하루 약 7.3시간의 돌봄 업무를 수행하면서 평균 9~12kg의 영아를 수시로 안거나 업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례들은 근골격계 산재에서 중요한 것이 단순히 '질병이 있느냐'가 아니라 질병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는 신체적 부담이 업무 과정에서 어떻게 누적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질병판정위원회에서는 서류에 적힌 직종명이나 하루 작업시간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실제 작업의 모습을 위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어떤 물건을 몇 kg씩 들었는지, 하루 몇 차례 반복했는지, 허리나 목을 얼마나 숙이고 비틀었는지, 팔을 어느 높이까지 들어야 했는지, 이러한 작업을 몇 년간 반복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앞 단계에서 '업무관련성이 낮다'는 평가가 있었더라도 그 판단의 전제가 된 작업내용이나 부담 정도가 실제 현장과 다르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병의 산재 신청에서는 초기 업무관련성 조사 단계부터 실제 작업내용과 신체부담요인을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질병판정위원회에서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진단서를 제출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업무의 강도·빈도·자세·근무기간과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근골격계 산재의 특성과 판정 절차를 이해하고, 질병판정위원회에서 핵심 쟁점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산재 인정 가능성을 판단하고 주장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現 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 서울분사무소 노무사
現 서울외국인 주민지원센터 전문상담 위원
現 공사상 소방공무원 권리구제 법률자문단 위원
現 인천광역시산업재해인협회 자문공인노무사
現 전국산재노동조합 자문공인노무사
前 한국공인노무사회 소통통합 위원회 위원
前 강북노동자복지관 법률상담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