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에어프레미아가 인수합병(M&A) 시장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이스타항공을 보유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6일 항공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VIG파트너스는 AP홀딩스와 타이어뱅크가 보유한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지분 약 70% 인수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거래가는 3000억원대로 거론된다. VIG파트너스는 베인앤컴퍼니를 자문사로 선임하고 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타이어뱅크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에어프레미아 매각설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눈길을 끄는 건 이번 인수 후보가 이미 이스타항공을 가진 VIG파트너스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번 거래를 단순히 '이스타항공+에어프레미아' 조합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건 VIG파트너스가 국내 LCC 시장에서 두 번째 항공사까지 확보하려는 시점이다.
내년 3월17일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은 통합 진에어로 출범할 예정이다. 3사는 이미 합병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정부 인허가와 주주총회 등 절차를 밟고 있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통합 진에어는 단숨에 국내 최대 규모 LCC가 된다. 기존 LCC 업체들에는 이전과 다른 경쟁 상대가 등장하는 셈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저비용 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 인수를 추진한다. ⓒ 에어프레미아
그동안 국내 LCC 시장은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등이 각각 항공기를 늘리고 노선을 확보하며 경쟁하는 구조였다. 이제 한쪽에서는 3개 항공사가 하나로 합쳐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모펀드가 복수 항공사를 보유할 가능성이 생겼다.
에어프레미아 인수 추진이 시장을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VIG파트너스가 에어프레미아까지 확보하면 단순히 보유 항공사 숫자가 두 곳으로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스타항공과 에어프레미아를 각각 어떤 역할로 키울지, 향후 공동 조달이나 판매·마케팅·정비 등에서 얼마나 시너지를 만들지에 따라 새로운 경쟁축이 생길 수 있다.
양사의 노선 성격이 다르다는 점은 여기서 한 번만 짚으면 충분하다. 이스타항공은 중·단거리 비중이 높고, 에어프레미아는 B787-9을 기반으로 뉴욕·로스앤젤레스·워싱턴 등 미주 노선을 운영한다. 서로 고객과 노선이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는 점은 VIG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이 조합이 곧바로 강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매출 5936억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32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항공기 도입과 정비 비용이 늘어난 데다 주요 미주 노선 수요 둔화까지 겹쳤다.
지난해 말 자본잠식률은 131.81%까지 올라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놓였고, 에어프레미아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1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주주우선배정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증자는 오는 18일 청약, 29일 납입을 앞두고 있다.
이 점은 이번 M&A의 또 다른 핵심이다.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VIG파트너스의 자금 부담은 인수대금 3000억원대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에어프레미아의 기단 확대와 정비, 재무구조 개선을 이어가려면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
이스타항공도 아직 완전히 정상궤도에 올라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매출 6301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흑자 전환했지만 영업손실 207억원은 남았다. VIG파트너스 입장에서는 두 항공사의 외형 확대와 동시에 수익성 개선까지 챙겨야 하는 구조다.
그래서 이번 거래의 관전 포인트는 '두 항공사를 합치느냐'가 아니다. VIG파트너스가 자본을 얼마나 더 투입할 수 있는지, 두 항공사를 독립적으로 키우면서도 어떤 비용을 함께 줄일 수 있는지, 장거리 사업의 변동성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더 중요하다.
통합 진에어와 비교하면 차이도 분명하다. 통합 진에어는 실제 법인 통합을 통해 기단과 노선, 조직을 하나로 묶는다. VIG파트너스가 에어프레미아를 인수하더라도 이스타항공과 곧바로 합병되는 구조는 아니다.
대신 한 투자자가 서로 다른 성격의 두 항공사를 동시에 보유하면서 별도의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국내 LCC 시장도 이제 단순히 '몇 대를 보유했느냐'만으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통합 진에어는 규모를 앞세우고, 제주항공은 기존 시장 지위를 지켜야 하며, 트리니티항공은 장거리와 서비스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VIG파트너스가 이스타항공에 이어 에어프레미아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생겼다.
에어프레미아 매물이 LCC 시장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이유다. 항공사 하나가 더 팔리는 문제가 아니다. 통합으로 덩치를 키우는 쪽과 자본을 앞세워 여러 항공사를 묶는 쪽이 동시에 등장하면서 국내 LCC 경쟁의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